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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안의 고통스런 자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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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안의 고통스런 자각

빛무리~ 2009. 7. 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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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예수회 소속 닐 기유메트 신부 著 '하느님께 다가가는 짧은 이야기들' 중에서 발췌 요약한 것입니다.)


"많은 이가 많은 선하고 의롭고 거룩한 행위들을 행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선하지도, 의롭지도, 거룩하지도 못하다."
                                               - 성녀 잔느 드 샹탈의 "권고" 중에서 -





라비니아 부인은 깨어 있는 매 순간을 하느님과 이웃에 봉사하는 데에 바쳤다.
아이들은 장성해서 저마다 자리를 잡았고, 그녀는 연금으로 살아가는 과부이기에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가능한 일이기는 했다.
그녀는 활동력이 넘치는 사람이었으므로 모든 정력을 쏟아부을 명분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녀는 온 힘을 선하신 주님께 봉사하여 살아 있는 성인이 되리라 결심했다.
물론 뒷부분의 야망에 대해서는 입 밖에 내지 않도록 조심을 하였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영적 성숙에 대하여 기뻐하고 있었다.
자신의 전 인생은 하느님을 위한 것이었고,
하느님은 분명 자신을 바라보며 흡족해 하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번 한 주일은 매우 만족스럽게 흘러갔다.
일요일에는 마리아 고아원의 소녀들에게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성서 교육을 했다.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어린 소녀들은 매우 자기를 존경했고, 운영자인 수녀들은 매우 감사히 여겼으며,
본당 사제는 그녀의 봉사에 대해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월요일은 자선 캠페인이 차지했다.
경쟁자 중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은 기증품을 모은 그녀는 매우 흡족했다.
하느님 또한 흡족해 하실 것이었다.

화요일엔 입원해 있는 친지를 문안했다.
병원은 매우 음울한 곳이었지만, 환자들의 괴로워하는 모습 한 가운데에
자신이 건강하고 힘차게 우뚝 서 있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게다가 환자들은 자신의 친절에 힘입어 뚜렷이 교화되는 모습이 보였으므로
매우 축복받은 행복감을 느꼈다.

수요일은 성당에서 바자회를 준비하면서 모든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했다.
그녀의 관록과 일 처리 능력에 감복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그녀의 지시에 따랐고
그녀는 자신에게 돌아오는 복종과 경의를 철저히 즐길 수가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 그런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 그 날이 저물었다.

목요일에는 임신한 어린 소녀를 미혼모 수용시설에 데려다 주었다.
매우 기분 좋은 일이었다.
신세대의 방종한 도덕성과는 정반대로 살아왔던 자신의 도덕적 삶이
그녀에게 큰 만족감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실도 그녀 자신은 뚜렷이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자각을 했더라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겸양지덕을 잃게 되는 것이기에
스스로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금요일은 교우의 집 문상이 차지했다.
그녀의 기호에 썩 맞는 일은 아니었지만, 모범적인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의무였다.
게다가 검은 상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얼마나 경건해 보일 것인가!
사람들은 그녀가 남편과 사별한 이후에도 재혼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할 터였고
그녀의 고결함을 다시 칭송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토요일은 지방 교도소에 성서와 영성서적들을 넣어 주는 데에 소요되었다.
가장 만족스런 경험이었다.
죄로 인해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영적 가치를 선물할 수 있다니!!!
하느님 보시기에 그만큼 흡족하신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이제 한 주를 마감하는 시간, 서서히 잠에 빠져들면서
라비니아 부인은 자신이 열심히 선행을 베푸는 동안
내내 기도를 잊고 지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상관없어. 내가 하는 일들이 곧 기도인걸."

그녀는 스스로 변명했다.
하지만 어쩐지 그녀의 가장 깊은 내면에서 누군가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대는 실상... 기도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도는... 그대의 대부분의 선행들에 깔려 있는 동기와 관련해서
 너무도 많은... 고통스런 자각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종류의 암시라면 모두 교묘히 뭉개 버렸다.

 "내가 하는 일이 곧 나의 기도야. 아무렴!!!"

 그러고는 잠이 쏟아져 오는, 각성의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덧붙이곤 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은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주님."

그녀는 평화로운 잠에 빠져들었다.
하느님께 봉사하는 일에 충심으로 헌신했다는 만족감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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