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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50부작의 기나긴 여정을 달려온 드라마 '마의'도 이제 어느 덧 종방을 앞두고 있습니다. 꽤나 신선하고 만족스러웠던 초반에 비해 중반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실망스럽고 안타까운 점이 많았지만, 주인공 백광현(조승우)의 끝없는 선의와 성실성은 볼수록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최소한 이 작품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주제면에 있어서는 경쟁작인 '야왕'보다 확실히 높은 수준으로 앞서 있음을 느끼며, 저는 한동안 '야왕' 쪽으로 돌렸던 채널을 다시 '마의'쪽으로 고정했습니다. 중반의 혼란스러움과 지루함을 거쳐 대단원을 앞둔 지금은 초반의 긴장감이 살짝 돌아온 터라 다시금 흥미진진한 시청이 가능해졌더군요. 지나치게 외과술에만 치중하던 스토리가 다시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 흐르게 되면서 치열함도 더해졌습..
신이 내린 손, 신이 내린 영특함, 신이 내린 선량함과 정의로움까지, 주인공 백광현(조승우)은 무결점의 완벽한 인간형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끈질긴 노력은 기본이고, 주변 사람들까지 힘내며 웃게 만들어 주는 활기와 유머감각은 대박 옵션입니다. 이처럼 완벽한 인간 창조와 더불어 아무래도 시대에 맞지 않는 듯한 고난이도의 외과수술 장면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 동안 저는 '마의'라는 작품의 리얼리티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었죠. 다리를 자르거나 머리에 구멍을 뚫는 등의 대수술이라면 현대의학으로도 만만치 않은 것이고, 수술 후에는 양질의 항생제를 다량투여해야 하는 것인데, 아무리 몇몇 문서에 외과술의 기록이 남아있다 해도 그 시절의 의학으로 모두 가능했으리라고는 좀처럼 믿..
초반의 기대는 제법 컸으나 갈수록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혹자는 '마의'의 시청률이 대박을 치지 못하고 어정쩡한 20% 언저리에서 머뭇거리는 이유가 이병훈 감독 특유의 클리세[사전적 의미는 Cliché(불) : 판에 박힌 듯한 문구, 진부한 표현(생각, 행동)이다. 클리세라는 단어는 드라마에서 늘 같은 이야기 또는 같은 대사 등이 반복될 때 사용된다.]에 시청자들도 이제는 지쳤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주인공('이산'의 정조는 예외)이 스스로의 놀라운 능력과 용기와 성실성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 입지전적인 일대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마의'는 벌써 수많은 전작들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 끌리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드라마에서는 작가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영화 시나리오는 연출자인 감독이 직접 쓰는 경우도 많지만, 드라마 대본은 전문 드라마 작가가 아닌 이상 쓰기 어렵죠. 영화에서의 '스토리'가 영상미나 배경음악 등과 마찬가지로 작품의 여러 가지 구성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 드라마에서는 '스토리'가 작품 전체의 80% 이상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스토리의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며 예외의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장르의 특성이 그러한지라 저는 드라마를 선택할 때 연출자보다는 작가의 이름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허준'과 '대장금'의 눈부신 대성공에 힘입어, 1944년생의 노익장 이병훈 감독은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