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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응답하라 1988'에서 천재 바둑기사 '최택'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박보검을 보며 '살아 움직이는 다이아몬드'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관련포스팅 : 응답하라 1988 최택에게 빠지다) 그 때는 단지 '최택'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있어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응팔'이 종영한 후 '꽃청춘', '구르미 그린 달빛', '1박2일' 등을 통해서 박보검의 모습을 꾸준히 지켜보니,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느낌은 최택 캐릭터뿐만 아니라 박보검이라는 배우 자체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배우들은 한 작품에서 반짝이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다른 작품으로 옮겨가면 빛이 바래거나 확 깨는 경우가 많고, 특히 신인들은 경력과 적응력 부족의 문제로 더욱 그런 경우가 많은데 박보검은 예외였다. 첫 사극에 첫 주연을 맡은 ..
'1박2일' 이화여대 특집에서 방송된 윤시윤의 짧은 강의가 세간의 화제다. 솔직함과 진지함 사이에 적절한 위트를 섞어, 매우 간결하면서도 울림이 큰 강의를 완성해낸 윤시윤의 실력은 참 놀라웠다. 오죽하면 배우로서 대선배이며 최고의 만능 엔터테이너인 차태현조차도 시종일관 경탄스런 눈빛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나는 윤시윤의 강의를 들으며, 그 재능에 감탄하기보다 오히려 그에게 주어진 천성적 행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젊은 나이에 거듭된 행운을 경험하다 보면 쉽사리 교만해질 수 있고, 자칫하면 그 교만의 대가로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윤동구(윤시윤)는 타고난 겸손 덕분에 치명적인 교만의 늪을 훌쩍 건너뛸 수 있었던 것이다. 윤시윤은 애니메이션 '카(Cars)'를 소개..
9월 4일 오전 10시, 드디어 나영석 PD의 '신서유기'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었다. '신서유기'는 여러모로 독특하면서도 혁신적인 기획이라 방송 이전부터 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현재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 tvn에 몸 담고 있음에도 명실상부 최대 권력의 스타 PD라 할 수 있는 나영석 PD가 굳이 인터넷 방송 제작에 나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선택이었다. 첫째로는 과거 '1박2일' 시즌1을 함께 했던 동료들과 다시 뭉쳐보고 싶다는 (또는 어려움에 처한 옛 동료들을 돕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을 것이고, 둘째로는 한창 물오른 그의 혜안으로 차후 방송의 대세가 TV보다는 점차 인터넷 쪽으로 기울게 될 것임을 예측했기에 과감히 선구자적 발걸음을 떼어 본 것일 수도 있다. 현재 나영석 PD는 좀..
최근 몇 개월 동안 썩 마음에 드는 드라마가 없어서 리뷰를 안 썼더니 감각이 무디어져 버린 것 같다. 하지만 모처럼 괜찮았던 드라마 '프로듀사'를 다 보고 나서 한 마디 언급조차 안 한 채 떠나 보내기는 아쉬우니까, 단순히 되짚어 보는 수준이라도 최종회 리뷰를 써 보고자 한다. 사실 초중반까지는 크게 끌리는 면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후반에 접어들수록 인물들의 개성이 반짝반짝 살아나고 멋진 대사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면서 포텐이 터졌다. 멋진 대사들이 참 많았는데 일일이 언급하자니 메모를 안 해놔서 어렵겠고, 내가 이 리뷰를 쓰게 된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탁예진(공효진)의 대사를 중심으로 몇 가지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그 전에 주인공들이 대략 어떤 인물들인지부터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능적 설정이든 실제 상황이든 상관없이, 시청자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려던 '1박2일'의 시도는 실패한 셈이다. KBS 기자 6명을 게스트로 초대하여 '기자 특집'으로 꾸며진 '1박2일'의 다음 주 방송은 나름 독특하고 신선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안타깝게도 초반부터 이 시대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대단히 불편하게 출발했다. 만약 '땅콩 회항' 이전의 시대였다면, 선후배간에 이 정도의 '갑을 상황극'쯤은 가벼운 웃음거리로 넘어갈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땅콩 회항' 사건 이후로 사회 각층에서 '경비원 자살'이라든가 '백화점 모녀' 사건 등이 커다란 이슈로 떠오르며, 대중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갑질'에 민감해졌다. 자칫 역효과가 우려될 만..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시리즈에 이어 최근 '삼시세끼' 마저 성공시키며 나영석 PD는 명실상부한 이 시대 최고의 예능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KBS 재직 당시 연출했던 '1박2일'의 명성이 대단하기는 했으나 그 때는 강호동, 이수근 등의 예능 베테랑 MC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출연진들로부터 적잖은 힘을 받았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예능인이 아닌 배우들(또는 가수들)만을 출연시키고도 예능으로서 충분한 재미를 뽑아낸 '꽃보다~' 시리즈의 성공 이후에는 그 누구도 나PD의 역량을 의심할 수 없게 되었고, 차츰 그에게만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궁금해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던 차에 나영석 PD의 인터뷰를 접했고, 그의 예능 프로그램이 항상 마음 속 깊은 곳을 건드..
결국 본방사수의 우선 순위를 '아빠 어디 가'에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쪽으로 바꾸었다. '아빠 어디 가'의 초반에 워낙 깊은 정을 주었던지라 웬만하면 바꾸지 않으려고 했지만, 점점 더 재미와 감동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다. 시즌1에서는 아빠와 아이들이 서먹했던 관계가 차츰 가까워지는 과정을 통해 훈훈한 감동을 참 많이 받았었는데, 시즌2에서는 그런 부분이 거의 사라졌다. 김성주와 성동일과 윤민수는 시즌1의 경험을 통해 '아빠 공부'를 벌써 많이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발전을 보여줄 부분이 없고, 류진과 정웅인은 아이와의 관계가 처음부터 꽤 좋아 보였으며, 초반에 약간 서툴러 보였던 안정환도 예상외의 코믹 기질을 선보이며 매우 빠르게 적응했다. 아이들 역시 이젠 어느 정도 방송을 ..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꽃보다 누나'를 거쳐 '꽃보다 청춘-페루 편'까지 이어져 오는 동안 '꽃보다~' 시리즈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온통 열광과 감탄과 호평뿐이었다. 그런데 '꽃보다~' 시리즈의 최종편이라고 알려진 '꽃보다 청춘-라오스 편'에서 뜻밖에도 시청자의 날선 반응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비록 처음 생겨난 잡음이고 시리즈도 거의 다 끝나가는 참이니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지만, 꼭 한 번만으로도 '꽃보다~' 시리즈의 완벽했던 명성에 흠집을 남기기는 충분하다 싶을 만큼 대중의 분노는 거세고 뜨겁다. 진짜 문제는 그 분노가 일부 트집잡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방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다수의 시청자가 공감할 수밖에 없을 만큼 타당한 이유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라오스 방비엥 시내에서 천연..
7월 27일자로 방송된 '1박2일'의 주된 촬영지는 망상 해수욕장이었다. 해수욕장에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등장했다 해서 그 자체로 크게 문제될 이유는 없었다. 아이들과 더불어 온 가족이 시청하는 방송인데 비키니 여성의 몸매를 지나치게 부각시켜 민망했다는 의견이 시청자 게시판에 다수 올라왔지만, 직접 방송을 본 여성 시청자로서 내 느낌에는 별로 과하지 않았다. 물론 옷차림이 비키니라서 노출은 꽤 심한 편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노출보다 몸짓이나 행동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요즘 10대 걸그룹의 음악 방송에 크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이유 또한 옷차림의 노출보다는 (천박해 보일 만큼) 과도한 섹시댄스 때문이다. 반면 '1박2일'에 등장한 비키니 여성들은 이상한 행동이나 몸짓을 하지 않았고, 장소가 해수..
'1박2일'에서 마련한 '선생님 올스타' 특집은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운 기획이었다. 그 동안 일반인 출연자가 적지 않았던 '1박2일'이지만 그 대상이 일정 직업으로 한정된 경우는 처음이었고, 왠지 '의젓함'과 '신중함'의 대명사일 것만 같은 선생님들의 색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는 보장된 셈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교사들 중 한 명이 '일베' 논란에 휩싸이며 좋은 기획에 생채기가 나고 말았다. '세종고 김탄'이라는 별명답게 수려한 외모로 인기를 끌던 정일채 교사가 과거 인터넷 게시판에 남겼던 몇 줄의 댓글 때문에 '일베'(일간베스트) 논란에 휩싸이고 만 것이다. 정 교사는 급히 해명 및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댓글을 삭제했지만, 거세게 불붙은 논란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개인적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