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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요즘 '나는 SOLO(나는 솔로)' 9기가 그렇게 재미있다기에, 여기저기서 화제성이 장난 아니기에 뒤늦게 정주행을 했다. 과연 매우 자극적이고 재미있게 만들어진 짝짓기 예능이었다. 이번 9기 출연자들은 각자 개성도 강하고 다채로운 성격들을 지니고 있어서 최고의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 중에도 단연 화제의 중심에는 38세의 정신과 의사 '광수'가 있었고, 과연 마성의 남자라고 불릴만한 그는 반전의 자기소개 이후 모든 여성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최후에는 옥순과 영숙, 두 여자가 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데 과연 광수는 누구의 손을 잡을 것인가? 하지만 나는 광수의 선택이 궁금한 것 못지 않게, 더욱 안타깝고 관심 가는 사람이 있었다.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던 '영식'이 바로 그였다...

요즈음 이상하게도 막장드라마, 특히 복수극 장르에 새삼스런 재미를 느끼게 되어 과거에 방송되었던 몇 개의 막장 복수극들을 찾아 정주행하는 중이다. 그런데 오늘 간신히 시청을 마친 '유리가면'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후반으로 갈수록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특히 '유리가면'의 엔딩(결말)은 이제껏 평생 드라마를 즐겨 온 시청자의 입장에서 볼 때, 맹세코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고까지 표현할 만큼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그 이유는 선역인 주인공 강이경(서우)에게만 끝내 희생과 용서와 화해를 강요하다시피 하는 작가의 아집 때문이었다. 강이경의 쌍둥이 동생 강서연(김윤서)은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언니인 강이경을 모함하고 누명을 씌웠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이기까지 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살..

최웅(최우식), 그의 느낌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나는 '새털구름 같은 남자'라 부르고 싶다. 한없이 가볍고 포근하면서도 가장 높은 곳에서 눈부신 빛을 발산하는 그런 사람... 말하자면 이건 그냥 '사기캐'다. 매우 비현실적인 존재라는 뜻이다. 꿈도 욕심도 없다고 스스로 말해 온 사람, 낮에는 햇빛 아래 누워 있고 밤에는 등불 아래 누워 있는 것이 제일 좋다고, 평생 그렇게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던 한심한(?) 소년... 하지만 그는 타고난 재능으로 불과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스타 화가가 되어 있다. 그런 최웅에 비해 국연수(김다미)의 느낌은 상당히 무겁고 어둡다. 또 그만큼 현실적이기도 하다. 부모 없이 할머니와 단둘이 살며, 그러잖아도 빠듯한 생활에 얼굴도 본 적 없는 삼촌의 빚까지..

요즘 방송가에는 일반인들의 '짝짓기 예능', 좀 순화시켜 말한다면 '데이트 예능'이 그야말로 대세다. 관찰자(시청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솔직히 재미는 있는데, 오래 전 '짝 애정촌'에서 여성 출연자의 자살 사건도 있었던 만큼 어딘가는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한정된 공간에 한정된 시간 동안 사랑에 목마른 청춘 남녀를 몰아넣고, 다른 일상에서는 모두 떠나온 채 오직 '사랑에 빠지는 일'에만 몰두하게 한다는 건 좀 위험하고 잔인해 보인다. 서로의 마음은 항상 엇갈리고, 누군가는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걸... 감정적 자극이 극대화되면...ㅠ 부디 출연자들이 알아서 자기 성격을 파악하고 스스로 강철멘탈을 자신할 때만 출연하기를 바랄 뿐... 사실 나는 '돌싱글즈'의 처음 컨셉을 접했을 때 매우 큰 우려를 했었..

배우 장가현과 그의 스무살 된 딸 조예은이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출연했다. 어려서부터 매우 예민한 기질을 보였다는 조예은 양과 그에 현명하게 대처하려 노력했던 엄마 장가현의 이야기가 인상깊게 펼쳐졌다. 내 생각에 장가현은 100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85점은 넘어 보이는 좋은 엄마 같았다. 정신과 의사 : 예은이는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입니다... 정신과 의사 : 아이가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대처해 주세요... "좀 특이한 모습이 보여도 혼내거나 하지 않고 아이에게 맞춰 줬어요..." 의사의 조언을 충실히 따랐던 어머니... (솔직히 부럽다) 오은영 박사 : 예민한 아이들은 주변의 다양한 자극을 쉽게 받아들이질 못하죠. 오은영 박사 : 남들은 느끼지 못하는 부분에서도 예민한 아이들은 불..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의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 성삼문(1418~1456) 아주 오래 전, 학생 시절부터 좋아하던 시조였는데 문득 오늘 다시 떠올랐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2행은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고, 제1행과 제3행만 생각났을 뿐 아니라 지은이조차도 누구였는지 가물가물했다. 평생 나름 괜찮은 기억력과 암기력을 자신해 왔건만, 좋아한다면서도 어느 덧 저 짧은 시조 한 수마저 온전히 기억 못하게 되어버린 세월에 나는 고소(苦笑)했다. 하지만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인간의 본성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나는 10대 여고생이었던 수십 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여전히 '독야청청'이라는 단어에 매혹된다. 흰 눈은 원래 ..

“장애가 있으면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좋아해도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면 아니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고 해도 내가 사랑이라면 사랑이예요.” “저와 하는 사랑은 어렵습니다.”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하실 겁니까?” “네!” ******* 일단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이 변호사가 되어 사회 횔동을 한다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스토리에 어느 정도의 현실성이 있는지는 생각지 않도록 하겠다. 그보다는 생각해야 할 것이 더 많은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지적 장애인 여성과의 사랑을 핑계삼아 그녀의 몸과 마음과 경제력까지 착취한 남성에게 법원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올바른 판결이었다. 습관적으로 장애인 모임을 찾아다니며 정신적으로 약한 여성들만을 골라..

지난 주에 시작된 주말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 오늘 저녁 3회 방송을 앞두고 등장인물을 간략히 소개해 본다. 이현재(윤시윤) : 변호사. 36세. 미혼 제목에 이름이 콕 박혀있는, 명실상부한 주인공이다. (물론 제목은 중의적 의미를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박2일'에서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왔던 본명 윤동구... 윤시윤 배우가 냉철하면서도 현실적인 변호사 캐릭터로 돌아왔다. 현미래 (배다빈) : 퍼스널 쇼퍼. 31세. 법적 이혼녀? 낯선 얼굴의 신인 배우가 여주인공을 맡았다. 전작 '신사와 아가씨'에서 박단단 역을 맡았던 이세희는 매우 성공적이었는데 배다빈은 어떨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요즘 드라마 여주인공 직업으로는 퍼스널 쇼퍼가 꽤 많이 등장하는 듯하다. 요즘 2018년작 '인형의 ..

'뜨거운 씽어즈'는 평균 연령 57세의 중견, 노년 배우 15명으로 이루어진 합창단이다. 그 동안 다수의 참신한 음악 예능을 만들어 온 JTBC에서 새로 시작된 프로그램인데,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역대급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평생 연기만 해 왔던 배우들이, 연기가 아닌 오직 노래만을 하기 위해서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하거니와, 출연하는 배우들이 정말 그 이름만으로도 귀가 번쩍 뜨일 만큼 쟁쟁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 명의 원로 여배우, 86세의 김영옥과 82세의 나문희는 그 자리에 함께 하는 존재만으로도 가슴이 든든하고 따스해진다. 일단 15명의 출연진을 소개해 본다. 제작진은 한 사람마다 재치있는 별명을 붙여서 첫 만남의 어색함을 재미있게 풀어가 보려 시도한 듯하다. 김영옥(아들딸이..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3는 이전 시즌에 비해서 더욱 파격적이고 미친듯한 행보를 보여준다. 어쩌면 이 드라마 속에 정상적이고 상식적으로 흘러가는 스토리는 전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괴랄하다. 이태곤, 성훈, 김보연의 하차에는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시즌3의 대략적 스토리를 알게 된 상태에서 하차를 결정한 거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특히 신유신 캐릭터는 시즌1,2에 비해 너무 매력없게 망가졌다. 이건 단지 배우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는 참 포기하기 힘든 부분들이 존재한다. 임성한 작가만의 마력적 이끌림이라고 해야 할까? 시즌3에서 새로 탄생한 커플들에서는 오히려 이전 시즌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강렬한 설렘이 발산되고 있다. 약간의 당위성은 있는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