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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너의 등짝에 스매싱' 홈페이지에는 "인생의 후반부에서 한 순간에 몰락해 버린 베이비부머 세대 가장의 눈물겨운 사돈살이, 또 애석하리만큼 큰 시련을 맞게 되는 영이 맑은 한 청춘이 꿈과 사랑에 대해 눈뜨는 웃픈 성장기를 담은 시트콤" 이라는 프로그램 소개가 나와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의 주인공은 현재 가장 불쌍한 처지로 사돈살이를 하고 있는 박영규와 박현경(엄현경) 부녀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모두가 깨알 재미를 주는 소중한 캐릭터들이지만. 그런데 아무리 현재 처지가 난감하다 해도 나는 박영규의 미래를 염려하지 않는다.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작품들을 살펴볼 때, 김병욱(스텐레스김)은 중년 이후 캐릭터들에게 아무리 큰 시련을 주었더라도 결국은 극복하고 해피엔딩을 맞이하도록 해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란 법화경의 한 구절로서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어느 정도 인생을 알아갈 때쯤이 되면 '회자정리'의 먹먹한 슬픔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거자필반'에는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은 떠나기보다 훨씬 어렵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것 또한 헤어지기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자필반'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회자정리'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짐작컨대 '거자필반'을 '회자정리' 뒤에 붙여둔 것은 중생의 애달픔을 불쌍히 여긴 성현들의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아주 가끔씩은 '거자필반'의 기적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작년 가을부터 소소한..
최근 '감자별 2013OR3'에서는 설렘이나 감미로움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저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나열하며 간헐적인 웃음을 주었을 뿐이다. 이제껏 김병욱 PD의 작품을 관통하던 시트콤답지 않은 멜로의 애틋함도 없거니와 아리송한 전개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러브라인도 없다. 오히려 노민혁(고경표)이 기억을 잃고 7살 어린아이가 되었을 때는 더 흥미롭고 설렜는데, 기억을 되찾고 어른이 된 후부터는 급격히 설렘이 사라졌다. 7살 노민혁은 순수한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며 거침없이 나진아(하연수)에게 다가섰지만, 29살 노민혁은 뻣뻣한 외양 속에 마음을 감추고 한켠에 물러선 채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는 동생 노준혁(여진구)을 배려하는 행동이었겟지만, 표현하지 않는 사랑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감자별' 2회까지 시청한 느낌이 매우 좋다. 개인적으로는 '하이킥' 시리즈나 그 이전의 명작들보다 출발이 훨씬 좋은 듯하다. 각각의 캐릭터 구축이 확실함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내가 김병욱표 시트콤에서 유난히 즐기는 그 뭐랄까, 아련하고 애틋한 느낌이 초반부터 여실히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스텐레스 김은 청춘남녀의 러브라인을 복잡하고 아리송하게 꼬아서 중반을 넘기도록 예측 불가하게 만들곤 하는데, 이번에는 어찌 된 셈인지 단 2회만에 두 남녀의 러브라인이 아주 또렷한 선을 그리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물론 이대로 확정이라고 볼 수야 없겠지만, 어쨌든 김병욱의 다른 작품에서는 거의 본 적 없는 독특한 전개인 것만은 확실하다. 아, 그런데 미처 감정이 무르익을 새도 없이 초고속으로 진행..
이 시대 학교의 암울한 현실을 제법 실감나게 그려냈던 드라마 '학교 2013'이 해피엔딩의 막을 내렸습니다. 약간의 작위적인 느낌은 있었지만 그쯤은 탓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훈훈하고 아름다운 결말이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지만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는 얼마나 큰 삶의 힘이 될 수 있는지, 굳게 닫았던 입을 열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 우리는 얼마나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이 드라마는 새삼 절실히 깨닫도록 해 주었군요. 그 깨달음만으로도 가슴 한 구석이 따스해지니, 생각하면 눈물나도록 고마운 작품이었습니다. 아무리 어두운 세상이라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은 있고, 이기심으로 팽배한 세상 속에도 여전히 사랑과 우정은 존재한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또한 가르쳐 주었습니다. 메..
'유령'은 상당히 특이한 드라마입니다. 보통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는 1회에 총력을 기울이고 2회부터는 슬슬 힘을 빼는 법이죠. 그래야 첫방송에서 시청자를 사로잡기가 수월하니까요. 최근 시작된 '추적자'와 '각시탈'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숨막힐 듯 진행이 빠르고 역동적이던 1회에 비해, 2회는 현저히 늘어지고 약간은 지루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그래도 실망하지는 않았어요. 원래 그게 당연한 거니까요. 그런데 '유령' 만큼은 예외였습니다. 1회는 첫방송치고 임팩트가 부족하다 싶을 만큼 평이하고 잔잔하더니만, 오히려 2회가 상상초월 대박이군요. 저는 편안히 누워서 보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벌떡 일어나 가슴을 졸이며 손에 땀을 쥐고 시청했습니다. 드라마든 영화든, 이렇게까지 완벽 몰입해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부제 : 윤계상의 고백과 김지원의 눈물, 가슴 미어지는 엇갈림의 시간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처럼, '하이킥3'의 결말도 아직은 알 수가 없습니다. 미국에 계신 박하선 어머니의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짐으로써, 윤지석-박하선 커플의 미래도 장담할 수는 없게 되었군요. 당장 미국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전화는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했는데, 그렇다고 지하커플에게 위기가 닥쳤다고 단정짓기도 어렵습니다. 박하선의 부모님이 굳이 반대하실 만큼 윤지석이라는 인물에게 큰 결함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오히려 어머니의 건강 악화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바짝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그렇더군요. 결국 이적의 아내는 반전없이 백진희로 확정되었습니다. 그녀는 이적과 얽히는 에피소드..
"저도 아저씨를 따라서 르완다에 가고 싶어요!" 언젠가는 김지원의 입에서 그 말이 꼭 나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장면에서 제가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실은 오랫동안 설레면서 기다려 왔던 장면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표정과 목소리로 그 말을 할지가 늘 궁금했지요. 아직 신인에 불과한 김지원의 연기력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김병욱이 선택한 여주인공이니까, 연기자가 좀 부족하더라도 정성껏 이리저리 고치고 다듬어서 최고의 모습으로 만들어 주리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무슨......;; 지난 번 놀이공원 에피소드 이후로 급격히 망가져 가고 있는 김지원의 캐릭터 때문에 좀 불안하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스텐레스김이 예측 불허 '뒤통수 반전'의 대명사가 된 것은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 때문이었지요. 별로 명예로운 칭호는 아니었습니다. 아무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만큼 충격적인 반전이었다는 것은, 그만큼 중간 부분의 개연성이 떨어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발표된 후, 그 범인이 너무 뜻밖의 인물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일었다지요. 최소한의 복선도 깔아놓지 않고 제멋대로 이끌어낸 결말이었다며 비난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전문가들의 세심한 분석을 통해 크리스티가 곳곳에 숨겨 놓은 미묘하고 세심한 복선들이 속속 드러나며 비난은 곧 감탄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붕킥'은 그런 경우가 아니었죠. '지붕킥'의 결말 때문에 온 세상이 시끄럽던 당시,..
그러잖아도 갈 길이 바쁜데 95~96회에서 별 의미 없는 에피소드를 끼워넣으며 주춤거리는 것을 보고 저는 몹시 황당했습니다. 무심히 보는 프로그램이라면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겠지만, '하이킥'에는 각별한 애정을 지닌 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특히 95회에서는 윤계상의 과거 에피소드가 나온다 해서 무척 기대가 컸고, 게다가 최다니엘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하니 잔뜩 설레며 기다렸었죠. 어쩌면 과거 윤계상이 명인대학 병원에서 쫓겨난 이유가 밝혀진, 그 완벽했던 24회보다도 퀄리티가 더욱 높을 거라 기대했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뜻밖의 유치함과 허망함으로 뒤통수를 칠 수 있을까요..;;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까지 버리고 학교로 돌아갈 만큼 김지원을 향한 짝사랑에 올인하는 안종석(이종석)의 순수함 때문에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