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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얼마 전 종영한 카카오TV의 웹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을 매우 인상깊게 보았다. 6명의 청춘 남녀들이 모두 매력적이었지만 특히 남주인공 박재원(지창욱 분)의 캐릭터는 주책맞게도 밤잠까지 설치며 이 드라마를 기다릴 만큼 내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설렘에는 나이가 없는 모양이다..ㅎ ㅎ ㅎ) 이 한 편의 드라마로 나는 배우 지창욱의 팬이 되었다. 참고로 여주인공 이은오 역을 맡은 김지원은 오래 전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 때부터 내가 굉장히 좋아하던 여배우였다. 그 두 사람뿐 아니라 다른 네 명의 청춘들... 최경준(김민석 분), 서린이(소주연 분), 강건(류경수 분), 오선영(한지은)... 아, 그리고 경찰 오동식(최민호)까지 그들이 보여주는 풋풋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감성이 정말 좋았다...
'너의 등짝에 스매싱' 홈페이지에는 "인생의 후반부에서 한 순간에 몰락해 버린 베이비부머 세대 가장의 눈물겨운 사돈살이, 또 애석하리만큼 큰 시련을 맞게 되는 영이 맑은 한 청춘이 꿈과 사랑에 대해 눈뜨는 웃픈 성장기를 담은 시트콤" 이라는 프로그램 소개가 나와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의 주인공은 현재 가장 불쌍한 처지로 사돈살이를 하고 있는 박영규와 박현경(엄현경) 부녀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모두가 깨알 재미를 주는 소중한 캐릭터들이지만. 그런데 아무리 현재 처지가 난감하다 해도 나는 박영규의 미래를 염려하지 않는다.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작품들을 살펴볼 때, 김병욱(스텐레스김)은 중년 이후 캐릭터들에게 아무리 큰 시련을 주었더라도 결국은 극복하고 해피엔딩을 맞이하도록 해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최근 '감자별 2013OR3'에서는 설렘이나 감미로움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저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나열하며 간헐적인 웃음을 주었을 뿐이다. 이제껏 김병욱 PD의 작품을 관통하던 시트콤답지 않은 멜로의 애틋함도 없거니와 아리송한 전개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러브라인도 없다. 오히려 노민혁(고경표)이 기억을 잃고 7살 어린아이가 되었을 때는 더 흥미롭고 설렜는데, 기억을 되찾고 어른이 된 후부터는 급격히 설렘이 사라졌다. 7살 노민혁은 순수한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며 거침없이 나진아(하연수)에게 다가섰지만, 29살 노민혁은 뻣뻣한 외양 속에 마음을 감추고 한켠에 물러선 채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는 동생 노준혁(여진구)을 배려하는 행동이었겟지만, 표현하지 않는 사랑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난공불락의 철옹성처럼 보이던 제국그룹의 김남윤(정동환) 회장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만약 현실이라면 그 상황에서 이런 식의 변화가 일어나리라 생각하기 어렵지만, 하여튼 이 드라마에서 김회장의 위독은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였다. 대략 20년 동안이나 김회장의 명목상 본처 자리를 지키며 호시탐탐 제국그룹을 집어삼킬 계획을 세워 온 정지숙(박준금) 여사는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는 듯 자신의 추종자들을 불러모아 총공격을 개시하고, 김회장의 반목하던 두 아들 김원(최진혁)과 김탄(이민호)는 경영권을 남의 손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자연스레 화해했다. 두 형제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도 얕은 데다가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허를 찔렸기 때문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비서실장이었다가 ..
처음엔 특별한 개성도 없어 보이고 밋밋한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김탄(이민호) 이 녀석 볼수록 매력적이다. 순수가 실종된 시대에, 순수를 지닌 채로는 살아남을 수조차 없는 그 곳에서, 어떻게든 순수를 지켜 보려는 그 아이의 마지막 발버둥이 한없이 애처롭다. 물론 그 발버둥도 아직은 열 여덟 살이기에 가능한 것일 뿐, 이복형 김원(최진혁)을 원망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던 김탄 역시 10년쯤 흐른 후에는 형과 다를 바 없게 될 것이다. 어린 이복동생을 영영 미국으로 쫓아 보내려는 냉혹한 김원도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아니었을 테니까. 자신과 김탄의 약혼은 사랑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과 기업의 거대한 약속이라며 차은상(박신혜)을 다그치는 유라헬(김지원)을 볼 때 너무 어른같은 모습에 나는 살짝 소름이 끼쳤는데, 사실은..
기발함과 섬뜩함과 유쾌함이라는 세 가지 상반된 감정을 한꺼번에 쏟아붓는 김병욱의 능력은 역시 탁월하다.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나쁜 짓을 하면은~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우리에게 들키지~♬" 추락사고 이후 기억상실증으로 7세 어린이가 되어버린 노민혁(고경표)은 줄곧 1991년 그 당시 한창 유행했던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를 태블릿 PC로 되풀이해 보면서 그 주제곡을 불러댔다. 나와 함께 '감자별'을 시청하던 신랑이 어느 날 갑자기 물었다. "왜 하필이면 저 노래일까요?" 나는 무심히 대답했다. "그냥 그 때 유행했던 만화라서겠죠.." 하지만 알고 보니 그냥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그 당시 인기를 끌었던 만화가 한 두 편은 아닐진대, 그 중에서 하필 '날아라 슈퍼보드'가 선택된 것은 치밀한 계획..
김은숙 작가의 로코물이며 수많은 청춘 스타들을 출연시킨 야심작치고는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고 있던 '상속자들'이다. 일단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산만했고, 그 인물들의 제각각 스토리를 일일이 언급하며 진행되니 주인공들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졌다. 여주인공 차은상(박신혜)의 캐릭터는 흔해빠진 캔디 꼭 그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녀의 백마 탄 왕자님 김탄(이민호)의 캐릭터도 별로 신선한 부분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못된 무법자 최영도(김우빈)는 이미지가 워낙 강렬한 데다가 그 아버지의 캐릭터가 나름 독특하여 시선을 끌었다. 김탄의 아버지는 지금껏 드라마에서 보아 왔던 재벌 회장들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지만, 최영도의 아버지처럼 중후한 나이에도 깡패 수준의 저급한..
'감자별' 2회까지 시청한 느낌이 매우 좋다. 개인적으로는 '하이킥' 시리즈나 그 이전의 명작들보다 출발이 훨씬 좋은 듯하다. 각각의 캐릭터 구축이 확실함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내가 김병욱표 시트콤에서 유난히 즐기는 그 뭐랄까, 아련하고 애틋한 느낌이 초반부터 여실히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스텐레스 김은 청춘남녀의 러브라인을 복잡하고 아리송하게 꼬아서 중반을 넘기도록 예측 불가하게 만들곤 하는데, 이번에는 어찌 된 셈인지 단 2회만에 두 남녀의 러브라인이 아주 또렷한 선을 그리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물론 이대로 확정이라고 볼 수야 없겠지만, 어쨌든 김병욱의 다른 작품에서는 거의 본 적 없는 독특한 전개인 것만은 확실하다. 아, 그런데 미처 감정이 무르익을 새도 없이 초고속으로 진행..
드디어 김병욱 월드가 다시 열렸다. 그 이름도 특별한 '감자별 2013QR3'! ... 요즘 세상에 케이블 TV를 신청하지 않은 특별한 집이라 본방사수를 할 수 없다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지만, '하이킥3' 이후로 2년만에 다시 만나는 김병욱 월드는 어쨌거나 반갑기 그지 없다. 무엇 때문일까?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스텐레스 김의 세상에 이처럼 빠져들게 된 것은, 포복절도할 웃음 속에 스며든 눈물 때문이었을까? 이번에는 최대한 비극적 요소를 억제하고 많은 웃음을 주겠노라 했지만, 나는 그래도 김병욱이 그려내는 진한 눈물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리고 1회를 시청한 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나진아(하연수)와 같은 인물을 여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상, 결코 눈물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을 것임을 예감했기 때문이다..
나날이 더해가는 설렘과 불안함에 가슴 졸이며 기다렸던 것에 비해서는 어처구니 없을 만큼 허무하고 김새는 결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 하나 확실하게 결정된 것 없이 엉거주춤하게 멈춘 상태에서 열린 결말로 처리해 버리다니...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엔딩이니까 이것도 나름대로 역습이라 해야 할까요?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안내상의 새로운 사업 '안스월드'는 야심찬 첫발을 내딛었지만 아직 성공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박하선이 미국에서 돌아옴으로써 서지석-박하선 커플의 앞날에는 강력한 청신호가 켜졌지만, "미안해요, 너무 늦어서..." 라는 박하선의 마지막 대사 뒤에 또 어떤 말이 이어졌을지 모르기 때문에 해피엔딩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 어쩌면 이별 통보였을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