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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군대 간 이승기를 대신해서 그의 포지션에 투입된 배우 안재현은 '신서유기2'가 시작되기 전부터 온갖 궁금증과 우려의 중심이었다. 예능에서 완전 생초보임은 물론 배우로서도 아직 뚜렷한 이미지를 굳히지 못한 그는 모든 면에서 예측을 불허하는 순백의 물음표였다. 첫인상은 약간 날카로운 말솜씨를 지녔지만 아무튼 순둥이, 뭐 그런 정도였다. 밤새 미션톡을 기다리며 잠을 안 자는 매우 독특한 면을 지녔으나, 기본적으로는 형님들을 잘 따르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 드는 전형적인 예능 초보자의 모습이었다. 아니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데 '신서유기2-언리미티드' 제11화에서부터 안재현은 소름돋는 진화의 과정을 보여준다. 사실 진화라기 보다는 그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돌+아이' 기질이 발현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9월 4일 오전 10시, 드디어 나영석 PD의 '신서유기'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었다. '신서유기'는 여러모로 독특하면서도 혁신적인 기획이라 방송 이전부터 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현재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 tvn에 몸 담고 있음에도 명실상부 최대 권력의 스타 PD라 할 수 있는 나영석 PD가 굳이 인터넷 방송 제작에 나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선택이었다. 첫째로는 과거 '1박2일' 시즌1을 함께 했던 동료들과 다시 뭉쳐보고 싶다는 (또는 어려움에 처한 옛 동료들을 돕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을 것이고, 둘째로는 한창 물오른 그의 혜안으로 차후 방송의 대세가 TV보다는 점차 인터넷 쪽으로 기울게 될 것임을 예측했기에 과감히 선구자적 발걸음을 떼어 본 것일 수도 있다. 현재 나영석 PD는 좀..
여행을 하다 보면 일상 속에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던 사람들의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때로는 그 모습이 서로를 힘들게도 하지만, 어쩌면 숨겨진 모습들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진짜 재미가 아닐까? '응답하라 1994' 멤버들이 다시 뭉쳐 떠난 여행 '꽃보다 청춘' 라오스 제1편에서 가장 먼저 포텐을 터뜨린 사람은 배우 유연석이었다. 이 남자는 참 알면 알수록 스펙터클하고 어메이징한 매력이 있다. 누구보다도 매끄럽고 세련된 서울 남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가 사실은 무뚝뚝한 상남자의 본고장인 경상도 출신이라는 사실로 놀라움을 주더니만, 이번에는 다정한 어미새처럼 친구와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으로 또 한 번의 신선한 충격을 준다. tvN 채널 광고를 찍는 줄만 알고 모였던 유연석, 손호준, 바로(..
은대구(이승기)는 15살 때 엄마를 잃었다. 아빠 없이, 미혼모였던 엄마와 단둘이 살았지만 그 때까지는 행복했었다. 그런데 엄마는 우연히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었고, 열정 넘치는 젊은 경찰 서판석(차승원)으로부터 강요에 가까운 증언 요청을 받는다. 자신과 아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거부하던 엄마는 결국 증언에 응했고, 그 결과로 보복 살인을 당했던 것이다. 고아가 된 은대구는 경찰이 되기로 결심한다. 경찰이 되어 엄마를 죽인 범인도 잡고, 혹시 범인과 한패였을지 모르는 서판석의 정체도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11년 후 경찰이 된 은대구는 서판석이 이끄는 강력팀에 배정되고, 두 사람의 범상찮은 운명은 다시 얽히기 시작한다. 7회까지 드러난 서판석의 인품으로 볼 때, 살인범의 동료였을 가..
불과 이틀만의 눈부신 발전이었다. 이승기는 확실히 '짐'에서 '짐꾼'으로 진화하는 중이었고, 그 진화의 과정은 쉼 없이 돌아가는 카메라에 그대로 잡혀 생생히 전달되었다. 터키에서 본의 아니게도 살아있는 짐짝 노릇을 하며 얼마나 맘고생이 심했던지, 크로아티아로 떠나는 날은 새벽부터 잠에서 깨어나 씻지도 않은 채 몇 시간이나 가이드북을 예습하며 심기일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무경험에서 비롯되는 실수들이 밤새워 공부한다고 단숨에 사라질 수는 없었다. 이승기는 크로아티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짐 날라주는 포터를 공짜라고 착각하는 바람에 적잖은 돈을 날리고 말았던 것이다. 처음부터 맹한 모습을 보였으니 누나들의 믿음을 얻기란 아직도 머나먼 일이었다. 초보 짐꾼 이승기의 든든한 조력자는 역시 막내 누나 이미연이었..
터키에서의 첫 날, 짐이 되어버린 짐꾼 이승기의 고난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도대체 어느 만큼의 설정이 들어간 건지, 아니면 그게 전부 다 이승기의 본래 모습인 건지, 약간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이승기는 지갑과 여권을 물 새듯이 줄줄 흘리고 다녀서 누나들이 대신 챙겨주게 만들었고, 최선을 다해 정신을 바짝 차려도 모자랄 판인데 느닷없이 팽이에 정신이 팔려 혼자 노느라, 터키의 낯선 거리에 누님들을 방치해 두었다. 평소의 영민하고 사려 깊은 이승기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환전 등의 일처리를 위해 어디론가 갈 때는 분명히 말을 하고 가야 하는데 갑자기 휙 사라져서 남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일단 그렇게 사라진 후에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아서 하염없이 기다리게 만들었다. 지금껏..
'꽃보다 할배'의 성공에 탄력받아 그 어떤 예능보다도 큰 기대와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꽃보다 누나'의 첫 방송이 전파를 탔다.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하여 동유럽 크로아티아에 이르는 여정인데, 첫 방송은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까지의 준비 과정과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해서 좌충우돌 헤매는 장면들로 꽉 채워졌다. 드디어 여행을 좀 시작하나 싶더니만 곧바로 끝나버린 셈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보다 누나' 1회는 기대치를 윗도는 웃음과 재미를 선보였다. 단연 최고의 포인트는 누나들을 모시고 '짐꾼'으로 출발했으나 얼마 못 가 '짐'으로 전락해 버린 이승기의 멘붕이었다. 물론 할배들을 모시고 다녔던 이서진도 초반에는 적잖이 헤매고 힘들어했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43세의 연륜과 경험으로 무장한 이서진..
요즘 '1박2일' 제작진이 심기일전하여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 '런닝맨'이 단순한 게임의 무한 반복으로 지루해져 가는 동안 '1박2일'은 매번 새로운 기획으로 흥미를 더하는 중이다. 멤버들이 각자 3명씩의 친구를 데려왔던 '친구 특집'도 나름 재미있었지만, 특히 이번 주에 방송된 '캠퍼스 24시'는 다른 예능에서 본 적 없는 신선한 기획이었다. 멤버들은 경북대(유해진, 이수근, 주원), 카이스트(엄태웅, 차태현), 전남대(김종민, 성시경)로 파견되어 자유롭게 캠퍼스 생활을 체험했다. 학교마다 특색과 분위기는 달랐지만, 젊은 대학생들이 뿜어내는 열정과 활기찬 에너지는 모두 같았다. 2008년 방송분이었나, 문득 '1박2일' 시즌1에서 이수근, 은지원, MC몽이 느닷없이 충주..
'1박2일 - 강릉 바우길을 걷다' 편에서 차태현과 엄태웅은 2인 1조가 되어 걷고 있었습니다. 배우라는 직업도 같고 소탈한 성격도 비슷한 그들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죠. 직업적 성공이나 대중의 인기가 반드시 행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진정한 행복은 가족과의 소소한 일상에 있는 것 같다고 그들은 말했습니다. 얼마 후 태어날 셋째를 기다리는 차태현은 훗날 아이들 셋이 나란히 발 맞추어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고 하더군요. 아내가 출산 후에는 독한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당신, 다른 여자와 사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겠어!" 라고 선언했다는 말에 함께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딸을 얻은 초보아빠 엄태웅도 한창 자식 키우는 즐거움에 빠져 있는..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보자면 많이 허술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악역 조관웅(이성재)의 너무 쉬운 몰락과 최후는 실소를 금할 수 없을 만큼 허탈했다죠. 이제껏 그 놈 하나 때문에 얼마나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이 모진 고통을 받아 왔는데, 막상 이순신(유동근)이 좌수영 군사들을 이끌고 백년객관으로 들이닥치자 속수무책, 저항다운 저항 한 번 못 해보고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기 바쁘더군요. 물 건너 일본에서 왔노라며 마치 끝판왕이라도 되는 양 온갖 폼을 다 잡던 궁본 사람들, 재령과 가케시마 노조도 별 수 없었습니다. 분노한 이순신의 한 방에 강아지처럼 겁 먹고 짐 싸서 다시 물 건너 도망쳐 버렸죠. 이렇게 쉬운 거면 왜 그토록 오랫동안 상처입고 피 흘리면서 그들의 온갖 악행을 견디어 왔던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