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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이시네요' 제르미, 세상은 너무 아름다워요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미남이시네요

'미남이시네요' 제르미, 세상은 너무 아름다워요

빛무리~ 2009. 11. 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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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 세상은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눈을 뜨면 온통 예쁜 것들로 가득차 있어요. 푸른 가을 하늘과 고운 단풍잎들, 그리고 아름다운 노래와 너무도 좋은 사람들... 나는 더 바랄 것 없이 행복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나를 '사랑스런 아이'라고 불렀습니다. 어려서부터 나는 미움을 받아 본 기억이 없어요. 얼굴 찌푸리고 슬퍼하던 사람도 나를 보면 환한 미소를 지어 주었고, 나는 너무 좋아서 그 사람에게 달려가 꼭 끌어안아 버렸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어린 나를 번쩍 안아올리고 입맞춤을 퍼부으며 큰 소리로 웃어버리곤 했지요.

나는 언제나 즐겁게 노래를 불렀을 뿐인데,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습니다. 태경이형과 신우형도 나를 귀여워해 주었어요. 자상한 신우형은 말할 것도 없고, 까칠한 태경이형도 나에게는 화를 내는 일이 없었습니다. 나는 형들이 너무너무 좋았어요.


나는 완벽하게 행복했기 때문에, 조금 힘든 일이 있어도 참지 못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세상에 슬픈 사람도 이렇게 많은데,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가졌거든요.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아플 때도 있었지만 내 마음을 가득 채운 행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고미남이라는 아이가 내 눈에 들어오고, 내 머리에 들어오고, 내 가슴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나는 몹시 당황했습니다. 한 번도 남자에게 느껴본 적 없는 묘한 감정이 생겨나고 있었거든요. 그 아이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 때문에 한동안 힘들었습니다. 그런 나 자신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나는 곧 단순하게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결국은 모두 똑같은 사람 아닌가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나는 무조건 그 아이가 좋았고, 그런 내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애한테 내가 모르는 커다란 잘못이 있어도 참을 거냐고 유헤이씨가 물었을 때에도 나는 고민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참아줘야죠. 좋아하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미남이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너무 기뻤습니다. 남자라도 상관없었지만, 여자라니까 정말 미치도록 좋았어요. 나 자신에 대한 고민도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나는 그애를 볼 때마다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는데...


이런 나에게 처음으로 견디기 어려운 아픔이 찾아왔습니다. 그 아이가 태경이형을 좋아하고 있답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인데, 어쩌면 이렇게 아플 수가 있을까요? 나도 모르게 그 아이가 나를 특별히 사랑해 주기를 원하고 있었던가 봅니다.

나는 그 아이에게 나만의 보물버스도 알려 주었고, 나만의 강아지도 만질 수 있게 해주고, 그애한테만 노래도 불러 주었습니다. 뭔가를 바라고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내가 원해서 그렇게 해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 안에 자라고 있던 욕심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보물버스로 달려갔습니다. 언제나 사람이 없는 텅 빈 그 버스 안에서 1시간 정도 생각에 잠기다 보면 거의 모든 고민들을 잠재울 수 있었거든요. 이번에도 잘 될지는 모르지만, 내가 갈 곳은 거기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나를 따라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왜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거냐고, 나는 유치한 원망을 늘어놓았습니다. 그애가 보는 앞에서 눈물 콧물도 마구 흘렸습니다. 그애는 그저 가만히 내 옆에 앉아서 나를 지켜봐 주었습니다.

그렇게 그애가 보는 앞에서 나는 그애를 향한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랑해요~ 참 좋은 말~" 그 아이에게 해주고 싶던 말이었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속에 부르는 나의 노래를, 그 아이는 끝까지 가만히 들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이겨냈습니다. 그애가 곁에 있어주지 않았다면, 나를 바라보고, 내 노래를 들어주지 않았다면... 참을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외로움에 익숙하지 않거든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그 아픔 속에서 혼자 외롭게 버려져 있었다면, 상처는 오래도록 낫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너무 착하고 좋은 그 아이는 나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나는 앞으로도 그 아이를 좋아할 겁니다. 그애가 나를 특별히 사랑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어쨌든 그애의 마음속에는 내 자리도 있으니까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밝은 햇살로 가득한 이 세상은 여전히 나에게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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