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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윤계상... 그 사람은 꿈이었을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윤계상... 그 사람은 꿈이었을까?

빛무리~ 2012. 2. 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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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희의 취중 고백을 받은 윤계상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그녀의 마음을 거절할지, 사실은 그것이 궁금했었습니다.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거절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런데 윤계상이 어떤 제스처를 취하기도 전에, 백진희 본인이 먼저 나서서 모든 상황을 정리해 버렸군요. 이렇게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었는데... 조금은 씁쓸하고 서글픈 생각이 듭니다.

"저는 원래 아무나 쉽게 좋아하고, 아무한테나 쉽게 고백해 버리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마세요" 라고 진희는 계상에게 말하는군요. 자기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진심어린 것이었는지를, 왜 그녀는 끝내 들키지 않으려고 했던 걸까요?

이제 와서 무슨 자존심 때문에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머지않아 먼 길을 떠나야 하는 그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기 위해서겠죠. 어차피 붙잡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아는데, 떠나는 마음에 자기의 사랑이 돌덩이처럼 얹혀 있게 될까봐, 그 무거움이 윤계상을 힘들게 할까봐 걱정했던 거겠죠. 진희의 사랑은 그토록 깊고도 진실한 것이었는데... 애써 자기 사랑의 값어치를 떨어뜨려 싸구려로 만들려는 그녀의 처절한 몸부림에 제 마음은 우울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되는 거 아니었니?

이 절묘한 시점에 다시 등장한 이적의 존재감은 또 얼마나 막강했던가요? 아무나 좋아하고 아무한테나 고백한다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백진희는 윤계상 앞에서 오버스럽게 이적의 매력을 칭찬하며 그에게 반했다는 식으로 막 들이대는군요. 전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적의 입장에서 볼 때는 가장 효과적인 대쉬 방법이었죠. 이적은 그러잖아도 자뻑 왕자 기질이 있는데, 좀처럼 자신의 매력을 알아주는 여자가 없다면서 한탄하고 있던 중이니까요. 남의 아픈 속도 모르고, 이적은 그녀의 유혹(?)을 진심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드디어 백진희에게 진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모든 것은 제가 예측한 방향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윤지석(서지석)과 박하선은 행복한 커플이 되었고 (지하커플 성공!), 윤계상과 김지원은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영혼이 통하고 있음을 자각했고 (연인이 된 것은 아니지만, 저는 이것도 나름대로의 '지상커플 성공'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백진희는 이적의 아내가 되는 길로 거침없이 성큼성큼 걸어들어가는 중이며, 윤계상의 르완다행이 늦춰지지 않고 원래의 예정대로 진행될 거라는 예상도 현재까지는 맞았습니다. 모든 것이 제 생각대로 이루어져가고 있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고 찜찜한 거죠?

아직 너무 많은 분량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아마도 가장 큰 이유이긴 할 것입니다. 마지막회 부근에 가서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면 더 이상 의문의 여지가 없었겠지만, 남은 27회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이제 아무도 모를 일이거든요. 스텐레스 김의 시트콤에서 충격적인 막판 반전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분위기는 뒤집힐 것이고, 그 충격의 정도는 예상컨대 '지붕뚫고 하이킥'보다 훨씬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느낌이 그렇군요.

대중은 김병욱이 전작의 결말에 대해 사과했다는 둥 어쨌다는 둥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면서 자신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스스로 위로해 왔지만 그건 어림도 없는 일이고, 제가 보기에 스뎅김은 오히려 이번 작품을 통해 진짜 이야기를 하려고 단단히 마음먹은 것 같습니다. 시청률이나 대중의 평판에 상관없이, 그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이번에 털어놓으려는 것 같아요. 그의 범상치 않은 내면을 약간이나마 짐작하는 저로서는, 이번에야말로 진짜 큰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집니다. 저의 얄팍한 추측들이 벌써 모두 맞아들어가 버린 지금의 상황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전혀 예측할 수가 없기에 그저 막막하고 불안할 뿐입니다. 

문득 윤계상을 사랑하는 두 여자, 김지원과 백진희가 모두 '잠'과 연관된 흔치않은 질병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기면증과 몽유병... 왜 이제껏 그 부분에 주목하지 못했을까요? 언뜻 보기에도 매우 심상찮은 설정들인데... 최근 두 사람의 병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중요 복선으로서의 위용을 과시(?)했습니다. 눈썰매장에서 돌아오던 날, 백진희는 오래 전 몽유병 발작 상태에서 만났던 예전의 그 조폭들과 다시 맞닥뜨리는 위험에 처했지요. (그들은 왜 갑자기 또 나타났을까요?) 그리고 김지원은 싫다는데도 굳이 자신의 기면증을 치료해주려는 윤계상과 팽팽히 대립하는 과정에서 그의 내면에 있는 거울을 발견하게 됩니다. (정확히는 그 거울 속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이었죠...)

그녀들의 병이 앞으로 어떤 사건들을 불러올지는 모르겠습니다. 둘 다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는 위험한 병이라는 데서, 윤계상의 주변에는 비극적 기운이 넘치도록 가득합니다. "미안해요... 어차피 나는 곧 떠날 사람이고..." 백진희의 고백을 거절하면서 윤계상이 했던 말이 좀처럼 잊혀지질 않습니다. "미안해요... 어차피 나는 곧 떠날 사람이고" ... "미안해요... 어차피 나는 곧 떠날 사람이고..."

물론 르완다로 떠난다는 의미였지만,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수심의 그림자는 뭔가 다른 말을 전해주는 듯하네요. 저는 윤계상이 꼭 르완다로 떠나길 바라지만, 과연 운명이 그 길을 허락할지 모르겠습니다. 죽음이 닥쳐오더라도 쓰라린 슬픔보다는 따스한 감동으로 가슴이 꽉 차오는 그런 죽음이길 바랐건만... 어쩌면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잔인한 슬픔이 예정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스텐레스 김의 엔딩은 언제나 그렇게 말하고 있었죠.

백진희는 극 초반에 몽유병 발작 상태에서 맨발로 동굴을 지나 윤계상의 방까지 찾아가서, 곤히 잠든 그의 멱살을 잡아 흔들며 "나랑 결혼해, 결혼해!" 하고 외친 적이 있었죠. 그 후로 한동안 몽유병 증세는 뜸했지만, 짝사랑이 시작되면서 짐작컨대 윤계상은 그녀의 꿈 속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다시 나타났을 것입니다. 

김지원이 기면증 발작 상태에서 무슨 꿈을 꾸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치료를 거부하는 것으로 봐서는 "지원아, 잠깐만 자고 있으면 아빠가 꼭 다시 돌아와서 너를 깨울게" 라고 말하던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꿈 속에서 다시 만나고 있는 게 아닐까 싶군요. 그런데 최근에는 아빠의 빈 자리를 계상이 채워주고 있었으니, 꿈 속에 등장하는 사람도 점차 아빠에서 윤계상으로 바뀌어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김지원과 백진희, 그녀들에게 있어 윤계상은 꿈과 같은 사람입니다. 꿈 속에서조차 그리워하는 지독한 사랑이며, 치유하기 어려운 병과 얽혀있기에 더욱 치명적인 사랑입니다. 어차피 곧 떠날 사람이기에 비극적인 사랑이고... 어쩌면 그의 존재 자체가 꿈이었기에 붙잡을 수 없는 사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인 모를 아픔과 혼란스러움에 휩싸여,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네요. 당분간은 그저 멍한 상태에서 스텐레스 김이 이끄는 대로 무작정 따라가기만 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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