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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최종회, 이 작품이 하이킥의 완결판인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최종회, 이 작품이 하이킥의 완결판인 이유

빛무리~ 2012. 3. 3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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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더해가는 설렘과 불안함에 가슴 졸이며 기다렸던 것에 비해서는 어처구니 없을 만큼 허무하고 김새는 결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 하나 확실하게 결정된 것 없이 엉거주춤하게 멈춘 상태에서 열린 결말로 처리해 버리다니...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엔딩이니까 이것도 나름대로 역습이라 해야 할까요?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안내상의 새로운 사업 '안스월드'는 야심찬 첫발을 내딛었지만 아직 성공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박하선이 미국에서 돌아옴으로써 서지석-박하선 커플의 앞날에는 강력한 청신호가 켜졌지만, "미안해요, 너무 늦어서..." 라는 박하선의 마지막 대사 뒤에 또 어떤 말이 이어졌을지 모르기 때문에 해피엔딩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 어쩌면 이별 통보였을지도 모르니까요.

 

 

안종석은 과연 노력의 결실을 거두어 명인대에 합격했는지... 르완다에서 윤계상이 보낸 엽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결국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학교를 뛰쳐나간 김지원은 그 이후 어떻게 살았는지...

 

최종회에는 등장하지도 않고 122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떠나던 장면을 마지막으로 퇴장해야 했던 윤계상의 앞날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는지...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약속할게. 꼭 다시 돌아온다고..." 계상은 지원에게 했던 그 약속을 지켰을까요?

 

 

심지어 김병욱은 이적의 아내가 백진희라는 것조차도 100% 확실하게 표현하지 않았군요. 학교를 뛰쳐나오는 김지원의 모습에서 실질적인 엔딩컷이 잡히고, 이적의 마지막 나레이션이 흐릅니다. "여기까지가 소설 '짧은 다리의 역습'의 끝입니다. 소설이라기보단 전부 실화죠. 마지막 에필로그만 빼고... 마지막 에필로그는 그저 저의 즐거운 상상입니다!" 그러고 나서 모니터에 노년의 백진희가 등장하며 "여보, 식사하시구랴!" 하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분명 이적은 그 이전에 "여기까지가 소설의 끝입니다!" 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그 이후에 나온 장면은 모두 이적의 상상에 의해 첨가된 에필로그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 거죠. 백진희와 결혼해서 함께 늙어가는 것까지도.

 

에필로그를 처음 보았을 때, 저는 대통령 강승윤의 곁에 앉아 있는 안수정을 당연히 영부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둘이 커플이라고 믿었던 선입견 때문에, 영어를 잘하는 영부인이 남편을 위해 통역을 해주고 있나보다 했던 거죠. 그런데 다시 한 번 자세히 보니, 안수정의 모습은 영부인이 아니라 단순한 통역사로군요. 의자의 위치와 모양과 재질도 대통령의 것과는 확연히 비교되고, 옷차림이나 앉아있는 자세로 봐서도 절대 영부인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확정된 것은 없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이적의 상상 속에 안수정이 강승윤의 영부인으로 등장한다면, 당연히 안수정은 이적의 아내일 수가 없으니 100% 백진희겠죠. 자기 아내를 두고 그런 상상을 할 리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단순한 통역사에 불과하다면, 이적의 아내는 안수정일지도 모릅니다. 오래 전부터 이적은 강승윤을 얄미워 했잖아요? 지금 대부분의 시청자는 강승윤이 대통령이 되어 있는 사실 자체가 이적의 상상일거라 믿고 있지만, 어쩌면 그것은 현실일지도 모릅니다. 그 곁에서 눈을 흘기며 스투핏을 외치는 안수정의 모습만이 이적의 상상인 거죠. 대통령 강승윤이 언제나 눈꼴시었던 이적은, 아내가 나서서 그에게 면박주는 모습을 상상하며 즐거워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적의 상상 속에서 백진희가 아내로 등장한 것은, 평생토록 안수정에게 바가지를 긁힌 나머지, 백진희와 결혼했다면 좀 더 편한 인생이 되지 않았을까 상상한 것일 수도 있겠죠...;;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 모든 가능성을 다 끌어오니까 무척이나 복잡하게 느껴지는군요. 하지만 갖다 붙이자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일 뿐, 전체적인 분위기를 의심 없이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지석과 하선은 다시 만나 사랑을 계속 이어가는 해피엔딩이고, 이적의 아내는 백진희가 맞을 겁니다. 확실치는 않지만요.

 

 

어쨌든 상상도 못했던 열린 결말의 허탈함을 떨치고, 저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고집스레 새드엔딩을 밀어붙이면 또 사이코라는 둥 새디스트라는 둥 욕설이 난무할텐데 이제 그것도 지겹고, 시청자의 요구에 따라 고집을 꺾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자니 자존심 상해서 싫고, 그래서 얼렁뚱땅 열린 결말로 처리한 걸까? 에이, 설마 그건 아니겠지. 스텐레스김은 그렇게 약하지도, 무책임하지도 않으니까. 그렇다면 혹시 이번에도 '지붕킥'의 실수를 반복하여 중간 부분의 전개가 미흡했기 때문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멈춰버린 것일까?

 

가장 중요한 핵심은, 온통 의문 투성이인 이 열린 결말이, 과연 김병욱이 처음 기획 단계부터 의도한 거였는지, 아니면 열악한 상황에서 힘들게 진행하다 보니까 의도와 달리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여기서 저는 아주 쉬운 선택을 했는데, 무조건 스텐레스김을 신뢰한다는 거였죠.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그래서 지독히 허무하고 황당하게 느껴지는 이 열린 결말은, 그가 처음부터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철저히 계획해 두었던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이킥3'의 주제는 안종석의 나레이션을 통해 매우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갖는 꿈들은 어쩌면 아빠의 샴페인처럼 그냥 환상일지도 모른다. 실제는 별 것도 아니거나 끝내 도달할 수 없는... 내겐 김지원도 명인대학도 그런 하나의 환상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 환상이 있어, 사람들은 달린다!"

 

'짧은 다리의 역습'이 의미하는 것은 '성공'이 아니라 '꿈'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김병욱이 보여주고 싶었던 '역습'은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명문대학에 합격하는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현실적 행복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원천... 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죠.

 

 

우리는 오늘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불안한 현실을 살아갑니다. 결코 쉽지 않은 세상살이에, 일상의 무게는 나날이 어깨를 짓눌러 오는군요. 열심히 노력해도 원하는 것은 좀처럼 얻기 힘드니, 하루에도 80번씩 마음이 흔들리며 약해지고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꿈'만 잃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가 가진 것이 비록 짧은 다리에 불과할지라도 언제든 '역습'은 가능하다는 것을, 스텐레스김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꿈은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그 환상은 행복으로 달려가는 열쇠이니, 아무리 힘겨워도 꿈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김병욱은 '하이킥3'의 열린 결말을 모든 시청자에게 꿈으로 선물해 주었습니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한 명도 빠짐없이 자기가 꿈꾸던 엔딩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거죠. 예상치 못했던 만큼 실망과 허탈감도 크겠지만, 생각을 바꿔서 긍정적으로 본다면 이보다 더 공평한 최상의 엔딩은 없습니다. 저마다 좋아하는 캐릭터에 감정을 몰입해 가며 '하이킥3'를 사랑해 오던 애청자들은, 이 작은 시트콤 안에서나마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렇다면 과연 내가 꿈꾸는 결말은 어떤 것이었을까? ... 저의 상상 속에서 김지원은 다시 학교로 되돌아가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예정대로 명인대학 의대에 진학합니다. (몇 개월 남지도 않았는데 지금 학교를 때려치고 나오는 건, 아무래도 그건 좀 아닌 듯..;;) 그리고 3년 후, 예전에 윤계상이 그랬던 것처럼 의대생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르완다를 방문하게 되지요. 그 때 마침 윤계상은 원주민 아이들과 어울려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군요. 작렬하는 태양 아래 피부는 한층 까무잡잡해졌고, 좀 야위었지만 탄탄한 체격에, 두 눈은 형형한 빛을 내뿜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생동감이 넘치고 행복해 보이네요.

 

문득 자기를 향한 시선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는 윤계상, 그의 눈에 비친 것은 22세의 숙녀가 되어있는 김지원의 모습입니다. 이끌리듯 천천히 서로를 향해 다가서는 두 사람... 계상의 놀란 표정을 보며 지원은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짓고, 그렇게 두 사람이 마주보는 장면에서 컷! ...저는 이 정도면 만족할 수 있겠네요. 카메라 구도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엔딩에서 민정과 윤호가 마주섰던 그 장면과 비슷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이킥4'를 기대하는 사람... 많은가요? 저는 '하이킥3'가 시작될 무렵, 이것이 '하이킥' 시리즈의 완결판이라는 제작진의 인터뷰를 어디에선가 읽었던 듯한데요. 그리고 최종회를 보고 난 저의 느낌도 그렇습니다. 철저히 열린 결말을 계획하여 모든 시청자에게 꿈을 선물해 준 이유는, 이것이 마지막이기 때문이에요. 만약 뒤에 이어질 무언가가 더 남았다면, 엔딩을 이렇게 만들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로써 '하이킥' 시리즈의 최종 결말은 우리의 꿈 그대로 남아있게 되었네요.

 

하지만 끝난 것은 '하이킥' 시리즈일 뿐, 김병욱의 시트콤은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을 믿습니다. 저는 요즘 '똑바로 살아라'를 다시 보고 있는 중인데, 9년 전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 세련된 재미가 있군요. 스텐레스김을 비롯한 제작진 모두 수고 많으셨으니 한동안 재충전의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그 후에는 예전보다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다시 찾아와 주실 것을 믿습니다. 

 

youtu.be/EOTZG4trqso

도시남녀의 사랑법 - 은오의 편지

'하이킥3'에서는 여고생이었던 여배우 김지원이 9년 후 성숙한 모습으로 출연한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 동영상 리뷰입니다. 우리 지원이는 더욱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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