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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 최종회, 모두를 화해시킨 그녀의 사랑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미남이시네요

'미남' 최종회, 모두를 화해시킨 그녀의 사랑

빛무리~ 2009. 11. 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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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이시네요' 최종회에서 결국 제가 바라던 대로 아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졌습니다. 모화란(김성령)의 이기심과 집착으로 인해 비극적 결말을 맞이해야 했던 부모 세대의 사랑은, 아이들의 세대에 와서 더없이 순수한 고미녀(박신혜)의 희생과 용기로 인해 행복한 화해로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비극의 씨앗은 모화란, 그녀에게서 탄생되었습니다. 자기가 사랑하기만 한다면 그 누구도 자기를 버릴 수 없을 거라고 믿은 그녀의 무모한 자신감은, 결국 그녀가 사랑한 사람과 그녀 자신을 깊은 불행에 빠뜨렸습니다. 그렇다 해도 미남과 미녀의 아버지인 작곡가 고재현의 죽음이 모화란 때문이라고까지 한다면 너무 심하게 몰아가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다만 모화란의 집착으로 인해 진짜 사랑하던 이수진(미남 미녀의 어머니)과 헤어지게 되고, 결국 이수진이 외롭게 쌍둥이를 낳다가 죽게 되자 고재현도 그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일찍 세상을 떠났을 것임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모화란의 비뚤어진 사랑은 고재현과 이수진, 고미남과 고미녀를 불행하게 했을 뿐 아니라 그 누구보다도 자기의 친아들인 황태경(장근석)을 불행하게 했습니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해도 엄연히 자기 자식이건만, 그녀가 태경을 대하는 태도는 어머니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몰염치한 것이었습니다. "너 때문에, 너를 낳는 바람에 내 사랑을 잃었어. 그 때 나는 정말 끔찍했어. 어쨌든 난 너를 낳아주기는 했으니까, 너 때문에 잃어버린 사랑을 추억이라도 할 수 있게 네가 도와 줘." 이것이 어머니가 아들에게 할 수 있는 말입니까?


한 사람의 지나친 이기심이 불러 온 불행은 수십 년 후, 다른 한 사람의 넘치는 희생적 사랑을 통해 비로소 그 얽힌 매듭을 풀 수 있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수녀원에서 자라, 남을 의심할 줄도 모르고 미워할 줄도 모르는 순수의 결정체인 고미녀, 그 아이가 할 줄 아는 것은 오직 사랑하는 것뿐입니다. 그 아이의 사랑은 상대방을 위해 언제나 자기를 낮추고 희생하고 참아내는 것입니다. 그 아이는 차라리 자기가 죽도록 아플 지언정 사랑하는 사람이 슬퍼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게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는 아이입니다. 모화란과 너무나 대조적인 그 사랑의 방식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모두 녹여낼 만큼 따뜻한 온기를 지녔습니다.

고미녀의 간절한 당부를 들은 모화란은 생전 처음으로 아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합니다. "태경아, 미안하다...너는 절대 나를 버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거야. 그런데 이젠... 네가 정말 나를 버리려고 하잖니..." 여전히 어이없고 철없는 어머니이긴 했지만, 그 진심을 읽은 아들은 오래 기다려왔던 만큼 속으로는 미치도록 기뻐하며 그 사과를 받아들입니다. 비록 겉으로는 "지금 용서한다는 말씀은 드리지 못하겠어요" 라고 냉정한 척 했으나, 부르지 않던 그 말... 어머니, 라는 말을 입밖에 내는 순간 그는 벌써 그 매정한 어머니를 모두 다 용서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의 상처가 치유됨으로써 태경은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틀을 깨고,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면서도 그가 항상 제자리에 서서, 떠나는 그녀를 애써 붙잡으려고도 하지 못했던 이유는 사실, 잘난척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용기가 없어서였습니다.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은 상처는 그렇게 그의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해서 움직이지도 못하게 했던 것입니다.

이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나서서 태경에게 "네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말합니다. 강신우(정용화), 제르미(이홍기), 마실장(김인권) 등등...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말했지만, 모두 같은 뜻이었습니다. 겉으로만 보아도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확실한 마음이건만, 정작 태경 자신만은 자기 마음을 제대로 못 본 채 안간힘을 다해 억누르고만 있으니 주위에서도 얼마나 안타까웠겠습니까? 심지어는 공갈요정 유헤이(유이)까지도 나서서 태경과 미녀의 사랑을 도와줍니다. 비록 깐족거리는 방식을 취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어머니와 화해하고 주위 사람들의 격려를 받은 태경은 드디어 진짜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예전에는 "네가 날 좋아하는 것을 허락해 준다" 라고 거만하게 말하던 그가, 이제는 "내가 널 바라볼 수 있도록 허락해 줘" 라고 간청할 줄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요... 사랑은 그런 것입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거만해질 수가 없습니다. 자기를 낮추고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그 진실을 잊고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퍼뜩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결코 떠나보낼 수 없는 소중한 사랑... 그 앞에서 거만하게 몸을 꼿꼿이 세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는 드라마 속의 아름다운 캐릭터 '고미녀'로 인하여 잊고 살던 이 진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게 됩니다.

*******


혹시 브래드 피트와 안소니 홉킨스가 출연했던 1994년작 '가을의 전설'을 기억하십니까? 삼형제가 동시에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됨으로써 벌어지는 한 가정의 엄청난 비극을 다룬 영화였지요. 결과는 죽음과 파멸과 분열이었습니다.
영화의 나레이션을 맡은 목소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녀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바위 틈새로 스며든 물과도 같았다. 오래도록 바위 틈새로 물이 흐르게 되면 바위는 갈라지게 마련이다. 그녀가 원하지는 않았으나, 그녀의 존재는 그 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과연 그럴까요?

'미남이시네요' 에서도 세 남자가 동시에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반목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깊은 우정으로 뭉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차이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가을의 전설'의 여주인공 수잔나는 무의식중에 그랬는지는 몰라도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일종의 '어장관리녀' 였습니다. 처음에는 막내 사무엘의 약혼녀였고, 사무엘이 죽은 후에는 첫째 알프레드와 결혼을 약속합니다. 그 상황에서 둘째 트리스탄과 잠자리를 함께 합니다. 그러면서 사실은 자기 마음이 언제나 트리스탄을 향해 있었기에, 속으로는 트리스탄의 아내 이사벨과 자기의 약혼자였던 사무엘이 죽기를 바랬었다고 나중에 털어놓습니다. 이런...;;

이런 상황에서 어찌 가족의 분열과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녀의 존재가 바위 틈새로 흐르는 물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녀가 그런 역할을 자초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미남'의 고미녀는 한 번도 사람을 헛갈리게 한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타인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제르미도, 강신우도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녀의 확고한 태도로 인해 미련없이 자기의 마음을 접고 나중에는 태경과의 사랑을 응원해 줄 수 있었습니다. 자칫하면 바위 틈새의 물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입장이었지만, 그녀의 깨끗한 품성은 오히려 결속을 강화시키는 접착제의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박신혜는 자기의 역량을 120% 발휘하여, 너무나도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고미녀'를 형상화시켰습니다. 더불어 만만치 않은 내공의 장근석이 든든하게 받쳐줌으로써 '미남이시네요'의 '고미녀'는 완벽하게 성공한 캐릭터로 탄생되었습니다. 저는 아주 오래도록 그녀를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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