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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이것은 내가 다른 본당에서 초등부 교사를 하던 어느 후배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그 신부님을 나는 한 번도 뵌 적이 없다. 다만 말로만 전해 듣고 그분께 감탄하며 소리없는 존경을 느낄 뿐이다... 어린이들의 미사였다. 영성체가 끝난 직후 한쪽에서 어린아이의 칭얼대는 소리와 당황한 엄마의 숨죽인 목소리가 심상치 않게 들려왔다. “정말 안 먹고 떨어뜨렸어? 너 먹구서 괜히 그러는 거 아냐?” “안 먹었쪄... 입에 넣다가 떨어뜨렸단 말야...” 미사를 집전하시던 젊은 보좌 신부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사태를 알고 보니 엄마가 영성체하는 것을 본 꼬마가 자기도 달라고 옆에서 보채자 엄마는 축성된 성체를 반으로 잘라 반은 자기가 영하고 반은 아직 첫영성체도 안 한 어린 아이의 손에 주었던 것이었다. - 난 여기까..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참 재미있게 읽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의 작품(벙어리 목격자)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막대한 재산을 소유한 노부인이 살해를 당합니다. 그 유산의 상속자로 지목된 세 명의 조카들이 용의선상에 오르지요. 그 조카들 중에 "테레사"라는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습니다. 테레사는 "레너드"라는 젊은 의사와 약혼한 사이였지요. 탐정 포와로는 테레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레너드를 찾아갑니다. 차갑고 지적인 이미지의 레너드는 거침없이 포와로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테레사의 죽은 어머니는 좀 이상한 성격이었습니다. 허영도 심하고 짜증도 잘 부려서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었지요. 테레사도 그런 어머니를 닮아서 매우 허영이 심한 편입니..
(아래 글은 예수회 소속 닐 기유메트 신부 著 '하느님께 다가가는 짧은 이야기들' 중에서 발췌 요약한 것입니다.) "많은 이가 많은 선하고 의롭고 거룩한 행위들을 행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선하지도, 의롭지도, 거룩하지도 못하다." - 성녀 잔느 드 샹탈의 "권고" 중에서 - 라비니아 부인은 깨어 있는 매 순간을 하느님과 이웃에 봉사하는 데에 바쳤다. 아이들은 장성해서 저마다 자리를 잡았고, 그녀는 연금으로 살아가는 과부이기에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가능한 일이기는 했다. 그녀는 활동력이 넘치는 사람이었으므로 모든 정력을 쏟아부을 명분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녀는 온 힘을 선하신 주님께 봉사하여 살아 있는 성인이 되리라 결심했다. 물론 뒷부분의 야망에 대해서는 입 밖에 내지 않도록 조심..
지식이란 참으로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특히 하느님을 섬기는 데에 있어서는 때로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지식을 얻음으로써 더욱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게도 됩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됨으로써,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절실히 깨닫게도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많이 안다는 것이 오히려 주님 앞에 스스로 고개를 쳐들 수 없게 할 만큼 자신을 부끄러운 모습으로 만들 때가 있습니다. 아래 글은 앤소니 드 멜로 신부님의 저서에서 발췌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주교의 배가 머나먼 섬에서 꼬박 하루를 머물러야 하게 되었다. 이 하루를 되도록 잘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주교는 바닷가를 따라 걷다가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어부 세 사람과 마주쳤다. 장사꾼들에게서 배운 더듬거리는 영어로 그들은..
(아래 글은 예수회 소속 닐 기유메트 신부 著 '하느님께 다가가는 짧은 이야기들' 중에서 발췌 요약한 것입니다.) 악을 피함에 있어, 그것이 악이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명령이기 때문에 피하는 자는 자유롭지 못하며, 다만 그것이 악이기 때문에 피하는 자는 자유롭다. - 성 토마스 데 아퀴노의 '코린토후서 3장 주석' 스승 : 한 가지의 가정을 해 보도록 하세. 자네의 가장 절친한 친구가 자네에게 한 권의 노트를 맡겼네. 친구에게 매우 소중한 비밀 일기장인데, 그는 자네를 믿고 그것을 맡겼으니 자네는 신의를 저버리지 않고 그 노트를 펼쳐보지 않은 채 보관하다가 친구가 자네보다 먼저 죽게 되면 그의 관에 함께 넣어 주어야 하네. 그렇게 약속을 한 후, 친구는 먼 여행을 떠났고 시일이 많이 흘렀..
다음의 글은 주님께서 시복 준비 중에 있는 신비가 꼰셉숀데 알미다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마음을 열고 묵상하기에 좋은 자료라고 생각됩니다. 1) 거짓말 거짓말은 사탄의 딸이고 사탄은 거짓말의 아버지이다. 나는 진리인데 거짓말은 진리의 정반대이다. 진리는 빛인데 거짓말은 어두움이다. 나는 거짓말을 아주 미워하는데 그 이유는 거짓말은 사탄으로부터 직접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2) 성냄 성냄은 격정의 딸이며 교만의 자녀들이며 사탄 자신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자기 엄마의 모든 성격을 가지고 있다. 성내고 있는 영혼 안에는 사탄이 살고 있다. 3) 격정(격분) 이것은 사탄의 딸이며 그 안에 가장 세련된 교만을 데리고 다닌다. 격정은 자기 만족을 바라는 마음에서 나오며 이 격정으로 생기는 끔찍한 죄..
(아래 글은 예수회 소속 닐 기유메트 신부 著 '하느님께 다가가는 짧은 이야기들' 중에서 발췌 요약한 것입니다.) 어느 날, 사탄은 큰 결심을 했습니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인간 세상으로 올라가 가장 신실한 가톨릭 신자의 모습을 하고 가장 신실한 신자들을 현혹하기로... 그래서 순박한 보통 사람의 모습으로 위장한 사탄은 성당에 드나들면서 신자 행세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판공성사 기간이 되자, 신자들은 저마다 사탄에게 고해성사를 보았느냐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대는 데에도 지친 사탄은 기어이 판공성사표를 들고 고해소 안에 들어섰습니다. 목소리만 들리게 해놓은 고해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신부님을 마주하니 사탄은 까닭모를 적개심과 더불어 자기가 저질렀던 수많은 끔찍한 죄악들을 낱낱이 토해..
저는 예수회 소속이신 닐 기유메트 신부님의 저서를 매우 좋아합니다. '하느님께 다가가는 짧은 이야기들'시리즈입니다. 그래서 예전에, 제가 자주 들르던 가톨릭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그 내용들을 소개하고 싶었는데, 책으로 읽기에는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게시판에 올리기에는 그 한 편조차 너무 길다 싶은 면이 있어서 제가 나름대로 핵심만을 요약하여 올리곤 했었습니다. 지금 다시 찾아보니 꽤 여러 편이 되는군요. 새로 시작한 이 블로그로 차츰 옮겨 오도록 하겠습니다. 닐 기유메트 신부님의 저서에는 이 외에도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하느님께 다가가는 짧은 이야기들 총 10권을 다 읽었지만 아직도 제게는 목마르고 부족하기만 합니다. 우선 오늘은 "내 안의 아기 도깨비"를 소개합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로 ..
다음의 내용은 가톨릭출판사에서 출간된 류흥렬 저, 한국천주교회사(상권)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한국천주교 박해시절 이야기구요. 그 문장 표현에 있어 많이 예스러운 부분들이 있는데, 현대적 어법으로 바꾸어서 올릴까 하다가 오히려 그렇게 하면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울 듯 싶어서 그냥 거의 그대로 올립니다. (그래도 아주 약간은 손을 댄 부분이 있습니다^^) ******** 1846년 지방 순회를 마친 순교자 성인 안주교(Daveluy 다블뤼, 安敦伊)는 그 실상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2개월 동안에 내가 만나 본 사람들은 지극히 가난하고 불쌍한, 그러나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7백여 명의 교우들이었다. 괴로움을 말하자면 그것은 참으로 큰 것이었으나, 물론 나는 그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이 귀여운 교..
착하신 예수님. 저는 당신의 아름다우신 눈에 입맞춥니다. 이 성체 안에서 저는 당신의 애정어린 눈이 당신 대전으로 올 모든 이들을 미리 찾으며 기다리고 계셨음을 봅니다. 당신은 사랑의 눈길로 그들을 보시고 그들에게서도 사랑의 눈길을 간절히 받고 싶어 하십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 앞에 나아 와서도 당신을 바라보며 찾는 대신 당신에게서 주의를 떼어 놓는 다른 사물들을 보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당신과 그들 사이를 오가는 눈길의 교환을 그 기쁨을 당신에게서 앗아가 버립니다. 당신은 눈물을 흘리십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 눈에 입맞추면서 제 입술이 당신 눈물로 흠뻑 젖는 것을 느낍니다. 예수님, 제발 우시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 눈 속에 제 눈을 담아 이 고통을 나누며 당신과 함께 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