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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강승윤-안수정, 호구와 싸가지의 절묘한 어울림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강승윤-안수정, 호구와 싸가지의 절묘한 어울림

빛무리~ 2012. 2. 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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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은 제목부터 비속어가 난무하니 참으로 면목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의 통통 튀는 개성과 특징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저 두 가지인 듯 싶어서요. 인터넷 검색으로 정확한 뜻을 찾아보니 '호구(虎口)'는 명사로서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고 나와 있군요. 그리고 '싸가지'는 원래 '싹수'의 비속어로서 올바른 언어로 사용하려면 '싹수가 없다'라고 서술어와 연결시켜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싸가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독립적인 단어가 되어버린 느낌이네요. 대충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예의와 염치가 없는 사람'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하이킥3'의 캐릭터상으로 보면, 호구는 물론 강승윤이고 싸가지는 안수정(크리스탈)입니다. 연기자들은 둘 다 예쁘장하고 다재다능한 선남선녀이지만, 캐릭터상으로는 많이 부족한 인물들이죠. 일단 싸가지 안수정의 캐릭터에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속속들이 못된 아이는 아니고 마음 자체는 착한 편이죠. 김지원의 구닥다리 휴대폰이 죽은 아빠의 유품이었다는 것을 알고 눈물을 뚝뚝 흘리던 모습이나, 시골에서 올라와 지갑을 날치기당해 갈 곳 없는 신세경의 딱한 사정을 듣고는 순순히 이틀간 방을 함께 쓰겠다고 허락하던 모습 등은 좀 귀여웠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스투핏'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그 누구에게도 기본적 예의를 지키지 않는 무례함이나, 툭하면 '뿌잉뿌잉' 등의 애교를 통해 남들에게 뭔가를 뜯어내려고 혈안이 된 모습은 영락없는 싸가지의 전형입니다.

그런데 강승윤의 호구 캐릭터에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겠군요. 어떤 사람들은 윤지석(서지석), 안종석, 강승윤, 이 세 명을 합쳐서 '호구 트리오'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지석과 종석이 호구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죠. 그들은 아무에게도 '이용당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단 안종석은 짝사랑하는 김지원에게 무엇이든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 뿐,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무뚝뚝하기가 이를데 없습니다. 현재 김지원은 그의 마음을 이용하려 하기는 커녕 눈치도 못 채고 있을 만큼 무심한 상태죠. 윤지석도 사랑하는 박하선과 가족들에게는 자발적으로 한없이 베풀어주는 스타일이지만, 절대 호구는 아닙니다. 일단 그의 연인 박하선은 너무 개념있는 여자라서 남자의 사랑을 이용해먹을 생각이 전혀 없고, 조카들이 아무리 떼쓰고 달라붙어 봤자 본인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용돈 한 푼 주지 않는 단호한 삼촌입니다. 물론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에 비해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자선병'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강승윤은 명실상부한 이 시대의 호구라고 할 수 있겠죠. 그는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아무한테나, 대책없이 마구마구 퍼주는 스타일입니다. 그의 자선병은 윤계상의 박애주의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도움을 진짜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 자신의 선행과 베풂에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 뭐 그런 것 따위는 승윤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베풂을 받을만한 이유도 자격도 없는 사람에게 속절없이 이용당하면서 간 쓸개까지 다 빼주는 모습을 보면 진짜 복장이 터질 지경이었어요. (부모 마음은 오죽했을까? ;;)

지금까지 그의 호구 행각은 거의 종석이네 식구들에게 집중되어 있었는데, 승윤이를 친구로서 진심으로 아끼는 안종석 본인만 제외하고 다른 식구들은 모두 적잖이 승윤을 이용해 먹었습니다. 특히 어른으로서 체통도 없이 아들 친구에게 비싼 보약을 얻어먹고 밍크옷까지 받아 입으려 했던 안내상과 윤유선 부부의 찌질함은 눈살을 많이 찌푸리게 했었죠. 그런데 예전부터 안수정과 강승윤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는 수시로 제 신경을 집중시켰습니다. 강승윤은 그러잖아도 아무한테나 호구 역할을 하는 인물인데, 더구나 수정의 예쁜 외모와 살살 녹는 애교에 완전 호감을 갖고 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렇다면 그녀가 무엇을 요구하든 거부하지 않고 오케이할 법도 한데, 의외로 이 녀석이 만만치가 않더라는 겁니다.

수정의 미소를 찬양하는 '크리스탈송'까지 작곡 작사해서 불러줄 정도면 영락없이 그녀를 짝사랑한다고 여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보면 볼수록 그게 아니었습니다. 수정이가 자기를 이용해 먹으려는 기색을 살짝 비추자마자 불쾌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며, 곧장 옆집으로 넘어가 '수정송'을 '지원송'으로 바꾸어서 김지원에게 선물해버린 것입니다. ("니는 싫다매~!" 하면서 ㅎㅎ) 그 이후로도 '크리스탈송'은 경우에 따라 '명인대생송' 등으로 변신하며 수차례 그 찬양의 대상을 바꾸었고, 수정이가 아쉬울 때마다 아무리 애교를 떨면서 달라붙어도 승윤이는 한 번도 호락호락 들어준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는 호구인 승윤이가 수정에게만은 호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볼 때마다 신기했어요.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오히려 수정이가 승윤에게 반해가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유학중에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유키 구라모토를 만나서 1:1로 피아노 강습을 받았다는 황당한 말을 믿을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녀가 피아노를 칠 줄 안다는 것은 진짜였지요. 자기를 이용하려고 거짓말을 한다 오해한 승윤이가 그녀의 도움을 거절한 채 혼자 기타를 메고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그냥 모른척할 수도 있었는데 허겁지겁 달려가서 반주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혹시?" 싶었습니다. 물론 스키장에 놀러갈 비용 10만원을 얻어내려는 속셈이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청하지도 않은 하모니카 반주까지 곁들여준 것은 수정이 나름 정성과 성의를 다한 것으로 보였거든요.

승윤에게 잠시나마 여자친구가 생겼던 94회에서는 수정의 마음이 더욱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여친이 생겼다는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던 모습... 여자친구 캐시에게 한없이 호구짓하는 승윤을 보며 진심으로 속상해하던 모습... 내심 그 둘이 깨지기를 원했으면서도 막상 눈앞에서 캐시가 다른 남자를 만나 양다리 걸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승윤보다 더 화내던 모습...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캐시에게 달려들어 '길로틴 초크'로 복수하고 냅다 도망치던 엔딩까지, 그 모든 장면들은 수정의 마음이 승윤에게 향해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지요.

어느 인터넷 포털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장차 이적의 아내는 누가 될 것인가?" 라는 질문에서 안수정이 압도적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더군요. 저는 예전부터 이적-백진희, 강승윤-안수정 커플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결과가 퍽 의외였습니다. "이게 맞는다면, 나중에 이적은 후배 윤계상의 조카사위가 되겠군..ㅎㅎ" 별로 큰 관심이 없어서 그냥 가벼운 웃음으로 넘겨 버렸는데,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보면 역시 저의 예상이 맞는 것 같습니다. 수정의 마음속 화살표가 이제 또렷이 그려졌을 뿐 아니라, 승윤과 둘이 나누는 대화를 보면, 승윤이도 역시 수정에게 마음이 없지 않은 듯하거든요.

캐시와 헤어졌으니 이젠 자기와 사귀자며 들이대는(?) 수정에게 승윤이 말하죠. "진짜 내랑 사귈라고?" 발끈한 수정이 되묻죠. "뭐야, 나는 싫다는 거야?" 그러자 강승윤은 눈이 휘둥그래져서 손사래를 치며 부인합니다.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너는 나 별로 안 좋아하잖아. 뭐 갖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러는 거잖아..."

이 말에 수정은 쿨하게 인정하며 한 발 물러섭니다. 오빠가 대통령 되고 나면 그 때 사귀어 주겠다는 귀여운 농담을 핑계삼아서 말이죠.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내가 싫다는 거야?" 라고 수정이가 물었을 때 "절대 그건 아니다" 라고 말하던 승윤의 표정이 진심으로 보였다는 것입니다.

여자친구로서 싫은 게 아니라면 그녀에게 이성적인 호감이 분명 있다는 뜻인데, 단지 그녀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부하는 것이죠. 그리고 '크리스탈송'의 가사를 곰곰히 다시 생각하면, 그 노래는 결코 다른 사람을 향한 것일 수가 없습니다. "안수정 네 미소는 수정과의 계피보다 깔쌈한 맛~~ 네가 웃으면 이빨이 크리스탈처럼 빛나~" 가사 자체가 수정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어찌 이 노래의 주인이 다른 사람일 수 있겠어요? 이제 보니 수정을 향한 승윤의 마음도 퍽이나 오래된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녀가 자기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열게 될 날을 기다려온 것 같아요.

이로써 지석-하선의 지하커플에 이어, 강력한 해피엔딩이 예상되는 또 하나의 커플이 탄생했습니다. '지붕킥'의 빵꾸똥꾸 해리(진지희)가 오빠 친구 세호(이기광)와 커플이 된 것처럼, 큰 빵꾸똥꾸인 안수정도 역시 오빠 친구 강승윤과 이루어질 거라고 저는 벌써 몇 개월 전부터 예상했었죠... (이 죽일 놈의 신기..ㅎㅎ) 해리와 세호는 나이차가 많이 나서인지 결혼하고 나서도 세호가 해리를 많이 봐주더군요. 그러나 승윤과 수정은 나이도 엇비슷하고, 승윤의 캐릭터가 절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앞으로 수정이는 어쩔 수 없이 성깔을 많이 죽이게 될 듯 싶습니다. 남들에게는 모두 너그러운 호구이면서, 오히려 사랑하는 여자에게만은 도도하고 까칠하게 구는 강승윤... 볼수록 참 독특한 매력이 있는 걸요. 싸가지 수정이가 임자를 제대로 만났습니다..^^ 

그나저나 윤계상-박하선의 앙숙 관계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니 정말 재미있지 않나요? 이 또한 정확히 제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 중인데, 앞으로도 이와 같은 장면이 자주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거침킥'의 박해미-최민용이 늘상 아웅다웅하다가도 가끔은 환상의 팀웍을 과시하며 가족애를 증명할 때가 있었던 것처럼 (이를테면 둘이 힘을 합쳐 택시 강도를 잡았던 것과 같은 에피소드...) 윤계상-박하선에게도 그렇게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뽑아낼 수 있다면 좋겠네요. 윤계상의 러브라인이 모두 지나치게 무거워서 우울한 시트콤이 되어가던 중에, 박하선과의 색다른 어울림이 끼어드니 최강의 유쾌한 코믹을 만끽할 수 있었거든요...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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