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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패밀리합창단, 비난할 수 없는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남자의 자격' 패밀리합창단, 비난할 수 없는 이유

빛무리~ 2012. 9. 19.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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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 번째 합창단입니다. '남자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101가지'라는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분명 걸맞지 않는 기획이죠. 전문 합창단원도 아닌데 죽기 전에 합창을 세 번씩이나 해야 한다는 건 누가 보더라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박칼린을 내세웠던 시즌1의 대성공에 황홀한 나머지, 그 단맛을 잊지 못한 제작진이 같은 아이템을 줄기차게 우려먹는다는 느낌이 확연하니 그런 점에서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모여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가는 합창 연습의 과정도 처음에는 매우 흥미롭고 신선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식상해져 버렸죠. 이런 상황에서 더 뽑아낼 단맛이 과연 남아있을까 싶었는데, 뜻밖에도 한국 최고의 마에스트로 금난새가 선뜻 지휘를 맡겠다고 승낙한 것을 보고는 약간의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오디션이 시작되니 생각은 달라졌습니다. 이 합창의 주인공은 금난새 지휘자가 아니라 역시 수많은 합창단원들일 수밖에 없음을 새삼 깨달은 거죠. 물론 지휘자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아무리 좋은 칼과 도마가 있어도 식재료 자체가 없으면 요리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합격과 불합격 여부를 떠나서 오디션 참가자들은 저마다 이 작은 기회를 삶의 커다란 기쁨으로 여기고 있었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좋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자리가 허락된 것만으로도 그들은 행복했고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게 되었으니까요. 합창을 세 번씩이나 기획한 제작진의 안일함에 언짢아하던 사람도, 참가자들의 진실한 모습을 본 후에는 감히 식상하다고 비난할 수 없었을 겁니다. 저마다의 간절한 소망과 이유를 품고 오디션장을 찾아온 그들의 마음은 순도 99.999%의 진짜임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렸으니까요.

 

 

연예인 가족들의 대거 출연도 저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연예인 가족이라고 해서 참가 자격을 주지 않는다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니 그들도 원하면 얼마든지 참가할 수 있는 것이고, 대중의 관심에 부응하는 열정적 자세로 시청률 상승에 기여한다면 그 또한 나쁠 것 없는 일이죠. 하지만 억지 눈물과 감동을 강요하려는 제작진의 꼼수가 중간에 훤히 엿보이는 것은 적잖이 거북했습니다. 특히 故 최진실의 두 자녀, 환희와 준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그 의도가 민망할 만큼 두드러지더군요. 패밀리합창단이라는 취지에 맞도록 다른 팀들은 모두 함께 노래를 불렀고 특별한 경우에만 몇 소절의 독창을 시켜서 음색을 판단할 뿐이었지만, 환희와 준희의 경우는 처음부터 각자의 독창곡을 준비해 오도록 해서 (분명 제작진이 시켰을 듯..;;) 합창곡까지 무려 3곡의 노래를 불렀는데 그 과정을 거의 편집도 안하고 다 방송에 내보냈으니까요.

 

게다가 (확실치는 않으나) 제작진 측에서 먼저 환희와 준희에게 참가를 권유했다는 이야기를 어느 기사에서 읽었던 저로서는, 어린 남매에게 편중된 기나긴 방송 분량이 더욱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환희와 준희가 원치 않았다면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며, 노래를 하고 싶어서 나왔다는 것도 사실이겠지만요. 아이들의 마음이야 순수했지만, 그 아이들을 이용해서 자극적 이슈를 노리는 어른들의 마음은 참으로 씁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밀리합창단'이라는 기획 자체를 비난할 수 없다고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억지 감동이나 눈물이 아닌 '웃음' 때문이었습니다. 견디기 쉽지 않은 고통 속에서도 환히 웃으며 살아가는 그들의 강한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날마다 뉴스에 등장하는 험하고 끔찍한 사람들을 보면 저절로 세상의 어둠을 느끼게 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사실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계기였습니다. 그들의 고단한 삶에 따뜻한 추억 한 조각을 선물할 수 있다면, 우리가 합창을 세 번쯤 본다고 해서 안 될 것도 없지 않겠어요.

 

 

자폐증을 앓고 있지만 그림을 그릴 때와 노래를 부를 때 가장 행복하다는 소녀는 사랑하는 어머니 곁에서 시종일관 티없이 밝게 웃고 있었습니다. 위암 수술 후 부쩍 약해지신 아버지의 기쁨을 되찾아 드리기 위해 노래한다던 세 자매의 떨리는 목소리... 비록 아빠 없는 가정이지만 입양한 두 딸에게 자랑스런 엄마가 되고 싶다던 탤런트 이아현의 절실한 소원... 2년 전 갑작스런 발병으로 시각장애인이 되어버린 남자친구의 손을 꼭 붙잡고 굳건한 사랑을 키워가는 아가씨... 이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은, 세 번째 합창이라는 식상함을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을만한 기쁨이었습니다.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 윤종배, 권희정 커플이 부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中)

 

 

그 중에도 전 세계에 환자가 10명 밖에 없는 희귀병 '흡수장애 증후군(터프팅 장염)'을 앓고 있는 송예린, 송민성 남매의 모습은 제 가슴에 가장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장에서 영양분을 전혀 흡수하지 못해 평생 가슴에 주사바늘을 꽂은 채 각종 영양제와 약을 투여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병은 참으로 혹독한 것이더군요. 영양이 부족하다 보니 많은 합병증과 부작용이 나타나, 남매는 모두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고 있으며, 예린이는 겨우 아홉 살 나이에 류머티즘 관절염까지 진단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건 방송에 나오지 않았으나 기사를 읽고 알게 된 부분임) 엄청난 치료 비용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엄마의 고충까지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리지만, 본인들의 고통만으로도 그 아이들의 삶은 너무나 버거울 듯했는데...

 

 

하지만 예린이와 민성이는 건강한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밝고 씩씩했습니다. 어린 남매가 오디션장에서 불렀던 노래 '꿈꾸지 않으면'의 가사는 정확히 그들의 삶을 가리키고 있었지요.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비록 흔치 않은 병을 앓으며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하지만,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없는 길 낯선 길을 예린이와 민성이는 힘차게 헤쳐나가고 있었습니다. 가수가 되고 싶은 예린이, 의사가 되고 싶은 민성이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그들의 특별한 세상은 가장 아름답게 완성될 거예요. 저는 애정어린 눈길로 '패밀리합창단'을 지켜보며,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싶군요.

 

* 이미지 상단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시면 해당 동영상을 1분 정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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