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종영 드라마 분류/미남이시네요 (12)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미남이시네요' 최종회에서 결국 제가 바라던 대로 아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졌습니다. 모화란(김성령)의 이기심과 집착으로 인해 비극적 결말을 맞이해야 했던 부모 세대의 사랑은, 아이들의 세대에 와서 더없이 순수한 고미녀(박신혜)의 희생과 용기로 인해 행복한 화해로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비극의 씨앗은 모화란, 그녀에게서 탄생되었습니다. 자기가 사랑하기만 한다면 그 누구도 자기를 버릴 수 없을 거라고 믿은 그녀의 무모한 자신감은, 결국 그녀가 사랑한 사람과 그녀 자신을 깊은 불행에 빠뜨렸습니다. 그렇다 해도 미남과 미녀의 아버지인 작곡가 고재현의 죽음이 모화란 때문이라고까지 한다면 너무 심하게 몰아가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다만 모화란의 집착으로 인..
나에게 이 세상은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눈을 뜨면 온통 예쁜 것들로 가득차 있어요. 푸른 가을 하늘과 고운 단풍잎들, 그리고 아름다운 노래와 너무도 좋은 사람들... 나는 더 바랄 것 없이 행복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나를 '사랑스런 아이'라고 불렀습니다. 어려서부터 나는 미움을 받아 본 기억이 없어요. 얼굴 찌푸리고 슬퍼하던 사람도 나를 보면 환한 미소를 지어 주었고, 나는 너무 좋아서 그 사람에게 달려가 꼭 끌어안아 버렸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어린 나를 번쩍 안아올리고 입맞춤을 퍼부으며 큰 소리로 웃어버리곤 했지요. 나는 언제나 즐겁게 노래를 불렀을 뿐인데,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습니다. 태경이형과 신우형도 나를 귀여워해 주었어요. 자상한 신우형은 말할 것도 없고, 까칠한 태경이형도..
'미남이시네요' 12회에서 황태경(장근석)이 고미남(박신혜)에게 정식으로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을 허락해 준다" 며 기상천외하고도 거침없는 사랑고백을 하였기에 앞으로 우리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화란(김성령)이 다시 한 번 자기 입으로 분명히 밝혔듯이, 이 아이들은 결코 남매가 아닌 것도 확실하구요. 미남을 항상 뒤에서 지켜보며 가슴앓이하던 강신우(정용화)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것이 서브남의 정해진 운명이니 피할 수는 없겠지요. 제가 지금껏 '미남이시네요' 관련하여 몇 개의 포스팅을 하였지만, 언급하지 않았던 한 개의 중요한 소품이 있습니다. 물론 3천원짜리에서 10만원짜리로 둔갑한 머리핀도 중요한 소품이었지만, 제 생각에 그보다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
우리의 금발머리 깨방정 왕자님 제르미(이홍기)가 드디어 고미남(박신혜)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형들은 모두 일찌감치 알고 있던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된 제르미... 형들이 여자인 미남이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저마다의 활약을 펼치는 동안, 홀로 자기의 성적 취향에 대한 물음표에 휩싸여 고민만 하고 있었던 불쌍한 제르미... 그의 괴로웠던 시간들을 돌이켜본다면 당연히 화가 나야 마땅한 일입니다. 사실 그 동안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제르미를 보면서 떠올렸던 캐릭터는 '커프'의 공유였습니다. 남장을 하고 있는 여주인공에게 점점 빠져들어가면서 "내가 이런 놈이었나?" 하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이었지요. 주변 사람들은 거의 다 알고 있는 사실을 그 혼자서만 모른다는 설정도 비슷했구요. 공유가 드디어..
내 이름은 신우(信祐)입니다. 믿을 신(信) 도울 우(祐), 믿고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나는 이제껏 내 이름에 걸맞게 살아왔습니다. 믿어야 할 사람과 믿지 말아야 할 사람을 정확히 구분할 줄 알았고,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고 도와주었습니다. 이런 나는 누구에게나 최고의 친구였고, 사랑했던 사람에게는 완벽한 연인이었습니다. 때로는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숨어있지 않은가 고민되기도 했습니다. 나도 사람인지라,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게 되면 분한 마음과 욕심이 생기기도 하고, 내가 원해도 갖지 못한 바로 그것을 가진 녀석을 볼 때면 내게 잘못한 것이 없어도 미워지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오래 고민하지는 않았습니다. 누구나 자기의 욕망을 표출하는 방식이 다르고, 나는 나의 방식대로 하면 그뿐입니..
'미남이시네요'의 남녀 주인공인 황태경(장근석)과 고미남(박신혜)는 부모 세대부터 이어진 질긴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있는 듯 보입니다. 태경의 어머니와 미남의 아버지가 사랑하던 사이였기 때문이죠. 물론 아직까지는 추측 상태지만, 둘은 결코 남매는 아닌 듯 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부모는 과연 어떤 사랑을 했을까 조용히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니, 의외로 이런 부류의 이야기들이 벌써 적지 않게 있었음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기억을 샅샅이 파헤치다 보면 좀 더 나올 듯도 하지만, 우선 제 머릿속에 떠오른 영화는 두 편입니다.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주연의 '클래식'(2003), 그리고 여명과 서기 주연의 홍콩 영화 '유리의 성'(1999) 입니다. 먼저 '유리의 성'을 추억해 보겠습니다. (오래 전 작품이라 ..
이제서야 '미남이시네요' 8회를 끝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황태경(장근석)과 고미남(박신혜)가 결코 남매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전개로 보아 모화란(김성령)이 고미남의 아버지와 사랑하던 사이였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황태경과 고미남은 아버지가 다른 남매사이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떨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요. 그러나 8회에서 모화란은 자기 입으로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황태경은 호적상의 생일과 실제 생일이 다릅니다. 태경의 아버지는 아들의 실제 생일을 기억하고 미국에서 전화도 하고 선물도 보냅니다. 그리고 마침 그날 모화란에게서 만나자는 전화가 옵니다. 비록 일방적인 약속이었지만, 그래도 무심하던 엄마가 자기 생일은 기억하고 있었다는 ..
원장수녀님, 저... 젬마예요.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요즘 젬마도 아니고 미녀도 아닌, 미남이가 되어서 살아가고 있어요. 쌍둥이 오빠의 이름이었던 미남이가 어느새 제 이름처럼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네요. 그런데 남자가 되어서 살아가는 삶에는 쉽게 익숙해지지 않아요. 남자의 옷을 입는 것도, 남자들의 말투를 따라 하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은데... 제 안에서 솟구쳐오르는 여자로서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이제껏 저는 제가 여자라는 사실조차 잊고 살았는데,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이런 감정들이 제가 여자임을 자꾸만 일깨워 주네요. 거짓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살아가는 건 죄악이겠죠? 아무리 오빠를 위해서, 그리고 엄마를 찾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지금의 제 모습은 진실이 아니라 거짓이니까요...
'미남이시네요' 6회를 보며 오래된 노래 한 곡이 생각났습니다. 해바라기의 '어서 말을 해' 이 노래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으시려나요? 너는 너는 바보야~ 그를 잡고 말을 못하면~ 너는 바보야~ 사랑한단 한 마디~ 그를 잡고 말을 못하면~ 떠나가 버려~ 어서 말을 해~! 흔적 없는 거리 거리마다 말 못하는 사람들 뿐이야~ 정만 주면 무슨 소용 있나~ 가고 나면 울고 말 것을~ 마음은 이미 절반을 훌쩍 넘어서 강렬하게 끌리고 있음에도, 입을 열어 말하지 못하는 그들의 사랑은 안타깝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1. 신우 (정용화) '미남' 6회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인물은 강신우였습니다. 그는 고미남(박신혜)이 여자라는 비밀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도 속 깊게 내색하지 않으며, 항상 뒤에서 지켜주고 자상하게 챙겨주는 ..
나 황태경(장근석)은 세계적인 지휘자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음악 귀족 가문의 귀한 자식답게 천재적인 작곡 실력과 피아노 연주 실력을 지녔지요. 게다가 성장할수록 빛을 내뿜어 주시는 이 멋진 외모까지 갖추었으니 나는 더 바랄 것 없이 축복받은 인생입니다. 그런데 알고보면 나는 황금칠을 한 성냥개비로 지은 집처럼 허술한 녀석입니다. 스트레스성 위염에 결벽증, 야맹증, 불면증, 몽유병, 게다가 온갖 종류의 알레르기를 버리지도 못하고 끌어안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겉보기에는 번쩍거리지만 언제 부서져내릴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인생입니다. 남들은 나의 겉만 보며 칭찬하고 부러워합니다. 나는 그런 겉모습이라도 지키려고 기를 쓰면서, 누구 한 사람이라도 썩어 문드러지는 내 속을 알아차릴까봐 겁을 냈습니다.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