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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개인적으로 '나는 가수다3'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가수는 하동균이다. 예전에도 그의 노래를 꽤 많이 들어 보았지만 이 정도의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었는데, '나가수3' 첫방송에서 자신의 노래인 'from mark'를 열창하던 하동균의 모습이 뇌리에 깊이 각인된 후 좀처럼 잊혀지질 않았다. 첫방송 이후 한껏 부푼 기대를 안고 그가 선택한 경연곡을 들었다.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거의 원곡에 가까운 버젼으로 오직 통기타 선율에 맞춰 부르는 모습은 경연에 임하는 자세로서 매우 대담해 보였다. 화려한 반주 및 부수적 효과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걸 보면 그만큼 자신있다는 뜻일까? 과연 목소리 자체만으로도 매혹적인 무대였다. 그런데 노래를 시작하기 전부터 인이어에 문제가 있음을 알았는데도 그대로 진행하는..
기세(氣勢)라는 것이 참 무섭다. 일요일 저녁 예능의 치열한 접전지에서 현재 막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쪽은 단연 KBS의 '해피선데이'다. SBS의 '일요일이 좋다'가 2위로 꾸준히 뒤를 쫓고 있으며, MBC의 '일밤'은 꼴찌로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빠 어디 가' 시즌2가 참담한 실패로 돌아간 후 '일밤'에서 야심차게 새로 기획하여 선보이는 '애니멀즈'에 대한 기대가 제법 컸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해피선데이'의 상승세를 뒤집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일 듯하다. 단지 첫방송만 시청하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일요 예능의 판도를 단숨에 뒤집어 놓았던 '나는 가수다' 시즌1이나 '아빠 어디 가' 시즌1과는 그 잠재력과 폭발력에 근본적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일단 '애니멀즈'의 3단계 구성은 너무 산..
비록 그 명성이 적잖이 빛바래긴 했지만 MBC'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는 여전히 존귀한 이름이었다. 아이돌 시대가 도래한 후 온통 '보는 음악'에 점령당했던 방송가의 추세를 '듣는 음악' 쪽으로 바꿔놓은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나가수' 시즌1이 대성공을 거두자 KBS '불후의 명곡2'이라든가 JTBC '히든싱어'와 같은 '듣는 음악' 위주의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났고 때로는 '나가수'를 앞질러 더욱 큰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그래도 '맨 처음'이라는 빛나는 명예는 오직 '나가수'만의 것이었다. 시즌1의 명성에 비해 많이 부족했던 시즌2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기운차게 초심을 되새기며 '시즌3'가 출발한다기에 내심 기대가 컸다. 그런데 21일 확정된 가수 라인업에 엠씨 더 맥스의 이수가 포함되었음을 ..
이번 주 '불후의 명곡'은 '전설의 포크 듀오' 특집으로 이루어졌다. 어릴 적부터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통기타 선율과 포크 음악을 좋아했던 나에겐 더없이 반가운 기획이었다. '트윈폴리오'의 윤형주, '4월과 5월'의 백순진, '해바라기'의 이주호가 함께 전설로 출연했는데, 오프닝 무대는 그들 세 명이 함께 부르는 '사랑의 시'였다. '해바라기'의 수많은 노래 중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곡이지만 나는 역시 포크매니아(?)답게 매우 잘 알고 좋아하는 노래였는데, 오랜만에 이주호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통기타 전주를 듣는 순간부터 온 몸에 전율이 일기 시작했다. "사랑의 시간으로 떠나요~♬" ..... 맞다, 정말 사랑의 시간으로 떠나는 기분이었다. 서로 다른 팀에 속해 있다 보니 한 무대에 서서 함께 노래해..
데뷔 27년차, 한 때 서태지를 자신의 팬으로 두고 있었다는 한국 록의 대부 김종서가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한다면 누구라도 '전설'의 자격으로 나타날 거라고 예측할 법하다. 하지만 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경연 가수로 참여했다. 전설 주현미는 자신보다 고작 2년 늦게 데뷔한 김종서가 까마득한 후배들과 나란히 서서 자신을 대선배로 예우하며 자신의 노래를 부를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심지어 다음 주 예고편에도 김종서의 모습이 비치는 걸 보니 김종서의 '불명2' 출연은 단발성 이벤트쯤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당분간 계속될 모양이다. 만약 김종서보다 후배인 가수가 '전설'로 초대된다면, 그는 선배 김종서가 후배들과 같은 위치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데 맘 편히 그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을까? 차후로 '..
2011년 3월, 쌀집아저씨 김영희 PD의 획기적인 발상에서 시작된 '나는 가수다' 시즌1은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그 동안 편곡이 뭔지도 잘 몰랐던 시청자들로 하여금 '제대로 된 편곡의 맛'을 여지없이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나가수' 시즌1은 하늘이 주신 작품이었어요. 명곡을 훼손시키지 않고 살짝 다른 빛깔의 옷을 입힘으로써 신선함을 느끼게 하고 원곡의 감동마저 극대화하는, 그렇게 훌륭한 리메이크곡이 제대로 뽑혀 나오는 건 10년이 지나도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인데, '나가수'에서는 한 달에 대여섯 곡씩이나 쏟아져 나왔으니까요. 시간이 흐르고 시즌2에 접어들면서 초반의 기세는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그래도 편곡의 놀라운 가치 하나는 확실히 인식시켜 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처음에..
이제 어느 덧 오디션 예능은 '지겹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식상한 아이템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K팝스타',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TOP밴드' 등은 물론이고, 약간 범위를 넓혀 본다면 '나는 가수다'와 '불후의 명곡2'까지... 이거야 원 예능 프로그램을 좀 보려는데 줄창 노래만 듣고 있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오디션 예능이 넘쳐나는 현실이죠. 하지만 아무리 식상해졌어도 오디션 예능은 사라지지 않고 그 명맥이 꾸준히 이어질 거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신선하고도 충격적인 실력을 갖춘 참가자들이 언제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각종 오디션 예능 덕분에 듣는 귀만 한없이 높아져 버려서 웬만한 실력에는 감흥조차 못 느끼는 저 같은 ..
개인적으로 올해에는 '슈퍼스타K4' 보다 '위대한 탄생3'에 거는 기대가 훨씬 더 큽니다. 이유는 지극히 단순합니다. '슈스케4'에는 다른 어느 때보다 꽃미남 참가자들이 많았던 터라 보는 눈이 즐겁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제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거든요. TOP3 진출이 확정된 정준영과 로이킴은 물론 TOP6 무대에서 아쉽게 탈락했던 군인 참가자 김정환까지, 그들의 최강 비주얼은 가수와 배우들을 통틀어 현재 활동하고 있는 그 어떤 톱스타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산뜻하고 완벽하더군요. 데뷔 전의 신인들이면서도 마치 잘 다듬어져 제출된 리포트처럼 세련된 느낌을 주고, 노래도 크게 흠잡을 데 없이 잘 하고...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그에 비해 '위탄3'에서는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를 두 차례..
요즈음 '나는 가수다2'가 다시 재미있어지고 있습니다.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 시즌1의 폭발적인 위용을 따라잡으려면 아직도 멀었지만 (솔직히 이제는 기성 가수들의 노래 대결이라는 컨셉 자체가 그 때만큼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 자체가 왕년의 명성 그대로를 되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요즘 들어 만족스러울 만큼 재미있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확히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수로서 단순히 노래를 잘한다는 것을 넘어선 무언가, 정신을 아찔하게 하고 가슴을 짜릿하게 하는 무언가가 차츰 생겨나고 있거든요. 몇 주 전, 들국화의 노래를 자신만의 버젼으로 재해석했던 한영애의 '사랑한 후에'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전인권의 음색도 굉장히 독특하지만,..
1968년, 라디오드라마로 제작된 '저 눈밭에 사슴이'는 현재까지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데뷔작이었습니다. 그 무렵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청순한 매력을 발산하며 제주여고에 재학중이던 한 명의 섬소녀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드라마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꼭 배우가 되고 말겠다" 는 야무진 결심을 굳히게 되지요. 그 소녀는 훗날 여배우가 되어 연기대상 트로피를 5회나 차지하며 최다 수상 기록을 세우고, 방송 3사의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하는 한국 최초의 연기자가 됩니다. 바로 최근 2주 동안 '힐링캠프'의 주인공이었던 고두심의 이야기예요. 속속들이 따지고 보면 누구의 삶이건 특별하지 않은 인생이 있을까마는, 고두심의 인생은 더욱 평범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듯 느껴졌습니다. 머나먼 남단의 섬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