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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깨달음은 항상 너무 늦게 찾아온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깨달음은 항상 너무 늦게 찾아온다

빛무리~ 2012. 3. 28.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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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윤계상의 고백과 김지원의 눈물, 가슴 미어지는 엇갈림의 시간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처럼, '하이킥3'의 결말도 아직은 알 수가 없습니다. 미국에 계신 박하선 어머니의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짐으로써, 윤지석-박하선 커플의 미래도 장담할 수는 없게 되었군요. 당장 미국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전화는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했는데, 그렇다고 지하커플에게 위기가 닥쳤다고 단정짓기도 어렵습니다. 박하선의 부모님이 굳이 반대하실 만큼 윤지석이라는 인물에게 큰 결함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오히려 어머니의 건강 악화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바짝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그렇더군요.

 

결국 이적의 아내는 반전없이 백진희로 확정되었습니다. 그녀는 이적과 얽히는 에피소드 면에서 이제껏 다른 후보들에 비해 훨씬 많은 분량을 차지했고, 자잘한 불협화음 속에도 차츰 정이 들어왔었죠. 안수정(크리스탈)과 백진희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는 최후의 순간까지 계속되었으나, 뮤지컬 공연장에서의 만남은 부인할 수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이적은 백진희와 함께 보고 싶어서 뮤지컬 티켓을 구매했으나, 보건소도 그만두고 집도 이사하고 전화번호까지 바꿔버린 (그런데 전화번호는 왜 바꾼 걸까?) 그녀와 연락할 길이 없었지요. 보건소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안수정과 대신 약속을 잡았으나, 수정은 손을 다친 강승윤을 위해 라면을 끓여주느라 이적과의 약속을 취소해 버립니다. 그녀의 더없이 확고한 마음... 이로써 강승윤-안수정 커플도 확정되었군요.

 

 

"할 수 없지 뭐... 괜찮아..." 쓸쓸히 전화를 끊고 티켓을 환불하려던 이적은, 마침 혼자서 공연을 보러 왔다가 매진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낙심하는 백진희와 딱 마주칩니다. 왜 가난한 백진희가 그 비싼 뮤지컬을 혼자서 보러 갔을까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 그 뮤지컬을 소재로 진행되는 광고기획이 있었군요. 수많은 뮤지컬 중에 하필 그 작품이었다는 것... 신입 연수생들 중에서 못 본 사람이 그녀 혼자였다는 것... 다음 날 회의 전까지 봐야만 했기 때문에 그 날 저녁이 아니면 안 되었다는 것... 마치 섬세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이 모든 상황이 우연이라면, 인간의 운명은 그 우연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날 이후, 나는 소설을 써 보기로 했다. 우울의 긴 터널을 통과하고 있던 30대 시절의 나와, 그 터널의 끝에 한 줄기 빛처럼 다가왔던 사랑스런 내 아내의 이야기를..." 이적의 독백을 들으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은 처음이었습니다. 백진희의 결혼은 절대 사랑없는 취집이 아니었던 겁니다. 아내 백진희에 대한 이적의 애틋한 사랑은 운명의 그 날 이후로 수십년 동안 변함없이 이어져 왔군요. 윤계상에 대한 사랑을 추억의 한 자락으로 접어넣은 백진희가 다시 이적에게 마음을 열고 그 사랑을 받아들이게 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녀의 결혼생활은 행복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돈 많은 남자들은 자칫 계급주의와 선민의식과 말초적인 향락의 유혹에 빠져들기도 쉬운 법인데, 외로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순수한 사랑만을 추구해 온 이적... 이 남자, 볼수록 진국이거든요..^^

 

 

한편 김지원의 르완다행을 말리려는 박하선의 애원은 계속됩니다. 간절한 눈물로 호소해도 지원에게서 확답을 듣지 못하자 하선은 연인 지석(서지석)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두 사람은 윤계상을 찾아가 직접 말려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 안종석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지원에게 화를 내는군요. 혼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그녀와 함께 명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였는데, 정작 그녀가 대학을 포기하고 르완다에 가겠다니 한 순간에 삶의 목표가 사라져 버린 셈이었지요. 게다가 르완다에 가려는 가장 큰 이유가 삼촌 윤계상에 대한 사랑 때문임을 알고 있는 종석의 마음은 더욱 참담했을 것입니다.

 

윤계상은 김지원을 땅굴로 불러 대화를 시도합니다. 정식 봉사단체 소속으로 르완다에 가서, 짐을 나르거나 밥을 해주는 일을 하며 그 곳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그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윤계상은 아주 조심스럽게, 가슴 아플 만큼 너무나 조심스럽게 말을 꺼냅니다. "네가 가장 힘들 때 내가 옆에 있어서, 그래서 나를 좋아한다고, 나는 어땠느냐고 물었지? 실은 나한테도... 네가 그랬어. 하지만 그게 어떤 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이런 감정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좀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려고... 그래서 너도 섣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는 아직 어리고, 자칫하면 네가 다칠까봐..."

 

 

태도는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내용은 애매하기 짝이 없었지만... 윤계상의 그 말은 사랑 고백이었습니다. 30여년을 살아오면서 한 번도 느낀 적 없던 오묘하고 절실한 감정... 마음속의 견고한 울타리를 허물고 누군가를 그 안으로 받아들였던 최초의 경험... 아직도 어린아이의 심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계상으로서는 이 낯선 감정의 물결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상대는 아직 너무 어린 지원이기에, 더욱 더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자기가 받을 상처에는 얼마든지 대범할 수 있는 계상이지만, 자칫 그녀가 자기 때문에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두렵기만 합니다. 연약한 어린 나무가 자라서 굵고 튼튼한 줄기와 가지를 뻗을 수 있을 때까지, 그는 참고 기다리려 했던 것입니다.

 

제 귀에는 윤계상의 고백이 들리는데, 그 조심스런 사랑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김지원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나 봅니다. 르완다에 따라오지 못하게 밀어내는 것만 서럽고 원망스러워서, 그 말 속에 숨어있는 "사랑한다"는 외침이 들리지 않았나 봅니다. "결국 르완다에 오지 말라는 얘기네요. 갑자기 제가 전염병 환자가 된 것 같아요. 불행을 퍼뜨리는... 하선 언니도, 종석 선배도, 아저씨도... 저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모두 저 때문에 괴로워하고 슬퍼하니까요. 주위의 기대에만 맞춰 살다가 처음으로 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 번 살아보고 싶은 것뿐인데, 제 인생이니까... 그런데 그게 왜 안 되죠?" 그녀가 울면서 땅굴을 뛰쳐나갈 때, 붙잡지도 못하고 홀로 우두커니 앉아있던 계상의 마음... 끝내 어둠 속에서 침묵으로 참아내던 한 방울의 눈물.

 

 

결국 밤새 울면서 고민하던 김지원은 르완다행을 포기하고 맙니다. 하선의 애원과 종석의 분노에도 꺾지 않던 고집을 계상의 말 한 마디로 꺾은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윤계상의 뜻을 이해했을까요? 어쩌면 아저씨가 자기를 떼어놓으려 한다는 생각에 깊이 상처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속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단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뿐인데... 그 영특한 재능을 몇 년만 더 갈고 닦으면 훨씬 더 큰 역할을 맡아 르완다로 봉사를 떠날 수 있는데, 지금 당장 가서 밥을 짓거나 짐을 나른다는 것은 마치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처럼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인데, 훗날의 더욱 큰 즐거움을 위해 지금은 준비하며 기다려야 할 시기인데, 그녀로서는 받아들이기가 너무나 힘듭니다.

 

김지원은 본능적으로 '기다림'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어린 그녀는 뉴질랜드의 은빛 지옥에서 이틀 동안 꿋꿋이 홀로 버티며 아빠를 기다렸지만, 그 기다림의 끝에 있던 것은 아빠와의 재회가 아니라 아주 긴 이별이었죠. 이제 윤계상과 헤어지면 또 다시 기다림이 시작될테고, 그 기다림의 끝에 또 다시 이별이 있을까봐 지원은 두려워합니다. 얼마 전까지는 그녀의 르완다행 결심을 어린애 같은 유치함과 성급함이라 생각했지만,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니 고통의 원인이 저절로 느껴져 오더군요. 안간힘을 다해서 헤어지지 않으려는 그 발버둥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데... 윤계상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는 지금, 어쩌면 그녀의 불안과 두려움은 현실로 닥쳐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직 이런 감정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윤계상은 말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자기 감정의 실체를 알고 있었을 거예요. 다만 그녀는 아직 어리고, 자기는 르완다로 떠나야 하는 현실에 가로막혀 분명히 말할 수 없었던 것이죠. 나중에,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 말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운명이 그 때까지 기다려 줄 거라고 확신할 수 없는 지금, 윤계상의 너무 조심스럽고 애매한 고백은 가슴 미어지도록 슬프기만 하군요. 늦추지 말고 그 때 자기 마음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전했더라면, 김지원의 남은 인생은 그 말 한 마디로 훨씬 더 행복해졌을지도 모르는데... 죽음 직전에야 자기 마음을 깨달았던 이지훈(최다니엘)보다야 좀 낫지만, 이번에도 깨달음은 너무 늦게 찾아올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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