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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자극적 설정 없이도 조용히 뒷심을 발휘하며 선전해 온 착한 드라마 '동안미녀'가 20회로 종영을 맞이했습니다. '동안미녀'의 주인공들은 너무나 평범하고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드라마 속에서는 특이한 인물들이었습니다. 특히 남주인공 최진욱(최다니엘)은 그 흔한 재벌도 아니고 요즘 대세라는 까도남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토록 굳건하게 순수한 사랑을 고집하는 남자는 많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현실 속에도 충분히 있을 법한, 보통의 착한 청년이었을 뿐입니다. 여주인공 이소영(장나라)의 캐릭터는 그보다 좀 더 평범해 보였습니다. 최진욱은 그래도 체인을 소유한 족발집 사장의 아들로서 풍부한 경제력을 지닌 사람이니까 그런 면에서는 좀 평범하지 않다고도 볼 수 있는데, 실직과 빚에 시달리며 가족..
미안해, 진욱아. 너는 항상 나에게 솔직했는데, 나는 오늘도 너에게 하지 못한 말이 있구나. 하지만 네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내 아픈 가슴은 좀 더 숨겨 두려 해. 아니... 사실은 네 웃는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선지도 몰라. 이기적인 나라서 정말 미안해. 처음부터 이러려던 건 아니었어. 아홉 살이나 어린 동생 소진이 행세를 하면서 회사에 나왔을 때는, 단지 하루만 잘 버티면 될 줄 알았지. 하지만 세상은 내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어.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바로잡을 새도 없이 하루하루가 그렇게 흘러가면서, 난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게 되었지.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매일 침묵으로 거짓말하는 기분은 정말 괴로웠어. 특히 백부장님, 사장님, 그리고 너에게 참 많이 미안했어. 하지만..
이소영(장나라)과 최진욱(최다니엘)의 사랑은 참 예쁩니다. 나이차가 한참 나는 동안의 연상녀와 노안의 연하남이 어쩌다 만나서 사랑에 빠지면, 왠지 꼭 이들처럼 될 것 같아요. 처음에 자기보다 어린 줄 알고 동생처럼 대하던 연하남은 나중에 그녀의 나이를 알고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누나라고 불러보려 애를 쓰지만,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마음에 그게 될 턱이 없습니다. 결국 부인할 수 없는 자기 감정을 뚜렷이 깨달으면, 남자는 앞뒤 생각하지 않고 그녀에게 성큼 다가서겠지요. 그러나 연상녀의 입장은 그토록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단지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모든 것을 욕심내기에는 세상살이가 무척이나 팍팍하다는 것을, 그녀는 남자보다 훨씬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 앞에 놓인 현실의 벽은 높고도 단단합니다...
여전히 재미있기는 하지만 '동안미녀' 14회에서는 몇 가지의 불안 요소가 표면화되었습니다. 첫째는 이소영(장나라)의 미각 상실과 안구 이상증세입니다. 강윤서(김민서)와 그 어머니 현이사(나영희)의 방해로 경합에 필요한 재료조차 넉넉히 구할 수 없었던 이소영은 스스로 원단을 가공해서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장면이 나왔었지요. 아무 보호장비도 없이 독한 염색약품을 만지고 원단을 태워 보기도 하던 이소영이, 순간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에 눈이 몹시 아픈 듯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질끈 감던 장면입니다. 사실 저도 원단을 태울 때 일어나는 검은 연기를 보면서, 하다못해 마스크에 보안경이라도 쓰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무방비 상태의 얼굴에 그 연기를 쏘인..
사실 '동안미녀'의 주인공 이소영(장나라)의 캐릭터는 순수하고 선량하고 배려심이 깊은 아가씨로서 충분히 처음부터 호감형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괜시리 초반에 남주인공들과의 자극적 만남을 위해 무리한 설정을 넣은 것이 비호감으로 작용했었지요. 이소영은 최진욱(최다니엘)과 처음 만났을 때는 나이트클럽에서 온갖 사고를 저지르며 추태를 떨었고, 지승일(류진)과 처음 만났을 때는 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팬티바람으로 있어야 했습니다. 주의산만한 사고뭉치 캐릭터를 싫어하는 제 눈에는 참 한심한 아가씨로 보였더랬습니다. 그러나 34세의 나이에도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이소영의 매력은 조용히 제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혹자들은 장나라가 20대 초반의 풋풋함과 귀여움은 잃어버리고 30대의 성숙함은 갖추지 못했기에,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