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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시나위와 국카스텐의 행복한 대결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는 가수다' 시나위와 국카스텐의 행복한 대결

빛무리~ 2012. 10. 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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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나는 가수다2'가 다시 재미있어지고 있습니다.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 시즌1의 폭발적인 위용을 따라잡으려면 아직도 멀었지만 (솔직히 이제는 기성 가수들의 노래 대결이라는 컨셉 자체가 그 때만큼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 자체가 왕년의 명성 그대로를 되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요즘 들어 만족스러울 만큼 재미있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확히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수로서 단순히 노래를 잘한다는 것을 넘어선 무언가, 정신을 아찔하게 하고 가슴을 짜릿하게 하는 무언가가 차츰 생겨나고 있거든요.

 

몇 주 전, 들국화의 노래를 자신만의 버젼으로 재해석했던 한영애의 '사랑한 후에'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전인권의 음색도 굉장히 독특하지만, 한영애의 목소리는 또 다른 색채의 독특함이 있더군요. 깊이 사랑한 후의 상실감을 노래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전인권의 목소리에서는 세상에 대한 끈끈한 집착이 느껴지는 반면, 한영애의 목소리에서는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한 공허함이 느껴졌습니다. 슬픔만이 아니라 공허함에도 카타르시스는 존재하는 듯, 저는 그 이후로 가끔씩 한영애가 부른 '사랑한 후에'의 동영상을 찾아보곤 하는데, 그럴 때면 그녀의 더욱 공허한 목소리로 제 가슴속의 공허함이 오히려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새가수 선발전과 조별 경연, 9월의 가수전에서 연달아 1위를 차지하며 등장 3주만에 광속 졸업의 쾌거를 달성한 더원의 경우는 참으로 특이한 기록을 세웠다 하겠습니다. 물론 영광스런 일이긴 하지만, 얼굴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가수로서 모처럼 공중파의 주말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좀 더 오랜 시간 동안 시청자와 만나는 것이 본인에게는 더욱 바람직한 일이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조별 경연 때, 현빈의 담백한 버젼보다 훨씬 애절한 목소리로 열창했던 '그 남자'가 매우 감동적이길래, 그 방송 후 저는 궁금해서 '더원'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칭찬하는 글을 좀 써보고 싶은데 잘 모르는 가수였거든요. 그런데 뜻밖에도 그 이름과 연관되어 온갖 루머들이 인터넷창 한가득 떠오르는 것을 보고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물론 근거없는 뜬소문일 수도 있고, 그에게 악감정을 가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퍼뜨린 악성 루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들이 적정선을 넘어서 지나치게 흉험한지라, 사실 여부를 모르는 입장에서는 그 가수에 관한 글을 차마 쓸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에라도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노래를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칭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무 편견 없이 보았을 때 방송에 비친 더원의 모습은 매우 따뜻하고 진실한 사람 같았는데, 만약 그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면 본인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할까 싶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운이 지독히 나빴거나, 아니면 처신을 잘못했거나... 이것도 그 사람의 운명이라면 운명이겠죠.

 

 

일각에서는 더원의 광속 졸업도 '루머'와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예측을 하더군요. 사생활과 관련해 그토록 잡음이 많은 사람을 공중파에 오래 출연시키기는 아무래도 거북하니, 노래에 대한 반응이 제법 좋았던 것을 기회삼아 졸업이라는 형식으로 급히 내보낸 것 같다는 추측이었습니다. 등장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핫이슈로 떠오른 국카스텐이 꽤나 오랜 기간이 흐르도록 졸업하지 못하고 있는 현상과 비교하면 확실히 큰 차이가 있지요. 국카스텐과 같은 인기 멤버를 빨리 놓아주는 것은 제작진의 입장에서 손해일 수밖에 없으니, 조별 경연에서는 1위를 시키더라도 매월의 가수 선발전에서는 아슬아슬하게 2위를 만들어서 붙잡고 있을 거라는 추측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제작진의 그 꼼수는 아주 제대로 먹혀들고 있는 셈이군요. 최근 '시나위'가 전격 합류하면서, 록의 계보를 잇는 선후배간의 대결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있으니까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나위는 이제 '록의 전설'이라 불리는 대선배 그룹이 되었죠. 신대철과 남궁연, 김바다 등 멤버의 대부분은 어느덧 40대 중반에 이르렀습니다. 그에 비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멤버들로 구성된 젊은 그룹 국카스텐은 꽤 오랜 무명기간을 거쳐 2008년의 싱글 앨범이 공식 데뷔로 기록되어 있으니, 실력을 떠나 경력이나 인지도만으로 보았을 때는 라이벌이라 칭하기도 민망할 만큼 두 그룹의 격차는 심한 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시나위와 국카스텐의 대결 구도는 더욱 짜릿하고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무려 한 세대 위의 대선배들에게 겁없이 도전하는 신인의 패기가 때로는 살짝 과하다 싶고 건방져 보일 때도 없지는 않지만, 록이라는 것은 원래 좀 그런 장르니까, 그리고 방송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제작진의 요청에 따라 일부러 더 오버하는 면도 있을 거라 짐작되니까, 번번이 계속되는 하현우의 깜찍스런 도발도 아직까지는 귀엽게 봐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관록의 시나위 또한 '나가수' 출연을 통해서 퍽이나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기존의 이미지는 상당히 음울한 데다가 지나치게 무겁고 딱딱해서 대중 친화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 왔는데, '나가수'에서 보여준 그들의 모습은 반전이라 해도 좋을 만큼 소탈하고 부드럽고 대인배스러워서 무척이나 편안하게 느껴졌거든요. 이와 같은 이미지 변화는 차후 시나위의 음악을 접하는 대중의 마음을 쉽게 열어주며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

 

처음으로 같은 조에서 맞붙었던 제1차 대결의 승리가 국카스텐에게로 돌아간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결과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록이라는 음악의 장르는 그 특성 자체가 매우 거칠고 반항적인데, 이것은 질풍노도의 시기라 일컬어지는 사춘기의 특성과도 맞물리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본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록은 나이 많은 기성세대보다 나이 어린 신세대에게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이 제 생각이거든요. 물론 뮤지션의 나이가 많아졌다고 해서 록 음악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꾸준한 연마와 노력이 계속되어 왔다면, 중년의 록은 더욱 품격있는 음악으로 재탄생할 것입니다. 긴 세월의 풍파 속에 둥글어진 사람들의 모습처럼, 누가 들어도 거북하지 않은, 여전히 강렬하면서도 어딘가 편안한 그런 음악으로 말이죠.

 

 

하지만 사람도 나이가 들게 되면 젊은 시절의 앙칼진 기운을 조금씩 잃어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음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활화산처럼 폭발해 솟구쳐 오르는 젊은이의 패기와 반항심은 본인 스스로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법인데, 국카스텐의 음악에서는 바로 그와 같은 기운이 저절로 뿜어져 나옵니다. 그것은 내면에 잠재된 힘의 분출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열망한다 해서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어떻게 해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것처럼, 현재 그 시절을 지내고 있는 젊은이들만의 특권이라고나 할까요.

 

승패에 관계없이 저 개인적으로는 시나위의 '강남스타일'이 국카스텐의 '나 혼자' 보다 더 좋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싸이의 원곡보다도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워낙 주관이 강하고 고집이 센지라, 세상 모든 사람이 좋다고 해도 내가 듣기에 그저 그렇다 싶으면 별무관심이거든요. 물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며 빌보드 2위까지 진출한 것에 대해서는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그냥 거기까지입니다. (어디서 들으니 만약 빌보드 1위를 차지한다면 그 문화적 파급효과는 올림픽 금메달을 무려 20개 획득하는 것과 비등할 거라더군요. 어쨌든 참 대단하긴 하다는..^^) 저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여러 번 듣고 그 인기 좋다는 뮤직비디오도 몇 차례나 보았지만, 글쎄 별 감흥이 없었어요.

 

 

하지만 시나위의 록 스타일로 편곡된 '강남스타일'은 전혀 달랐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다소 퇴폐적인 클럽의 밤 문화를 연상시켰다면, 시나위의 '강남스타일'은 억눌린 욕망의 분출이라고나 할까요? 이 시대 참 많은 사람들은 현실에 순응하며 규격화된 틀에 맞춰진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마음 속에는 "지금부터 갈 데까지 가볼까~!" 싶은 욕구가 저마다 숨어 있을 겁니다. 한 번쯤은 내키는 대로 막 살아 보고도 싶지만 가족 때문에, 또 다른 많은 이유 때문에 그럴 수 없는 현실들... 시나위의 '강남스타일'에는 그 답답한 마음을 쏟아내는 절규가 담겨 있었어요. 현실적으로는 실행할 수 없는 욕망이지만, 음악을 통해 터뜨리고 분출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효과가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정말 속이 시원하고 좋더군요.

 

그에 비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그냥 현실 그 자체인 듯, 억눌린 욕망 따위는 없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듯 느껴졌습니다. 낮에는 고급 커피숍에서 폼 잡고 차를 마시다가 밤이 되면 묶었던 머리를 풀어헤치고 신나게 놀러 나가는, 낯선 남녀간의 부비부비와 즉석 만남이 전혀 어색하거나 거북할 것도 없이 생활 그 자체인 사람들... 그냥 제 느낌이 그랬다는 겁니다. 제가 그런 문화를 잘 모르고 좋아하지도 않기 때문에 공감할 수 없었다고 생각하고요. 상대적으로 시나위의 '강남스타일'이 더 좋았던 이유는 절제의 미학이 느껴져서였습니다. 어떤 욕망은 욕망 그 자체로 머물 때만 아름다울 뿐, 욕망이 현실화가 되면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은 경우도 많으니까요. 게다가 록 특유의 강렬한 창법을 시전하는 와중에도 댄스음악의 빠른 비트를 놓치지 않고 모든 가사와 박자를 정확히 소화하는 김바다의 보컬 능력에는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걸그룹 시스타의 '나 혼자'를 록 스타일로 편곡해 부른 국카스텐의 무대도 물론 짜릿하고 멋졌습니다. 하현우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그 뾰족한 고음이 정말 제대로 뇌리를 강타하더군요. 들을 때마다 가슴을 칼에 찔린 것처럼 "헉~!" 소리나게 만드는 그 날카로운 목소리... 찔려서 뻥 뚫린 그 구멍으로 답답한 기운이 쑥쑥 빠져나가는 듯한 시원함... 모두 여전하더군요. 그런데 이제 여러 번 듣게 되니까 조금은 익숙해져 버린 느낌도 있었습니다. '한 잔의 추억'으로 처음 등장했을 때는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이었는데, 원래 강렬한 맛에는 쉽게 중독되기도 하지만 쉽게 질리기도 하지요. 이 아슬아슬한 문턱에서 국카스텐이 시나위를 만난 것은 참으로 큰 행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중년의 품격있는 록을 선보이는 선배 그룹과 비교되는 과정에서 자칫 식상해질 뻔했던 젊은 피의 앙칼짐이 그 신선한 느낌을 되찾을 수 있었으니까요.

 

하여튼 시나위와 국카스텐의 대결은 시청자를 행복하게 합니다. 같은 록이지만 확연히 다른 빛깔의 음악이기에, 듣는 이에게는 그만큼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A조 경연에서 둘 다 상위권에 안착했으니, 10월의 가수전에서 그들의 재대결을 또 볼 수 있겠네요. 이 대결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몰라도 즐길 수 있는 동안은 마음껏 즐기려 합니다. 그 기간이 길든 짧든, 선배의 포용과 후배의 혈기가 상부상조하며 서로의 음악을 더 완벽에 가깝도록 완성시켜가는 과정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 이미지 상단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시면 해당 동영상을 1분 정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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