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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지난 달 춘천에 이어 이번 달에는 충북 제천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역시 지자체 후원을 받아 진행되는 '만원의 행복' 여행이다. '청풍문화재단지 - 제천 상설시장 - 교동 민화마을 - 의림지' 순으로 방문했는데, 혹시 눈이나 비가 올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바람만 좀 쌀쌀할 뿐 날씨는 좋은 편이었다. 제천의 느낌을 표현하자면, 약간은 단조롭지만 평화롭고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1. 청풍문화재단지 청풍문화재단지는 1985년 충주 다목적댐의 건설로 댐 상류의 청풍면 후산리, 황석리, 수산면 지곡리 등의 마을이 수몰되면서, 그 곳에 있던 유물과 문화재를 원형대로 이전, 복원하여 조성된 관광지이다. 다른 민속촌에서처럼 전시용으로 만든 건물들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실제로 사용되던 것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버..
2016년 1월 13일 수요일, 춘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사에서 '만원의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하는 패키지인데, 집결 장소인 서울 시청역까지의 차비를 제외하면 일체의 추가 비용 없이 단돈 만 원에 편안히 여행을 즐긴 셈이다. 중식은 제공되지 않았지만 1인당 온누리상품권 5000원권 한 장씩을 선물로 나눠주었기 때문에 그것으로 점심까지도 해결할 수 있었다. 보통 이런 여행 상품들은 지자체의 후원을 받아서 저렴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하는데, 일단 교통편이 제공되고 따로이 여행 계획을 세울 필요조차 없으니 여러모로 좋다. 개인적으로 가보고 싶은 장소가 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무척 아쉬울 수도 있고, 기껏 방문한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는 허무할 수도 있지만, 저렴하다는 큰 장점을 생각하면 그쯤은..
창덕궁에 다녀왔다. 결혼 전까지 수십 년을 서울에 살면서 한 번도 안 가봤던 곳인데 결혼 후 인천에 살면서 오히려 찾아가 보게 되다니..^^;; 솔직히 전혀 기대하지 않고 갔는데, 생각보다는 훨씬 마음에 들었다. 벚꽃 만발하는 5월이나, 단풍 흐드러진 10월에는 훨씬 더 멋있다던데 좀 아쉬운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진초록 무성한 늦여름 창덕궁도 괜찮았다. 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기념으로 몇 장..^^ 맨 마지막 사진은 후원의 玉流川 (옥류천)이다. 해설사가 무슨 폭포를 보러 가자 해서 더운 날씨에 시원한 폭포를 보겠구나 기대했더니 1미터 정도 높이에서 수돗물 흐르듯 졸졸거리는 수준이다. 설마 그게 폭포일 거라고는 생각 못해서 당최 폭포엔 언제 도착하나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바로 여기가 옥류천 폭포라며 숙종..
바쁘던 남편이 모처럼 휴일을 맞게 되어서, 함께 당일로 충주 여행을 다녀왔다. 북적대는 인파에 떠밀려다니는 여행은 딱 질색인데 이번 여행은 그 한적함과 평화로움으로 나에게 최대의 행복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남한강의 잔잔한 물결 위에 가을 하늘과 새털구름이 선명하게 반사되어 시리도록 푸른 빛의 절묘한 데칼코마니를 이루었다. 그 빛깔 만큼이나 청명하고 서늘한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충주의 새로운 명물로 등장한 탄금호 조정경기장이다. 간단히 노 젓는 법을 배운 후 조정 체험을 할 수 있다. 식당 근처로 이동하니 근처에 '충주종합관광안내소'가 있다. 메밀로 유명한 봉평은 경남 통영에 있는데 의외로 충주에도 메밀 맛집이 많다. 메밀막국수와 메밀전, 메밀만두로 점심식사를 했다. 남편은 물막국수를, 나는 비빔막국수를..
살인적인 땡볕이 내리쬐던 7월 초순 어느 날,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퓰리처상 사진전'을 관람하고 왔다. 230여 점이나 되는 엄청난 양의 사진들과 더불어 한켠에는 한국전쟁 특별전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대략 90% 가량의 사진들은 전쟁과 테러, 자연재해나 굶주림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고 있었는데, 촬영 기술이 좋았던 것인지 포토샵 처리가 절묘했던 것인지 마치 필름 영화의 장면 장면을 캡처해 놓은 듯 느껴졌다. 어쩌면 사진 속에 담긴 모습들이 너무 처참해서 현실이 아닌 영화라 생각하고 싶은 무의식이 작용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고 부인해서도 안 될, 준엄한 현실의 증거 자료들이었다.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부터인지 사진 속 인물들보다..
현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문화전'을 관람하러 갔다.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재 수장가였던 간송 전형필 선생은 일제 시대와 6.25를 거치며 대부분 빼앗기거나 소실될 뻔한 문화재들을 고이 보존하는데 큰 공을 세우신 분이다. 엄청난 부자였던 그가 아낌없이 사재를 털어 문화재를 사 모으지 않았다면, 우리 조상들의 소중한 문화 유산이 외국인 손에 넘어가 있는 것을 우리는 그저 눈만 멀뚱거리며 지켜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말로만 듣던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겸재 정선의 그림들은 물론 갖가지 고려청자들과 무엇보다 훈민정음 해례본까지 구비되어 있다기에, 그런 분야에는 문외한이지만 나름 기대가 컸다. 그런데 정작 전시관 안에 들어서서는 솔직히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어느 덧 2014년도 절반 가량이 흘러 6월에 접어들었다. 산뜻한 초여름 비가 내리는 날, 남편과 함께 우산을 받쳐들고 나들이에 나섰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오르세미술관展'을 관람하러 간 것이다. 프랑스 파리까지 여행을 가서도 촉박한 일정 때문에 들르지 못했던 곳인데, 마침 한국에 와 있다니 아쉬웠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19세기 유럽 문화를 대표하는 인상주의 작품들을 천천히 둘러보니, 왠지 19세기 유럽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기분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어차피 둘 다 그림에는 문외한이라 철저히 문외한의 시각으로 감상했을 뿐이지만... 고흐, 고갱, 모네, 르느와르, 루소, 드가, 로트렉, 세잔 등 그야말로 이름만 듣던 유명한 화가의 작품들을 눈앞에서 보며, 우리는 "이..
옵션을 선택하지 않고 하루종일 자유 여행으로 계획한 셋째날은 우리끼리 마카오에 들어가기로 했다. 비싼 옵션 비용을 내고 허겁지겁 가이드 꽁무니나 쫓아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하면서도 의미있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라 믿었다. 감기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남편의 컨디션 난조가 염려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천금같은 시간을 호텔방에 주저앉아 쉬면서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간단한 호텔 조식을 마치고 무작정 다시 지하철역으로 나선 우리는 (다행히 호텔은 지하철역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다) 둘 다 어리버리한데 다행히도 거의 헤매지 않고 무사히 마카오 행 페리를 타는 데 성공했다. 배 안에 좌석이 정해져 있는 것을 모르고 아무데나 앉았다가 쫓겨나서 머리를 긁적이며 간신히 제 자리를 찾아가긴 했지만. 약 한 시간쯤 ..
홍콩 마카오로 여행을 다녀온지가 벌써 일주일이 넘었건만, 공기 나쁘고 일교차 심한 그 곳의 후유증 때문에 아직도 맥을 못 추는 중이다. 사실 여행 전부터도 홍콩의 공기 오염도가 세계 최악의 수준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꽤나 염려를 했었다. 어려서부터 호흡기의 알레르기성 염증이 극심했고, 어른이 된 후 만성화된 비염과 기관지염은 천식으로 발전했으며, 지독한 부비동염으로 전신마취 수술까지 받은 후에도 언감생심 완치는 꿈도 못 꾸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뚜껑 없는 2층 버스를 타고 터널을 통과하면 얼굴에서 검댕이 묻어난다는 어느 블로거의 홍콩 여행기를 읽고 나는 질겁을 했다. 그래도 불과 3박 4일인데 설마 별 일이야 있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얄궂..
*** 어제 올렸던 제1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 파리의 한 백화점에서 화장실을 찾지 못해 힘겹게 헤매던 중... 한 백인 여자가 어떤 문을 열고 나오는데 그 안에서 분명히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그 곳이 화장실인 건 틀림없었죠. 앞뒤 생각할 것 없이 급하니까 뛰어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문을 거의 닫으려는 순간 밖에서 한 여자가 큰 소리로 외치며 달려오더군요. "농, 농, 농 (Non, Non, Non)!!!" 순간 저는 그냥 재빨리 문을 닫고 잠가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이 낯선 곳에서 그런 행동을 하고 난 후의 뒷처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그들의 세상'에서 제대로 기가 죽은 (한 마디로 완전 쫄은) 거였죠. 쭈뼛거리는 사이에 한 백인 여자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