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1박2일' 박보검이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본문
'응답하라 1988'에서 천재 바둑기사 '최택'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박보검을 보며 '살아 움직이는 다이아몬드'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관련포스팅 : 응답하라 1988 최택에게 빠지다) 그 때는 단지 '최택'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있어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응팔'이 종영한 후 '꽃청춘', '구르미 그린 달빛', '1박2일' 등을 통해서 박보검의 모습을 꾸준히 지켜보니,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느낌은 최택 캐릭터뿐만 아니라 박보검이라는 배우 자체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배우들은 한 작품에서 반짝이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다른 작품으로 옮겨가면 빛이 바래거나 확 깨는 경우가 많고, 특히 신인들은 경력과 적응력 부족의 문제로 더욱 그런 경우가 많은데 박보검은 예외였다.
첫 사극에 첫 주연을 맡은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은 완벽하지는 않으나 아주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따금씩 보이는 과도한 얼굴 씰룩거림 등에서 좀 어설픔이 느껴지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눈빛과 대사 처리가 굉장히 좋다. 사극 대사는 현대극 대사와 완전히 달라서 익숙치 못한 사람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박보검은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발음 및 발성과 어조와 톤에서 별로 흠잡을 곳이 없다. 물론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타 프로그램에서 증명된 박보검의 성격을 본다면,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력과 막대한 투자로 이루어지는 드라마임을 알기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남몰래 뼈를 깎는 노력과 연습을 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꽃청춘 아프리카' 편은 솔직히 좀 재미가 없어서 보다 말았지만, 늘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사는 박보검의 모습은 퍽 인상적으로 머릿속에 남았다. 본인도 "감사합니다"를 너무 남발한다 싶었던지 나중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제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너무 자주 하니까 입에 발린 소리처럼 들릴까봐, 그냥 습관적으로 하는 말처럼 생각하실까봐 좀 걱정이 되는데요. 그런 거 아니에요. 정말 감사해서, 너무나 감사한 일이 많아서, 언제나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이 녀석 참 예쁘게 생겼는데 말도 예쁘게만 한다.
아직 드라마 촬영이 끝나지 않아서 무척 바쁠 텐데도, 박보검은 선배 차태현의 부탁을 받고 기꺼이 '1박2일'의 게스트로 참여했다. 여기서 박보검은 두 가지의 특징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첫째는 '1박2일' 역사상 모든 게스트 중 최고 수준의 적극성이었고, 둘째는 과장을 좀 보태면 숨 쉴 때마다 한 번씩 되뇌이는 "감사합니다!" 였다. 밥 먹기 전에도 "감사합니다!", 밥 먹고 나서도 "감사합니다!", 게임 후에도 "감사합니다!", 미션 수행하기 전에도 "감사합니다!", 미션을 마치고 나서도 "감사합니다!", 차 타고 가다가 느닷없이 "감사합니다!", 하늘을 보며 "감사합니다!", 고개 숙이며 "감사합니다!"... 그에게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감사한 일이 많았다.
매사에 감사하고, 항상 즐거워하며, 웃음을 잃지 않고, 늘 타인을 배려하는 박보검의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이 녀석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특히 혐오와 분노의 이 시대를, 불신과 불만족의 이 시대를, 단절과 외로움의 이 시대를 온 몸으로 부딪혀 살아가며 언제나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박보검이라는 연예인의 존재는 매우 긍정적인 상징물이 되어준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박보검은 그리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왔던 것 같은데, 그의 과거에도 무척 힘든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힘든 와중에도 비뚤어지기는 커녕 이토록 반듯하고 밝게 자라서 늘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청춘이라니, 이 퍽퍽한 인생을 그토록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니!
물론 박보검은 평범한 사람들이 갖지 못한 수많은 장점들을 가졌다. 찬란한 젊음, 보석처럼 빛나는 외모, 듣기 좋은 목소리와 긍정적인 성격, 게다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능력과 피아노 연주 실력까지, 이렇게 열거해 놓고 보니 너무 가진 게 많아서 좀 그렇긴 하다. (나도 저 정도로 가진 게 많으면 늘 감사하겠다 싶은 그런 생각도 좀 드는? ㅎㅎ) 하지만 또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면, 가진 게 아무리 많아도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상 불만에 차서 불행하게 사는 사람도 많다. 100%는 아니지만 행복과 불행은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힘겨운 시대에 소리 높여 "감사합니다!"를 외쳐주는 박보검은 정말 고맙고 사랑스런 존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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