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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도끼병 박지선은 콤플렉스 덩어리가 아니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도끼병 박지선은 콤플렉스 덩어리가 아니다

빛무리~ 2012. 2. 1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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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갈 길이 바쁜데 95~96회에서 별 의미 없는 에피소드를 끼워넣으며 주춤거리는 것을 보고 저는 몹시 황당했습니다. 무심히 보는 프로그램이라면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겠지만, '하이킥'에는 각별한 애정을 지닌 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특히 95회에서는 윤계상의 과거 에피소드가 나온다 해서 무척 기대가 컸고, 게다가 최다니엘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하니 잔뜩 설레며 기다렸었죠.

어쩌면 과거 윤계상이 명인대학 병원에서 쫓겨난 이유가 밝혀진, 그 완벽했던 24회보다도 퀄리티가 더욱 높을 거라 기대했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뜻밖의 유치함과 허망함으로 뒤통수를 칠 수 있을까요..;;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까지 버리고 학교로 돌아갈 만큼 김지원을 향한 짝사랑에 올인하는 안종석(이종석)의 순수함 때문에 허전한 마음을 약간은 위로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96회에서는 실망이 더욱 커졌습니다. 지원에게서 초콜릿을 받고 싶어 안달하는 종석의 마음이 실감나게 그려지긴 했지만, 답답하게 짝사랑만 하는 모습을 전날에 이어서 주야장천 보게 되니 좀 지루하더군요. 그리고 윤지석(서지석)과 박하선의 발렌타인 에피소드는 제가 보기엔 너무 억지스럽고 작위적이었습니다. 초콜릿 케이크를 그토록 정교하고 예쁘게 만들려면 오븐 등의 조리기구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숙련된 솜씨가 필요할텐데, 이제껏 한 번도 그런 일을 해본 적 없을 것 같은 지석이 간단한 설명서만 보고, 도대체 어떤 장소에서 삽시간에 뚝딱 그것을 만들어낼 수가 있을까요? 지석이 손은 요술방망이인가..?

그리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갑자기 사람들 앞에 나서서 '좋은 날'을 부르던 박하선의 행동도 제가 보기엔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저서 당황스럽더군요. 지석의 사랑에 보답할 방법이, 그렇게 오버스런 것밖에 없었을까..? 게다가 뜬금없는 음치 컨셉은 '거침킥'의 서민정을 그대로 복제한 느낌도 들고..;; 저는 지금껏 '하이킥3'의 모든 회를 다운받아 소장하고 있는데, 96회는 다운받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서 안 받았습니다. 그리고 너무 기운이 빠져서 최근 매 회마다 진행하던 포스팅도 하루 쉬었습니다. 그 정도로 많이 실망스러웠어요.

하지만 97회에서는 겨우 23분의 시간 동안 무려 3개나 되는 주요 에피소드가 한꺼번에 자연스럽게 터져나오며, '하이킥' 제작진의 범상치 않은 능력을 새삼 깨닫게 했습니다. 첫째는 윤지석과 박하선의 열애가 드디어 세상에 들통났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고영욱-박하선에 이어, 학교 선생님들이 또 한 번 윤지석-박지선의 억지 러브라인을 응원하기 위해 이벤트를 마련했다는 설정은 좀 황당했지만, 어쨌든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지하커플'이 드러나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윤선생님은 제 남자란 말이에요!" 박하선의 과감한 폭로가 어찌나 속시원하고 흐뭇하던지요! 기왕 터뜨렸으니 초고속으로 결혼까지 질주하기를 바랍니다.

둘째는 좀처럼 기미가 보이지 않던 박지선과 줄리엔강의 본격적인 연결 고리가 등장했다는 사실입니다. 윤지석이 자기를 좋아한다고 철석같이 믿던 박지선은 그에게 점차 끌리게 되고, 급기야 프로포즈를 받아들일 마음까지 먹었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모두 오해였음을 알게 되었으니 충격이 만만치 않았겠죠. 모처럼 사랑받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도 충격이지만, 그 남자를 채어가 버린 연적(?)이 하필이면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늘 비교되던 또 한 명의 박쌤... 너무 예쁘고 참한 박하선이라는 사실이 박지선의 마음을 가장 비참하게 했을 겁니다.

게다가 온 학교에 소문을 내면서 한껏 설레발쳤는데 모두 헛다리였음이 밝혀졌으니, 아닌 척하고 있어도 속으로는 얼마나 창피하고 망신스러울까요? 그런데 처참히 구겨진 자존심을 조용히 홀로 달래는 박지선의 모습을 안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군요. 바로 처음부터 그녀와의 러브라인이 설정되어 있었던 원어민 영어교사 줄리엔강입니다. 지난 번에 술에 잔뜩 취한 박지선을 부축하고 "나는 이 문디가스나 택시 좀 잡아주고 갈게요!"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잠깐 설레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는 너무 약하다 싶었는데, 이제 드디어 이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제대로 마련된 셈이네요. 메인 캐릭터들의 스토리가 너무 바빠서 이 쪽까지 신경쓸 겨를이 있을까 싶었는데, 지하커플과 얽혀서 진행되니 참으로 절묘합니다..^^

셋째는 그 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정준혁(윤시윤)-황정음의 '준정커플'과 닮은꼴로 불려지며, 은근히 두 사람의 연결 고리를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가까워질 기미는 커녕 둘이 마주치는 씬조차 거의 없었던 백진희-안종석 라인(?)의 느닷없는 등장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전개였던 데다가 의외로 둘이 너무나 잘 어울려서... 신선함과 놀라움과 짜릿함과... 기타 등등의 충격을 동시에 전해주더군요. 짝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그들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의기투합했으니, 잘만하면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것도 문제 없을 듯 싶은데요.

종석이는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성인의 신분이기 때문에 준혁이에 비해서 훨씬 자유로운 입장이기도 하고... 저는 이 두 사람이 러브라인으로 발전한다면 굳이 반대할 생각이 없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진희가 이적과 연결되는 편이 더 풍요롭고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약간은 '팔려간다'는 느낌 때문에 거부감이 드는 면도 있는데, 순수함의 결정체라 해도 좋을 종석이와 사랑하게 된다면 비록 '가난한 연인들'의 전형적인 케이스가 되겠지만 그래도 마음 하나는 따뜻할 테니까요. 그런데 두 사람 다 윤계상과 김지원에 대한 짝사랑이 너무 깊어서, 안타깝게도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군요.

세 가지의 중요 에피소드가 급속도로 전개된 97회는 상당히 역동적이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예전부터 박지선 캐릭터에 대해서 약간의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요. 저는 솔직히 박지선이 별로 불쌍해 보인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콤플렉스 덩어리처럼 보이는 것은 그저 껍데기일 뿐, 그녀의 내면은 오히려 공주병 & 도끼병 환자처럼 보일 때가 많았거든요. 심지어 가장 나쁘게 생각하면, 그녀 스스로 자기를 비하하거나 외로움을 토로하는 등의 모습이 가식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의도적으로 남의 마음을 약하게 해서 사랑을 얻으려는 술수처럼 말이죠.

진짜 콤플렉스가 깊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그 문제를 입에 담는 것조차 꺼리게 마련입니다. 예쁘지 않은 외모 때문에 늘상 남자들에게 차이기만 했고, 사랑받고 싶은데 사랑받지 못해서 외로운 거야 물론 사실이겠지요. 하지만 그 문제가 박지선의 마음에 진짜 깊은 상처로 새겨졌다면, 그렇게 자기 입으로 떠들고 다닐 수는 없습니다. 박하선과 별로 친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툭하면 그녀에게 너무 쉽게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심지어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이적에게까지 자기 콤플렉스를 술술 털어놓는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었지요. 그건 오히려 진짜 콤플렉스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박지선의 언행을 보면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물론 콤플렉스를 숨기고 아닌 척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런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윤지석의 단순한 매너를 자기에 대한 연정이라고 너무 쉽게 오해하는 것을 보고는,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 강하게 들었습니다. 제 생각에 콤플렉스로 가득찬 사람은 절대 도끼병 환자가 될 수 없거든요. 누군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착각하기는 커녕, 심지어 누군가 대놓고 좋아한다 고백을 해 와도 선뜻 믿지를 못하고 받아들이지도 못합니다. "도대체 나 같은 사람을 왜 좋아하겠어? 장난치는 거 아닐까?" 이렇게 되는 거죠.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도끼병 환자들의 특징은 실제로 잘났건 못났건 간에, 본인 스스로는 상당히 잘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박지선도 그런 케이스가 아닌가 싶어요. 외모가 예쁘지 않다는 것은 스스로도 인정하는 듯 싶지만, 그래도 자기는 참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괜찮은 여자인 자기를 남자들이 몰라봐 주는 게 언제나 억울하고 원통할 뿐이지요..;; 윤지석의 사랑 고백을 자기가 거절했노라고 SNS를 통해서 동네방네 떠들어댄 것도, 굉장한 자신감에 차 있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깊은 콤플렉스를 지닌 사람이라면 결코 그럴 수가 없어요. 물론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경솔하고 무례한 행동이었던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요.

따지고 보면 망신살이 뻗치게 된 것도 자업자득입니다.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요? 이와 같은 공주병 & 도끼병 환자들에게는 일종의 충격 요법으로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이 경우는 자기가 자기에게 충격 요법을 사용한 셈이군요. 말하자면 '셀프 패대기' 라고나 할까요..ㅎㅎ 화기애애한 회식 자리에서 혼자 빠져나와 우울한 기분에 잠겨있는 모습도 저는 별로 불쌍해 보이지 않더군요. 곧바로 줄리엔이 따라나와 걱정해 주며, 감기 걸리겠다고 옷까지 벗어서 덮어주는 것을 보고는 오히려 "넌 복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도끼병 환자든 뭐든 박지선이 오랫동안 외로움에 시달리며 힘들어했던 것은 사실이니까, 이제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줄리엔, 잘 해줘야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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