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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한지완(한예슬)의 편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크리스마스에' 한지완(한예슬)의 편지

빛무리~ 2009. 12. 1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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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저편에서 문득 꿈처럼 다가와, 당신이 나에게 묻습니다.

차강진, 당신을 모르느냐고 묻습니다.
차라리 모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이 펜던트가 내 목에 걸려있는 동안, 어떻게 잠시라도 잊을 수 있었을까요?
당신의 것이지만, 내 오빠의 마지막 선물이라... 당신에게 차마 건네주지 못하고
이 마음을 숨기듯 그저 숨기고만 있었습니다.

당신의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나의 잘못이었지요.
당신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펜던트를 잃어버리게 한 것도 나였고
그것을 대신 찾아주겠다고 차가운 강물 속으로 걸어들어가던 오빠를 멀뚱히 바라보던 것도 나였으니까요.
나의 잘못이기에, 더 많이 아팠습니다. 너무 아파서 한시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당신의 존재는 오빠의 죽음과 쌍둥이처럼 붙어다니게 된 것을
어쩌란 말입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를 어쩌란 말입니까?

왜 말도 없이 갑자기 떠났느냐고 당신이 나에게 묻습니다.
나는 그때처럼, 지금도 당신에게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그때처럼, 도망치려고만 할 뿐입니다.


나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나는 예전 그대로 못난이 한지완인데
당신은 많이도 변했군요.
한 번도 좋아한 적 없다는 나의 거짓말에 상처받아 열병을 앓던 소년은
이제 나의 거짓말에 속지 않을 만큼 강해졌군요.
이미 오래전에 잊었다는 나의 거짓말은, 당신의 미소 앞에 부서지고 맙니다.
"반갑다, 한지완. 다시 만나서"

날 보고 어쩌라고 이렇게 성큼성큼 다가섭니까?
나의 조그만 다락방에 햇빛 쏟아지는 창문을 내어 주려고
밤새 땀흘린 이마와 다쳐 피흘린 손을 보며, 날 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사랑할 수 없는 나를, 도망도 못 치게 하는...
당신, 잔인하다는 것을... 당신은 모르겠지요.
아니, 어쩌면 잔인한 것은 당신이 아니라 우리의 운명일 것입니다.
당신처럼 강하지 못한 나는, 두려워합니다.
당신을 두려워하고, 사랑을 두려워하고, 운명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애원합니다.
나를 흔들지 말라고, 먼 곳에 있어 달라고, 나는 소리없이 애원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듣지 못하고, 오늘도 이렇게 내 앞에 서 있습니다.
오래 전 그날처럼, 이렇게 내 앞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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