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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명동 성당에서 12시 미사에 참석하며 주보를 펼쳤을 때, 확 눈에 들어온 문구였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신년맞이 담화문의 제목 "무관심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룩하십시오!" 그 '무관심'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머리가 띵 했다. 이어서 "하느님께서는 무관심하지 않으십니다!" 라는 첫 문장을 읽었을 때는 연달아 가슴이 쿵 했다. 처음부터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무관심'은 세상을 향한 나의 방어막이 되었고, 그러다가 언젠가부터는 나라는 인간의 특징처럼 되어버렸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애써 '초연하다' 든가 '시크하다'는 좋은 말로 포장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나 자신이 알고 있었다. 절대 초연하거나 시크하지 못하다는 것을, 그저 상처가 두려워 무관심의 방패 뒤로 숨어있는..
죄를 많이 지어부끄러움뿐인 제가땅에 엎디어 울 수도 없는돌이 되어 서 있음을용서하십시오 부드러운 올리브나무 잎새로가늘게 들려오는 당신의 신음소리 십자가에 못박혀피 흘리고 피 흘리신당신의 그 처절한 괴로움으로부터늘 멀리 달아나고자 했습니다 당신을 섬기면서도당신의 길을 따르기는쉽지 않았던 세월을 돌아보며오늘도 그저스쳐 지나가는 바람으로나당신 곁에 머무르려는 저를용서하십시오 이해인 - 기도 일기 이해인 수녀님은 이 시를 1977년 여름, 겟세마니에서 쓰셨다고 한다. 겟세마니는 예루살렘의 동쪽 올리브 산기슭에 있는 동산이다. 예수께서는 최후의 만찬을 마친 뒤 이곳에서 기도하던 중, 제자인 유다의 배신으로 그가 데려온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이 보낸 무리에게 붙잡혀 끌려간 후 십자가형 선고를 받으셨다. 1977년이라..
예수님, 저희 죄를 용서하시며, 저희를 지옥불에서 구하시고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 구원의 기도 오늘 묵주기도 중...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괜시리 핑그르르 눈물이 맺힌다. *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mujin0122/50005901397
손 내밀어 주를 만져라... 주 지나신다... 너의 애타는 외침을 주 들으시니... 주님... 너의 모든 것을 채워 주시리... 손 내밀어 주를 만져라... 주 지나신다... 예전 기도회 중에 자주 부르던 이 찬양 노래를... 오늘 아침 문득 다시 불러 보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오늘따라 창문 가득 비쳐드는 봄 아침 햇살이 너무 환해서였을까요? 너무 일찍 일어나서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었을까요? 몇 년 전에는 서툰 솜씨나마 저의 기타 반주에 맞추어 여러 사람이 음성을 모아 하느님을 부르며 노래하기도 했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다시 해보려 하니 생각처럼 손이 잘 움직여 주지를 않았습니다. 아침이라 목소리도 잠겨서... 이거야 원... 반주도 어리버리, 노래도 어리버리였지만 노래로 드리는 기도의.....
예전에 저희 본당에 계셨던 보좌 신부님 중, 개신교회 출신으로 일반 대학을 마치고 사회생활까지 하시다가 돌연 가톨릭으로 개종한 후, 신학대학에 입학하여 좀 늦은 연세에 서품을 받으시고, 처음 저희 본당으로 부임해 오셨던 한 열정적인 신부님이 계셨습니다. 그 신부님의 모습 중 지금도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성금요일 예절을 시작할 때, 제단 앞으로 걸어나오시자마자 온 몸을 바닥에 대고 엎드리시던 자세였습니다. 다른 본당에서는 어떤지 모르지만, 저희 본당에서는 다른 어떤 신부님에게서도 성금요일 예절 때에 그런 모습을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 낮은 자세가 왠지 가슴 아리고 찡해오는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때로는 아무도 없는 어두운 성당 안에서 감실을 마주하고는 깊은 침묵 중에 홀로 기도하시는..
저는 꽃동네 철야기도회에 꼭 두 번 가보았습니다. 처음 가던 날, 오웅진 신부님께 짧은 인사도 드리고 악수도 했었지요. 신부님께서야 저를 기억 못하실지도 모르지만, 제겐 무척이나 행복한 기억이었습니다. 저는 꽃동네 철야기도회에서 주님의 힘을 느꼈습니다. 수긍하시는 분들, 인정 못하시는 분들... 모두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곳에서, 또 오신부님에게서 주님의 힘을 느꼈기에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크게 염려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지만, 진정으로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사는 사람들의 인생에 있어서는 남들의 비난이나 조소 따위는 별로 신경쓸만한 일이 못될 거라고 봅니다. 제가 감히 개인적인 판단으로, 오신부님이 어떤 분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 보시기에 그분..
뮤지컬 "Jejus Christ Super Star"에 나오는 노래 "I Don’t Know how to Love him" 의 가사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노래가 뮤지컬 삽입곡인 줄도 몰랐고 그저 한 남자를 사랑하는 한 여자의 안타깝고도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런 것이 아니었더군요. 바로 창녀였던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님을 만난 후 겪은 심경의 변화를 노래한 것이랍니다. 그러한 주제를 알고 나서 다시 노래를 듣고 가사를 감상하니 예전과는 비할 수도 없을 만큼 큰 감동이 밀려오는군요. 누구에게서나 질시받고 천대받던 창녀인 내가 스스로를 돌아보아도 사랑할 수 없는 죄인이었던 내가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놀라운 변화를 체험하고 나의 모든 죄가 깨끗이 씻기어지며, 지존하신 분으로부터 사랑받고 ..
우선은, 신상옥님의 감동적인 노래 먼저 소개합니다. 마지막으로 본 성체 십자가 그윽한 곳에 반짝이던 불빛 그곳에 예수님 계시다고 어머님 말씀하셨네 남북 허리 잘리던 그날 그 불빛 또한 꺼지고 내 혈육 내 가족은 남으로 아스라히 멀어져갔네 성당에 함께 모여 기도하고 성당에 함께 모여 찬미하던 그 옛날의 하느님 나라가 무척 보고 싶어... 아, 마음 놓고 소리 높여 주께 대한 나의 찬미를 아, 마음 놓고 소리 높여 목쉬도록 부르고 싶어... (반복) 지금 여기 성당에 어둠이 가득하지만 내가 본 그 마지막 등불은 언제나 내 가슴 속에 훨훨 타오르리라... 언젠가 주일미사의 강론 중간에 주임신부님께서 직접 녹음기를 가져다가 마이크에 대고 모든 신자들에게 들려 주셨던 노래입니다. 얼마나 절절하고 가슴 아팠던지....
매우 아픈 마음으로 고해성사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오랫동안 마음 아파했고, 어떤 식으로 고백을 해야 하나 고민도 했었습니다. 고해소에 들어갈 때도 온몸이 떨릴 지경이었고, 눈물까지 차오르려 했습니다. 고해성사는 "치유의 성사"라고 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잘못과 죄를 뉘우치는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영혼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놀라운 능력이 있는 성사입니다. 저는 정말 간절히, 간절히, 치유의 은혜를 청하며 제 아픈 영혼을 어루만져 주십사고 기도를 하면서 고해소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은 너무도 냉랭하고 성의가 없으셨었습니다. 저는 바들바들 떨면서 고백을 마쳤는데, 다 들으신 신부님은 귀찮다는 듯 아주 빠른 말씨로 보속을 주고 사죄경을 읊으셨습니다.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고해소를 나와서..
몰아닥치는 운명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신뢰하는 것이다. - 알폰스 디켄 암브로스 찰링워드만큼 사업계에서 성공을 거듭한 실업가도 드물었다. 사실 그가 손을 대기만 하면 무슨 일인든 금새 번창했다. 일생 잠들어 있는 듯한 그의 얄팍한 신앙심만 제외하면 말이다. 신앙 생활만 제외하고 그는 모든 일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이었다. 대지에 굳건히 두 발을 딛고서 그는 인생의 온갖 즐거움을 만끽했고, 내세 운운하는 것은 모두 병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정지었다. 매우 건강한데다가 권세와 명성을 손에 쥐고 있으며, 은행 잔고 또한 넉넉하니 미래에 대해 걱정할 이유가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하느님이 그의 꿈에 나타나심으로써 그 모든 호언 장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