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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젊은 연예인들 중 누군가가 불시에 죽음을 맞이하면, 나는 그가 생전에 출연했던 작품들을 다시 찾아보며 회상에 잠기곤 한다. 한창 살아야 할 젊은 나이에,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우월한 외모와 특출한 끼와 재능을 지녔으면서, 반짝반짝 빛나는 그 모습을 좀 더 오래 보여주지 못하고 일찍 떠나가야 했던 운명이 안타까워서인 것 같다. 특히 최근 세상을 떠난 배우 김성민은 각종 인기 드라마와 예능을 통해 대중에게 매우 친숙한 연예인이었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졌던 인물이라 더욱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장기 기증을 통해 무려 5명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물하고 떠날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은 적잖은 위로가 되어 주었다. 나는 그리운 마음에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와 예능 몇 편을 다시 시청했다. 드라마 ..
'일밤-복면가왕'에 출연한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의 정체가 누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미 대중의 반응은 98% 정도 김연우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나 역시 그러한데, 이유는 가왕 진출전에서 에일리와 대결할 때 불렀던 마지막 노래 '가질 수 없는 너'의 목소리가 영락없이 김연우였기 때문이다. 배다해와 듀엣으로 '오페라의 유령'을 부를 때는 힘찬 바리톤 음색이 인상적이라 성악을 전공한 뮤지컬 배우 또는 팝페라 가수가 아닐까 싶었고, 두번째 무대에서 솔로곡 '만약에 말야'를 부를 때는 전혀 딴사람처럼 확 달라진 강렬한 탁성의 록 보이스에 놀라서 멍해진 나머지 누군지를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역시 본인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발라드를 부를 때는 원래의 목소리..
도대체 '송포유'라는 프로그램은 왜 그토록 불편하고 싫었을까? 불과 2년 전 '남자의 자격 - 청춘합창단'이 소년원을 방문했을 때는, 방송 이후 곳곳에서 호평이 쏟아졌다. 어린 날의 실수로 인생에 지우기 힘든 오점과 상처를 남기게 된 아이들을,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청춘합창단이 노래로써 다독이며 위로하는 모습은 커다란 감동이었다. 아이들도 '청춘합창단'을 위해 노래 선물을 준비했는데, 얼굴이 모자이크로 가려진 채 입을 모아 'You raise me up'을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참으로 맑고 깨끗했다. 그 방송에는 오직 긍정적 효과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송포유'는 도대체 어떤 점에서 달랐던 걸까? 최근 1~2년 동안 이 시대를 지배하는 단어는 '힐링(healing-치유)'이 되었다. '치유'라는 ..
벌써 세 번째 합창단입니다. '남자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101가지'라는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분명 걸맞지 않는 기획이죠. 전문 합창단원도 아닌데 죽기 전에 합창을 세 번씩이나 해야 한다는 건 누가 보더라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박칼린을 내세웠던 시즌1의 대성공에 황홀한 나머지, 그 단맛을 잊지 못한 제작진이 같은 아이템을 줄기차게 우려먹는다는 느낌이 확연하니 그런 점에서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모여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가는 합창 연습의 과정도 처음에는 매우 흥미롭고 신선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식상해져 버렸죠. 이런 상황에서 더 뽑아낼 단맛이 과연 남아있을까 싶었는데, 뜻밖에도 한국 최고의 마에스트로 금난새가 선뜻 지휘를 맡겠다고 승낙한 것을 보고는 약간의 기대감이 생..
항상 그렇듯 '슈퍼스타K4'에도 여러가지 사연을 지닌 참가자가 많았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도전의 기회를 준다는 것은 '슈스케' 시리즈의 큰 장점 중 하나이죠. 아이돌 기획사에 들어갈 것을 목표로 십여 세의 어린 참가자들만이 도전하는 'K팝스타' 시리즈에 제가 끌리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대국민 오디션이란 그 결과가 어떻든 대상의 제한없이 이루어질 때 가장 매력적인 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 해서 꿈의 실현과 경쟁만을 목표로 한다면, 무려 79세의 연세로 과감히 슈스케에 도전하여 서태지의 랩과 춤을 멋지게 소화하시는 서창모 옹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즐거움을 어찌 누릴 수 있겠습니까? 사업 실패 후 페인트공으로 일하고 계신 54세의 은종엽씨에게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
지난 주에 방송된 '남자, 여자를 만나다' 편에서는 '남자의 자격'의 오랜 숙원(?)이던 김국진의 공개맞선이 드디어 이루어졌습니다. 지금은 종편으로 갔지만 신원호 PD가 '남격'을 맡고 있을 때부터 대놓고 욕심내던 프로젝트가 김국진의 소개팅이었죠. 2010년 11월 당시, 김성민과 이정진의 소개팅 미션을 기획한 것도 원래는 김국진을 노린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김국진은 느닷없이 불가마 위에라도 올려진 듯 화들짝 놀라면서 극구 사양을 했습니다. 그 때 PD와 동료들이 합심해서 너무 심하다 싶을만큼 김국진을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고 저는 매우 불쾌한 심정이 들었지요. 타인의 사생활에 해당하는 부분을 너무 지나치게 간섭하고, 심지어 당사자가 그토록 거북해하는데도 마구 강요하다시피하는 그 태도들이 보기에 좋지 않았..
오랜만에 '남자의 자격'을 보았습니다. 언제부턴가 너무나 구태의연해진 우려먹기식의 아이템에 질리면서 눈길이 끌리지 않더군요. 그러나 이번 주에는 젊은이들로 가득찬 강당의 무대에 서서 강연을 하고 있는 김태원의 모습을 얼핏 보는 순간, 채널을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내용을 듣기도 전에,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괜시리 따스해지면서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던 겁니다.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어떤 것에서 위로를 받고 즐거움을 느끼는가는 사람마다 다르지요. 제 경우는 한동안 김태원의 '언어'가 그 역할을 담당해주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의 음악도 좋았지만, 음악 중에서도 특히 가사가 좋았습니다. '위대한 탄생'의 멘토를 맡아 백청강, 이태권 등의 제자들을 이끌면서 해주었던 말들도 모두 제 마음에 햇..
얼마 전 '힐링캠프'에 출연한 윤종신은 평생 완치되지 않는 희귀병인 '크론병'을 앓고 있음을 밝혀 가슴 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병이 있음을 알고부터 노력을 통해 오히려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게 되고, 그 모든 고통을 기꺼이 함께 짊어져 준 아내의 사랑을 통해 예전보다 더욱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느낌이 확 전해져 오더군요. 함께 출연한 아내 전미라는 "내가 운동선수 출신이라 남달리 도전정신(?)이 강한 편"이라면서, 윤종신으로부터 병이 있다는 고백을 받았을 때 "이 남자의 병을 내가 낫게 해주어야겠다"는 도전정신이 불쑥 생겼다고 말해서 주위의 웃음을 유발했지만, 깊은 사랑이 아니고서야 어찌 쉬운 결정이었겠습니까? 평소 예능에서 '깐족'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는 윤종신인지라 아내와 가족에 대한 애..
'나는 가수다' 시즌1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좀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김경호는 명예졸업에 성공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두었군요. 명예 졸업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김경호의 수상 소감이었어요. '나가수'에서는 너무도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만 보여주었기에, 그가 한동안 희귀병으로 투병하며 많이 아팠던 사람임을 잊고 지냈거든요. "제가 아프고 나서, 회복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무대에 세워 주셔서... 다시 회복된 모습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명예보다도, 알게 모르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염려해 주었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는 그 말이 저는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즌1의 마지막 무..
1월 8일자 '남자의 자격' 방송에서 이경규는 자신이 4개월 전부터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투병중이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꾸준한 약 복용과 운동 요법 등으로 현재는 많이 나아진 상태이지만, 툭하면 예고 없이 닥쳐오는 강한 죽음의 공포는 견디기 힘들었노라 고백하더군요. 가슴 통증으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고, 자신이 살아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꼬집어 보기 일쑤였으며, 느닷없이 녹화를 중단한 채 병원에 달려갔던 적도 몇 차례나 있었다고 합니다. 병을 숨겼던 탓에, 모두들 그저 과로 때문인 줄만 알았다지요. 방송을 보며 저도 많이 놀랐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얼마 전 이수근이 아내와 둘째 아들의 투병 사실을 고백하며 눈물을 흘릴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