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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2002년 월드컵이 어느 덧 8년 전의 일이로군요. 이제 8년의 세월을 넘어 그 날의 기쁨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비록 승리가 아닌 무승부여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안고 출전했던 2002년과 달리 머나먼 타국에서, 고지대의 기후와 부부젤라의 소음에까지 맞서 가며 열정적으로 일구어낸 땀의 결실이니 어쩌면 더욱 더 갚지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축구를 관전하는 마음가짐이 8년 전과 확연히 달라져 있음을 저는 느꼈습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선수가 뼈아픈 실책을 해서 상대팀에게 점수를 허용하게 되면, 대놓고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물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뛰다가 본의 아니게 실수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그 한 사람으로 인해 팀이 위기에 빠졌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거..
브라운관에서는 참 보기 어려웠던 영화감독들이 게스트로 출연하신다 해서 기대감을 갖고 '놀러와'를 시청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 의견을 말한다면 전체적으로 유익하고 재미있는 방송이긴 했는데, 한 사람의 지나친 폭주만 아니었다면 족히 두세배는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 사람은 바로 '라이터를 켜라'의 감독 장항준이었습니다. 지금 어떤 예능에 고정출연하고 계신다기에 너무 황당해서 방송이 끝난 후 검색을 통해 찾아 보았더니 '야행성'에 출연중이시더군요. 제가 '야행성'을 본 적이 없어서 몰랐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야행성'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시는지 모르지만, 솔직히 '놀러와'에서는 최악의 게스트였습니다. 스스로 "방송을 좀 안다."고 말씀하셨는데 과연 장항준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방송이란 어떤..
김C가 하차하고 나서 다시 예전의 6인 체제로 돌아간 '1박2일'은 언뜻 생각하기에 안정적인 구도를 되찾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은지원이 OB팀으로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미 불균형을 예감하고 있었지요. 이번 주의 방송을 보니 과연 저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로 봐서는 당연히 은지원이 형님 그룹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게 왔다갔다 하기에는 은지원의 존재감이 너무 컸던 것입니다. 은지원만 아니었다면 좋았을 텐데, MC몽이나 김종민, 아니면 차라리 이승기가 옮겨가는 편이 안정적 구도에는 더욱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은지원은 이미 YB팀의 명실상부한 대장으로 자리잡고 카리스마를 발휘하던 중이었거든요. 저는 지난 2월 1일자 포스팅에서 '강호동 VS 은..
저는 일요일 아침에 방송되는 '환상의 짝꿍'을 즐겁게 시청하는 편입니다. 순수한 아이들의 동심과 더불어 깜찍한 어른스러움과 재치도 만끽할 수 있었고, 그런 아이들을 대하며 잠시나마 함께 순수해지는 어른들의 모습도 흐뭇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오늘은 상당히 실망스럽고 우려되는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첫번째 상황은, 퀴즈의 정답이 쓰여진 카드를 어른 짝꿍이 자기 이마에 붙이고 돌아와 아이 짝꿍 앞에 서면, 아이 짝꿍은 그 단어를 설명하고 어른 짝꿍이 답을 맞히는 '스피드게임'에서 발생했습니다. 겨우 8살의 어린이가 '결혼식'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 엄마 아빠가요, 엄마 뱃속에 제가 생겨서 이것을 못했어요."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그 말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몰랐겠지요. 그..
요즘 드라마 중에는 유난히 복수극이 많고 배신자도 많습니다. 그리고 복수의 대상은 항상 돈과 권력을 지닌 강자입니다. 우리는 억울한 일을 당했던 주인공이 파렴치한 강자들의 것을 야금야금 빼앗으며 복수해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쾌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어떤 신문의 칼럼을 읽으니 이러한 현상은 '자기 힘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부정적 사회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있더군요. 자기의 힘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으니,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의 발로이며, 그 욕망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복수'라는 설정이 필요했다는 것이지요. 생각해 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수극의 내면에는 자신도 나쁜 놈이지만 상대방을 '더 나쁜 놈'으로 만듦으로써 자기의 욕망을 합리..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들이 '놀러와'에 출연한다고 해서 아예 일찌감치 채널을 맞추고 대기하고 있었다지요. 과연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비록 8년 전의 이야기들이지만 어찌나 생생하고 재미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들과 그 영웅들의 내면에 숨겨진 기쁨과 슬픔까지 조금은 엿볼 수 있었던,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1. 황선홍의 스페인전 승부차기 1호골은 실축이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벅찬 골인의 순간과 그 뜨거운 함성이었을 뿐인데, 정작 그 골의 주인공은 실축이었다고 말하더군요. 좀 더 위쪽으로 찼어야 했는데 완벽히 골키퍼의 품에 안겨주는 형상이 되었으니 100% 막히는 골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페인의 골키퍼는 황선홍이 실축한 골을 막..
사실 저는 스포츠에는 문외한입니다. 4년에 한 번씩 축구 보는 전형적인 사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도 어쨌든 오늘은 우리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겠다고 모처럼 채널 맞추고 있는데, 경기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벌집 안에 들어앉아 있는 기분이 드네요. 저는 평소에도 청각에 예민하고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라서 그런지, TV를 시청하는 것조차도 힘들군요. 2002년에 우리나라의 꽹과리 소리 때문에도 말들이 많았다고 하지만, 우리의 꽹과리는 그래도 '쳐야 할 때에만 치는' 그런 수준 아니었나요? 그런데 부부젤라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끊이지를 않네요. 그 사람들은 월드컵을 계기로 무슨 심폐기능 훈련이라도 하는 건가요? 대체 저렇게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군요. 더구나 ..
그 동안 '강심장'이라는 프로그램은 여러가지 면에서 비판을 받아 왔는데, 그 중 한 가지는 예능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최종적으로는 '우는 여자'에게 강심장을 수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글쎄 뭐 '우는 여자'를 비하할 생각도 없고, 슬프고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예능에 등장해선 안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너무 여러 번 비슷한 패턴으로 이어지는 것은 썩 보기에 좋지 않더군요. 눈물이 넘치는 예능은 어쩌다 한 번 보아야지, 자주 보면 그것처럼 짜증나는 것도 없거든요. 그리고 본인의 감정이 과잉되면 보는 사람은 그 감정에 동화되기보다는 오히려 민망해서 어쩔 줄 모르게 되는 경향도 있는 법이라, 저는 늘 '강심장'이 막바지로 치닫을 무렵이면 그 민망함에 대비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강심장..
'수학여행-경주'편을 마지막으로 김C가 '1박2일'에서 하차했습니다. 어느 새 깊은 정이 들어버린 그들은 갑자기 다가온 이별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군요.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지만, 헤어짐은 항상 어쩔 수 없는 서글픔을 남깁니다. 이수근이 하도 우는 바람에 덩달아서 저도 눈물을 약간은 찔끔거렸지만, 사실 저는 아쉬우면서도 홀가분한 듯한 김C의 모습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습니다. 강호동의 말처럼 "독하게 용기를 내어서" 떠나기로 결심한 그에게 타인의 잣대를 들이밀고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욕심을 갖고 있기에 자기 손에 쥔 것은 놓지 않으려고 하는 법인데, 김C는 현존 최강의 예능인 '1박2일'을 스스로 놓고 물러났으니, 과연 보통 사람은 아닌듯 하군요. 본..
'1박2일'의 3년 역사상 최초로 강호동이 '낙오'를 경험했습니다. 그것도 어리바리 김종민과의 최후 대결에서 패배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강호동 자신에게 있어 최고의 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낙오는 그를 '수학여행 2편'의 명실상부한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거든요. '스템프 투어'는 '1박2일'의 멤버들이 경주 시내를 뛰어다니며 시민들과 더불어 따뜻한 장면을 연출하여 흐뭇한 즐거움을 선사했으나, 결과는 전원이 실격이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자폭을 결심한 김종민의 쌍도장 덕에, 안압지를 찍은 1등 김C와 분황사를 찍은 3등 은지원은 김종민과 함께 스템프 무효 처리가 되고 말았지요. 그리고 이승기의 행보를 불안해 하던 MC몽은 아니나 다를까, 이승기가 기념으로(?) 천마총 스템프를 찍어 오는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