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종영 드라마 분류/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11)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지완아, 울지 마라. 언제나 너의 환한 웃음만을 보고 싶었는데, 나 때문에 너무 많이 울었어. 이젠 울지 마라. 언젠가 아주 오래 전에 네가 말했었지. 우리는 전생에 연인이었다고... 사랑했지만 어떤 오해로 헤어진 연인이었거나, 아니면 부모님의 반대와 세상의 방해 때문에 안타깝게 헤어진 연인이었을 거라고... 그리고 내가 너를 알아볼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절대 지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네가 말했다. 너 자신도 몰랐겠지만, 어쩌면 네 말은 사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전생이란 것이 있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그 생에서 연인이었을 거다. 안타깝게 이루지 못한 사랑을 꼭 이루기 위해, 이렇게 다시 태어났을 거다. 어쩌면 전생에 우리가 남긴 사랑이 너무 커서, 너의 아버지와 내 어머니가 더 오래 전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이하 '클스') 의 출발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수의 아역 김수현과 한예슬의 아역 남지현, 그리고 비록 시간은 짧았지만 한지완의 오빠 한지용으로 등장했던 송중기의 모습들이 매우 신선하게 눈길을 사로잡았지요. 그리고 원숙한 이미지로 또 다른 사랑의 한 갈래를 보여주는 천호진과 조민수의 모습은, 젊은이들의 아픈 사랑과 더불어 씨줄과 날줄이 교차되며 고운 베를 짜내려가듯, 애잔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갔습니다. 차강진과 한지완은 이미 학창시절부터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불가항력적인 헤어짐이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었지요. 지완이가 잃어버리게 한 강진의 펜던트를 찾아주려고 차가운 강물 속에 들어갔던, 지완의 오빠 지용이가 그대로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한지용의 죽음은 두 사람의..
절대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는 결코 그런 식상한 출생의 비밀을 이용하여 남녀 주인공을 남매로 만들지 않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불안합니다. 9회에서 보여준 차강진(고수)과 한준수(천호진)의 내면적 모습이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닮아 보이더군요. 차강진은 의심의 여지 없이 한지완(한예슬)을 사랑하지만, 자기가 그녀에게 상처가 되는 인물임을 깨닫고 그녀를 위해 물러섭니다. 자기를 향한 그녀의 사랑이 깊다는 것을 알기에, 억지로라도 떼어내기 위해서 일부러 나쁜 남자가 됩니다. 그녀의 눈앞에서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에게 입을 맞추는 치사스런 방법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 후에 다시 만나서도 그의 '가짜 나쁜 남자' 행..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그녀가 오랫동안 아팠습니다.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그녀가 나 때문에 참 오랫동안 많이도 아팠습니다. 그녀는 나를 피해 도망쳤는데, 나는 자꾸 그녀에게 다가섰습니다. 그녀가 점점 더 아파하는 것도 모르고, 나 혼자 웃으며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나 때문에 그녀의 오빠가 죽었다고 합니다. 내가 강물에 빠뜨린 펜던트를 찾아 주려다가, 그 차가운 강물 속에서 죽었다고 합니다. 나는 그녀의 오빠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먼 옛날, 아직 소년이던 나를 찾아와, 그녀를 부탁하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에게 약속했었습니다. 그녀에게 상처주지 않고, 울리지 않겠다고, 그녀를 매일 행복하게 해주고, 웃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나 때..
1976년, 서러운 비가 내리던 봄의 어느 날... 오늘 내가 버린 것은 춘희가 아니다. 인간으로서 타고난 본래의 욕망이다. 나는 그녀를 버리면서 나의 모든 욕망도 함께 버렸다. 우리는 단지 사랑했을 뿐인데, 우리가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이 우리를 미워했다. 나는 춘희에게 도망치자고 말했다. 그녀는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새벽, 첫 기차를 타고 떠나기로 우리는 약속했다. 지금쯤 그녀는 기차역에서 무거운 짐을 손에 든 채 하염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첫 기차를 놓치고, 두번째 기차도 놓치고, 그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비겁한 사내다. 앞으로 다가올 고난들이 두려워 진정한 사랑을 버린 나는, 변명조차 할 수 없는 비겁한 사내다. 춘희에게로 달려가는 대신, 따뜻한 영숙이의..
세월의 저편에서 문득 꿈처럼 다가와, 당신이 나에게 묻습니다. 차강진, 당신을 모르느냐고 묻습니다. 차라리 모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이 펜던트가 내 목에 걸려있는 동안, 어떻게 잠시라도 잊을 수 있었을까요? 당신의 것이지만, 내 오빠의 마지막 선물이라... 당신에게 차마 건네주지 못하고 이 마음을 숨기듯 그저 숨기고만 있었습니다. 당신의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나의 잘못이었지요. 당신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펜던트를 잃어버리게 한 것도 나였고 그것을 대신 찾아주겠다고 차가운 강물 속으로 걸어들어가던 오빠를 멀뚱히 바라보던 것도 나였으니까요. 나의 잘못이기에, 더 많이 아팠습니다. 너무 아파서 한시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당신의 존재는 오빠의 죽음과 쌍둥이처럼 붙어다니게 된..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제4회에서 저는 진정한 '강한 남자'로 멋지게 성장한 차강진(고수)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시대에 따라 매력적인 인물상은 달라지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언제나 변치 않는 것은 '약한 남자'보다는 '강한 남자'가 매력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어떤 남자가 정말로 강한 남자냐 하는 문제에 정답을 제시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힘이 센 남자일까요? 아니면 지위가 높은 남자일까요? 또는 돈이 많은 남자일까요? 물론 강한 남자가 되기 위해 이러한 조건들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저런 외형적 조건들만으로는 어딘가 허전합니다. 진정, 강한 남자란 어떤 남자를 가리키는 것일까요? 저는 차강진에게서 바로 그런, 강한 남자를 발견했습니다. 차강진은 특별히 힘이 세지도, 돈이 많지도,..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의 남녀 주인공들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습니다. 누군가 그 구멍 안을 들여다본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어두운 깊이에 온 몸을 떨게 될 것입니다. 검게 벌어진 상처... 좀처럼 아물지 않는, 어쩌면 그들의 인생 끝까지 따라다닐 그 깊은 상처의 구멍을 낸 사람은 바로 그들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 남들에겐 포근한 그 이름이, 차강진(고수)과 한지완(한예슬)에게는 쓰라린 이름입니다. '미남이시네요'의 모화란을 보며 그 '나쁜 어머니'의 모습에 경악한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강진의 어머니와 지완의 어머니는 어느 면에서 모화란보다 더 지독하게 나쁜 어머니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마음의 고향이고, 어머니의 사랑은 인격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해주고, 어머니..
요즈음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일이 거의 없는 제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2회를 보면서는 두 번이나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한 번은 앞서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대로 한지완의 아역 남지현의 너무도 리얼한 눈물 연기를 보았을 때였고, 또 한 번은 한지완의 오빠 한지용으로 잠시 출연했던 송중기의 마지막 미소를 보았을 때였습니다. 한지용은 그야말로 '완벽한 인간'의 캐릭터였습니다. 잘 생긴 외모에 명석한 머리와 착하고 자상한 성격까지... 그는 부모의 자랑이었고 동생의 자랑이었고 온 동네의 자랑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군입대를 앞두고 휴학하여 잠시 고향에 내려왔던 그의 앞길에 그토록 허망한 운명이 자리잡고 있을 줄을 누가 알았을까요? 오랜만에 만난 다 큰 여동생을 번쩍 안아들고 빙글빙..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제2회 중반부에서 아역들이 하차했습니다. 그러나 쉽사리 그 포스가 지워질 것 같지는 않네요. 고수의 아역 김수현과 한예슬의 아역 남지현은 정말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떠났거든요. 고수는 2회 후반부에서 역시 만만치않은 내공을 과시하며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김수현이 넘겨준 바통을 무난히 넘겨받는 데에 성공했습니다만, 2회의 엔딩부분에서 잠시 얼굴을 비춘 것으로 끝나버린 한예슬이 과연 남지현이 건네준 바통을 놓치지 않고 잘 받아낼 수 있을 것인지는 다음 주의 방송을 보고 난 후에야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남지현의 신들린 연기에 대해서는 굳이 제가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제 눈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하나만 짚고 넘어갈까 합니다. 함께 경찰서에 들어갔다 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