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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씽어즈' 나문희 김영옥의 노래에 뜨겁게 스며들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뜨거운 씽어즈' 나문희 김영옥의 노래에 뜨겁게 스며들다

빛무리~ 2022. 3. 2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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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씽어즈'는 평균 연령 57세의 중견, 노년 배우 15명으로 이루어진 합창단이다. 그 동안 다수의 참신한 음악 예능을 만들어 온 JTBC에서 새로 시작된 프로그램인데,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역대급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평생 연기만 해 왔던 배우들이, 연기가 아닌 오직 노래만을 하기 위해서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하거니와, 출연하는 배우들이 정말 그 이름만으로도 귀가 번쩍 뜨일 만큼 쟁쟁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 명의 원로 여배우, 86세의 김영옥과 82세의 나문희는 그 자리에 함께 하는 존재만으로도 가슴이 든든하고 따스해진다. 

 

 

일단 15명의 출연진을 소개해 본다. 제작진은 한 사람마다 재치있는 별명을 붙여서 첫 만남의 어색함을 재미있게 풀어가 보려 시도한 듯하다. 김영옥(아들딸이 500명), 나문희(여우주연상 7번), 윤유선(데뷔 50년차), 전현무(내일은 고막남친), 우현(연세대 엄친아), 김광규(2집 가수), 이종혁(비주얼 센터), 최대철(어머님들의 박보검), 이병준(예고 교장선생님), 서이숙(쎈언니들의 쎈언니), 박준면(나문희 선생님), 이서환(이정재 친구), 전인권(가수 최초 미니시리즈 남주), 우미화(신구 술친구), 장현성(쎄시봉 이장희). 이상이 '뜨거운 씽어즈'(뜨씽즈)의 멤버 구성이다. 

 

별명 중에 척 하면 척 이해가 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약간의 설명이 필요한 경우들도 있다. 예를 들어 배우 박준면은 영화 '하모니'에 선배 나문희와 함께 출연하며 지휘 동작 등을 가르쳐 드린 적이 있어서 '나문희 선생님' 이라는 식이다. 그리고 아직 좀 낯선 얼굴의 배우 이서환은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 이정재의 친구로 잠시 출연했었다 하며, 누구나 가수로만 알고 있는 전인권은 1992년에 꼭 한 번 미니시리즈의 남주인공으로 연기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다양한 경력을 자랑하는 이 배우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누구나 노래하는 삶을 마음속에 꿈꾸어 왔다는 것이다. 

 

영화 '쎄시봉'에서 가수 이장희 역할을 맡았던 장현성은 기타를 메고 등장하여 '뜨씽즈' 출연 제의를 받고 생각하기를 "난 평생 음악을 짝사랑해 왔는데, 이젠 좀 부끄럽지만 그 짝사랑을 고백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 배우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도 되는 것이 예술적 감성이란 넓게 보면 다 통하는 법이며, 넘치는 끼를 타고난 사람은 특출한 어느 분야에서 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예술에서도 웬만큼은 그 끼를 발휘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평생 한우물만 파는 사람도 있지만,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뜨거운 씽어즈' 첫 방송에서는 합창단원 15명과 더불어 그들을 이끌어 줄 두 명의 감독이 소개되었다.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과 밴드 잔나비 소속 가수 최정훈이었다. 그 두 사람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으로 '뜨씽즈'의 화려한 문이 열렸다. 일단 모든 합창단원들은 음역대와 실력 등을 확인받을 겸 미리 선곡하고 연습해 온 노래를 무대에서 차례로 선보였다. 맨 처음 무대에 오른 사람은 나문희였는데, 놀랍게도 그녀의 선곡은 조덕배의 '나의 옛날 이야기'였다. "쓸쓸하던 그 골목을 당신은 기억하십니까, 지금도, 난 기억합니다~♬" 

 

 

82세의 여배우... 나문희의 진심 가득한 그 노래를 무어라 표현하면 좋을까? 감히 형언할 수 없는 뜨거운 무언가가 삽시간에 나의 가슴과 눈시울을 적셨다. 본인은 남편을 향한 마음을 노래하는 거라 했지만, 단순하게 콕 집어 한 사람만을 향한 노래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녀가 살아 온 세월 속에 만나고 스쳐왔던 그 수많은 사람과 인연들... 그리고 어쩌면 인생 자체를 향한 애달픔과 연민이 느껴졌다. "이 노래를 듣는다면 나에게로 와 주오, 그대여, 난 기다립니다~♬" 잔잔히 떨리는 음색으로 부르던 저 노래를 들었다면, 그 순간 누구라도 그녀를 향해 달려가고 싶어졌을 것이다. 

 

곧이어 서이숙, 김광규, 장현성의 무대가 이어졌다. 서이숙은 마야의 '나를 외치다', 김광규는 김광석의 '사랑했지만', 장현성은 자우림 김윤아의 '스물 다섯, 스물 하나'를 선곡하여 모두 정성 가득한 무대를 선사해 주었다. 그리고 1회의 엔딩을 장식한 사람은 바로 김영옥 배우였다. 그녀의 선곡은 임형주의 '천 개의 바람이 되어' ... 제목을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노래인데 게다가 부르는 사람이 86세의 원로 여배우라니, 듣기도 전부터 손수건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아무리 건강하시다 해도 연세가 연세인 만큼... 마음속으로는 언제든 그 날이 닥쳐와도 의연히 받아들일 수 있게끔 준비를 하고 계시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나는 20대 젊은 시절부터 항상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그리고 현재 김영옥 배우와 비슷한 또래의 친정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본인은 먼저 떠난 가족들을 생각하며 불렀다고 했지만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라고 간절히 노래하는 모습은 마치 본인이 떠난 후 남게 될 사람들에게 당부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 형언하기 어려운 뜨거운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김영옥, 나문희와 또 다른 매력 만점의 배우들이 마음을 합쳐 이루어갈 '뜨거운 씽어즈'의 하모니를 나는 오늘도 뜨거운 마음으로 기다린다. 예술혼 가득 담긴 그들의 인생 만큼이나 아름다운 음악이 탄생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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