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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그 남자, 차강진의 이야기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크리스마스에' 그 남자, 차강진의 이야기

빛무리~ 2009. 12. 2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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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그녀가 오랫동안 아팠습니다.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그녀가 나 때문에 참 오랫동안 많이도 아팠습니다. 그녀는 나를 피해 도망쳤는데, 나는 자꾸 그녀에게 다가섰습니다. 그녀가 점점 더 아파하는 것도 모르고, 나 혼자 웃으며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나 때문에 그녀의 오빠가 죽었다고 합니다. 내가 강물에 빠뜨린 펜던트를 찾아 주려다가, 그 차가운 강물 속에서 죽었다고 합니다. 나는 그녀의 오빠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먼 옛날, 아직 소년이던 나를 찾아와, 그녀를 부탁하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에게 약속했었습니다. 그녀에게 상처주지 않고, 울리지 않겠다고, 그녀를 매일 행복하게 해주고, 웃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나 때문에 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상처주고, 그녀를 울리는 남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녀는 이제 내 곁에서 웃지도 못하고, 행복하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도망친 그녀였는데, 내가 찾아내어 다시 흔들었습니다. 이 바보는 그때처럼 내게서 도망치지도 못하고, 또 나 때문에 아프기 시작합니다.

아플 것을 알면서 또 나를 찾아오고... 나를 만나서 또 아프고... 앓다가 정신차리면 또 나에게 달려오고... 그녀는 이제 너무 아파서 자기를 주체할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박태준, 그 한심한 인간의 말이라면 듣고 싶지도 않지만, 이번에는 그의 말이 옳았습니다. 그 미련퉁이는 나를 놓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놓아 주어야 하는 거겠지요?


놓기 싫습니다. 정말 싫습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그녀를 알게 된 후, 나는 한 번도 그녀를 놓아 준 적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를 삼키지 못해서 그녀가 병이 났다고 합니다. 박태준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와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병실을 지키시던 그 노교수님까지도 알고 계십니다. 내가 그녀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이젠 아무리 싫어도 그녀를 놓아 주어야 하겠습니다. 내가 아무리 아파도, 이제 그녀를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녀를 위해, 나는 해주고 싶은 일이 참 많았습니다. 그녀의 방에 햇빛이 비쳐드는 창을 내어 주었으니, 이제 그 안을 온갖 예쁜 것들로 채워주고 싶었습니다. 눈물을 닦아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지친 그녀에게 내 어깨를 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녀와 함께 고운 길도 걷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그녀를 위해 정말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녀를 버리는 일 뿐입니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서 내가 잘난 놈, 멋진 놈이어야 할 이유라고는 없습니다. 그녀를 놓아주는 순간, 나는 이렇게 나쁜 놈일 뿐입니다.

더 이상 그녀가 아프지 않게, 나는 가장 비겁한 모습으로 그녀의 눈에 마지막 내 모습을 담아 줍니다. 그녀가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나는 그녀가 오래오래 지금의 내 모습만 기억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 포스팅 후 바로 외출했다가 지금 돌아와서 보니, 다음뷰 베스트에 올려지면서 직원분의 스타일대로 제목이 수정되었군요. '한지완을 버릴 수밖에 없는 차강진' (-_-) 이라고... 제 글의 제목이 그렇게 바뀌었는데...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겠지만, 이건 좀... 제가 글에서 표현하려고 했던 주제와는 너무 동떨어진 제목이라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차강진이 한지완을 버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베스트에 올려주시는 것만도 감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는 수정된 제목이 좀 당황스러워도 그냥 받아들입니다만, 이번 경우는 주제가 달라지기 때문에 특별히 이런 사족을 달아서 언급하게 되었습니다. 독자님들께서는 다음뷰에서 보신 제목 말고, 제가 올려놓은 제목으로만 이 글을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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