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종영 드라마 분류/나쁜 남자 (5)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비담 김남길의 차기 출연작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나쁜 남자'의 시청률이 좀처럼 한 자릿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형민 PD 자신도 예상보다 낮은 시청률이 안타깝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더군요. 초반의 화제성과 출연진의 탄탄함 등으로 볼 때, 정말 뜻밖이라고 할만한 결과입니다. 아직도 6회분의 방송이 남아 있기는 합니다만, 기존의 충성스런 시청자들을 제외한다면, 굳이 지금부터 채널을 돌려서 '나쁜 남자'를 보기 시작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는 않군요. 더우기 그 충성도의 99% 가량을 짊어지고 있던 김남길마저 속사포 촬영을 마치고 입대해 버렸으니까요. 당분간 새로운 작품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아쉬움 때문에라도 고정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지 않겠지만, 이 정도를 유지만 할 수 ..
아무래도 결방의 영향이 너무 컸던 모양입니다. 마치 꿈을 꾸다 깨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무리 감미로웠던 꿈도 일단 잠에서 깨고 나면 급격히 빛이 바래는 것처럼, 초반에는 꽤나 강렬한 매력으로 저를 유혹하던 드라마가, 약 한달 동안 각성의 시간을 거친 후 다시 만나니 헛점 투성이로 보이는 겁니다. 예전에는 김남길과 김재욱, 그리고 한가인의 출중한 비주얼만으로도 아름답게 느껴졌고, 드라마 전체에서 은은히 풍겨나오는 비극적이면서도 신비한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았었지요. 그런데 꿈에서 깨어났다가 일부러 다시 꿈꾸어 보려 하니 잘 안 되더군요. 건조해져 버린 시선으로 그 예쁜 배우들을 바라보면서 한편으로는 꽤나 아쉬웠더랍니다. 사실 명색이 복수극인데 주인공의 입장에서 반드시 해신그룹을 상대로 복수를 해야 ..
'나쁜 남자' 5회는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졌습니다. 일본의 꿈 같은 설경 속에서 각기 다른 색채를 가진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이루는 조화는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매혹적이었습니다. 김남길과 한가인, 그리고 김재욱 세 사람 모두 흠잡을 곳 없이 빼어난 외모를 지니고 있으니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되더군요. 신비한 어둠의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 심건욱과 앙큼한 척 하지만 어설프기 짝이 없는 여자 문재인은 어느 새 편안한 친구가 되어 자연스레 어울리는데, 그들 사이에 끼어들지도 못하고 외면하지도 못한 채, 딱하게 겉돌고 있는 또 다른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금세 부서져 내릴 것처럼 약해 보여서, 심건욱의 매서운 눈빛 앞에 세워두는 것조차 안스러웠던, 해신그룹의 상처투성이 후계자 홍태성이었습..
나도 한번쯤은 하늘을 날고 싶었어. 비행기도 헬기도 타지 않고, 그냥 하늘에 부는 바람을 내 몸으로 맞으며 그렇게 날고 싶었어. 왜 그랬을까?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하늘만 보면 마냥 웃음이 났어.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다들 나를 욕하고 미워하겠지만... 나는 자유롭고 싶었던 것 같아. 나는 모든 것을 다 가졌으니까... 아니,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고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자유롭고 싶다고 말하면 다들 나를 미워하고 욕할 것 같아서 아무에게도 말을 못했지만, 나는 하늘을 보면 웃다가도 눈물이 났어. 나도 알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며 살고 있는지... 가벼운 병도 치료할 돈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는지... 공부를 하고 싶어도 가난해서 못 배우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스럽게 ..
모네야, 나는 나쁜 남자다. 이미 나에게 빠져버린 너의 순진한 눈빛을 보면서도 나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내 안에는 양심도 사랑도 온기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은 나 자신조차 섬뜩해질 만큼, 나는 그렇게 차가운, 나쁜 남자다. 오래 전, 내가 너희 집 대문 밖으로 쫓겨나던 날, 오후가 되면서 비가 줄기차게 쏟아졌다. 쫓겨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다시 집 안으로 따라 들어가려던 나는 사정없이 밀쳐져 넘어졌고, 뒷등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걷잡을 수 없이 피가 흘러 내렸지만, 아무도 나를 병원에 데려다 주지 않았다. 혈육이 아니라고 밝혀진 순간, 이미 나의 존재는 그들에게 있어 길바닥의 쓰레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끊임없이 내 몸을 거쳐서 발밑으로 흘러내리는 빗물은 선명한 붉은 색이었다.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