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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우원재의 어린 시절 기억... 카센터에서 일하시던 아버지를 막무가내로 구타하던 손님... 그대로 맞고만 계시던 아버지... 그 광경을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자신... 그 외의 수많은 부당한 기억들... 미워하는 게 당연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려 오히려 자책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 오은영 박사가 부드럽게 묻는다. "미워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저는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만 25세의 아직 어린 청년 우원재는 꿈이 크고 의지가 굳어 보인다. 어쩌면 불가능에 도전하려 할 만큼... "하긴 저희 어머니도 말씀하셨어요. '너의 그런 생각은 옳은 것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우리 아들이 정말 자랑스럽지만 엄마는 네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라고요." 그의 어머니도 알고 계셨던 것이..

요즘 '나는 SOLO(나는 솔로)' 9기가 그렇게 재미있다기에, 여기저기서 화제성이 장난 아니기에 뒤늦게 정주행을 했다. 과연 매우 자극적이고 재미있게 만들어진 짝짓기 예능이었다. 이번 9기 출연자들은 각자 개성도 강하고 다채로운 성격들을 지니고 있어서 최고의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 중에도 단연 화제의 중심에는 38세의 정신과 의사 '광수'가 있었고, 과연 마성의 남자라고 불릴만한 그는 반전의 자기소개 이후 모든 여성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최후에는 옥순과 영숙, 두 여자가 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데 과연 광수는 누구의 손을 잡을 것인가? 하지만 나는 광수의 선택이 궁금한 것 못지 않게, 더욱 안타깝고 관심 가는 사람이 있었다.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던 '영식'이 바로 그였다...

요즘 방송가에는 일반인들의 '짝짓기 예능', 좀 순화시켜 말한다면 '데이트 예능'이 그야말로 대세다. 관찰자(시청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솔직히 재미는 있는데, 오래 전 '짝 애정촌'에서 여성 출연자의 자살 사건도 있었던 만큼 어딘가는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한정된 공간에 한정된 시간 동안 사랑에 목마른 청춘 남녀를 몰아넣고, 다른 일상에서는 모두 떠나온 채 오직 '사랑에 빠지는 일'에만 몰두하게 한다는 건 좀 위험하고 잔인해 보인다. 서로의 마음은 항상 엇갈리고, 누군가는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걸... 감정적 자극이 극대화되면...ㅠ 부디 출연자들이 알아서 자기 성격을 파악하고 스스로 강철멘탈을 자신할 때만 출연하기를 바랄 뿐... 사실 나는 '돌싱글즈'의 처음 컨셉을 접했을 때 매우 큰 우려를 했었..

배우 장가현과 그의 스무살 된 딸 조예은이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출연했다. 어려서부터 매우 예민한 기질을 보였다는 조예은 양과 그에 현명하게 대처하려 노력했던 엄마 장가현의 이야기가 인상깊게 펼쳐졌다. 내 생각에 장가현은 100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85점은 넘어 보이는 좋은 엄마 같았다. 정신과 의사 : 예은이는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입니다... 정신과 의사 : 아이가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대처해 주세요... "좀 특이한 모습이 보여도 혼내거나 하지 않고 아이에게 맞춰 줬어요..." 의사의 조언을 충실히 따랐던 어머니... (솔직히 부럽다) 오은영 박사 : 예민한 아이들은 주변의 다양한 자극을 쉽게 받아들이질 못하죠. 오은영 박사 : 남들은 느끼지 못하는 부분에서도 예민한 아이들은 불..

'뜨거운 씽어즈'는 평균 연령 57세의 중견, 노년 배우 15명으로 이루어진 합창단이다. 그 동안 다수의 참신한 음악 예능을 만들어 온 JTBC에서 새로 시작된 프로그램인데,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역대급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평생 연기만 해 왔던 배우들이, 연기가 아닌 오직 노래만을 하기 위해서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하거니와, 출연하는 배우들이 정말 그 이름만으로도 귀가 번쩍 뜨일 만큼 쟁쟁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 명의 원로 여배우, 86세의 김영옥과 82세의 나문희는 그 자리에 함께 하는 존재만으로도 가슴이 든든하고 따스해진다. 일단 15명의 출연진을 소개해 본다. 제작진은 한 사람마다 재치있는 별명을 붙여서 첫 만남의 어색함을 재미있게 풀어가 보려 시도한 듯하다. 김영옥(아들딸이..

표창원 박사와 이수정 교수의 '표리부동'도 재미있게 보았었는데, 얼마 전 새로 시작한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블랙 - 악마를 보았다' 역시 흥미롭게 시청하는 중이다. 그런데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유영철 편을 보다가 문득 범죄자들에게는 한 가지 섬뜩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유영철이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연쇄살인의 책임을 '몸을 함부로 놀리는 여자들'과 '부유한 사람들'에게로 돌렸던 것처럼, 범죄자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문제의 원인이 스스로가 아닌 타인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남에게 돌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백년이 지나도 진심으로 반성할 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잘못이 잘못인 줄을 모르는 것이다. 어쩌면 새로울 것도 없는 매우 당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이 부분에서 섬뜩함을 느꼈던 ..

언제나 금요일이면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를 시청하는 편이다. 육아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금쪽같은 내 새끼'는 시청한 적 없었지만, 금쪽 상담소가 오픈하고 나서는 손꼽아 기다리며 애청하는 방송이 되었다. 오은영 박사 같은 분과 직접 상담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물론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좋은 것에는 그만큼의 대가가 따르는 법이니, 언제나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 중에도 내가 특히 공감했던 방송을 꼽는다면 배우 김혜성이 출연했던 회차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김혜성은 평소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별다른 실수도 하지 않았는데 종종 "싸가지 없다"는 뒷말을 많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오은영 박사는 김혜성의 성격을 '극내향'이라 표현했다. 학술적 용어는 아니지만 내향형 ..

종편 MBN에서 새로 시작된 예능 '돌싱글즈'는 8명의 이혼 남녀들이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장소에 모여 "사랑에 빠지기"라는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연예인이나 방송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낯선 남녀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 살며 호감이 가는 상대를 찾고 데이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SBS의 '짝 애정촌'이라든가 채널A의 '하트시그널'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다만 이번에는 '이혼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는 한 가지 사항이 추가되었다. 한편 새롭기도 하고, 한층 더 자극적일 것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그런데 1회에서 출연자들이 자기 소개하는 모습을 볼 때, 나는 벌써부터 뭔가 위험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혼 남녀'라는 콘셉트로 모였기 때문에 이혼에 관한..

최근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개그우먼 송은이를 보았다. 평소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연예인인데, 이 방송을 계기로 나는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고, 존경하게 되었다. 온통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시청률에 살고 죽는 그 험난한 방송 생활을 수십 년째 해 온 코미디언이 그런 신념을 갖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자신이 만드는 방송이 유익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무해했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말은, 놀랍다 못해 신비롭고 숭고하게까지 느껴졌다. 대중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모든 콘텐츠가 그렇겠지만, 특히 남들을 웃겨야 하는 코미디 분야에서 '자극'이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일 것이다. 의무적으로 남들을 웃겨야 하는 직업이란 얼마나 고달플 것인가? 몇 번 하다 보면 소재는 고갈되고, 아무리 몸부림쳐도 웃..

나는 그저 한 명의 시청자였을 뿐이지만 '런닝맨'에 대한 나의 감정이 특별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재작년 여름, 나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수시로 몰려드는 안좋은 생각들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아무 생각없이 그냥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지나간 예능 프로그램들을 찾아서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런닝맨'에 꽂히고 말았다. 훈훈한 감동이나 아름다운 경치 따위는 원치 않았다. 그냥 떠들썩하고 유쾌하고 자극적인 볼거리가 필요했는데 '런닝맨'이 정말 딱이었다. 게다가 2010년부터 무려 10년째나 지속되고 있는 장수예능이라 봐도 봐도 끝이 없어서 너무 좋았다. 그렇게 '런닝맨'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던 나의 우울감을 극복하는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좋은 치료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