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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스' 차강진과 한준수, 볼수록 닮아서 불안하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클스' 차강진과 한준수, 볼수록 닮아서 불안하다

빛무리~ 2010. 1. 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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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는 결코 그런 식상한 출생의 비밀을 이용하여 남녀 주인공을 남매로 만들지 않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불안합니다. 9회에서 보여준 차강진(고수)과 한준수(천호진)의 내면적 모습이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닮아 보이더군요.

차강진은 의심의 여지 없이 한지완(한예슬)을 사랑하지만, 자기가 그녀에게 상처가 되는 인물임을 깨닫고 그녀를 위해 물러섭니다. 자기를 향한 그녀의 사랑이 깊다는 것을 알기에, 억지로라도 떼어내기 위해서 일부러 나쁜 남자가 됩니다. 그녀의 눈앞에서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에게 입을 맞추는 치사스런 방법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 후에 다시 만나서도 그의 '가짜 나쁜 남자' 행각은 계속됩니다. 차강진과 이우정(선우선), 그리고 한지완과 박태준(송종호)은 우연인 듯 같은 식당에서 마주쳤지만 서로 모른체하고 저녁식사를 합니다. 그러다가 사업적으로 자기가 획득할 수 있었던 권리를 범서그룹에 빼앗겼다는 연락을 받게 된 박태준은, 이우정과 차강진이 앉아 있던 테이블로 다가와 다짜고짜 항의를 시작합니다. 이른바 범서에서 뇌물 등의 부정한 수단을 이용하여 자기의 우승을 가로채어 갔다는 것이었지요.


차강진은 "증거 있느냐?" 면서 나서서 박태준의 공격으로부터 이우정을 보호합니다. 그러다가 굳이 안 그래도 될 것 같은데, 멀찌감치 서서 보고만 있던 한지완에게 냉랭한 얼굴로 이런 말까지 건넵니다. "박태준씨가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으시나 본데, 파트너분이 진정 좀 시켜 보시죠. 가만히만 서 계시지 말고... 파트너분의 말이라면 들으실 것 같은데요."

이렇게 정작 그녀 앞에서는 더없이 나쁜 남자처럼 행세하지만, 그녀가 안 보이는 곳에 있을 때, 차강진은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입니다. 범서그룹의 후계자인 이우정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대쉬하는데도 한치의 틈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을 먼저 만났더라면 사랑하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라고 단호하게 말할 뿐입니다. 심지어는 그 재벌가의 상속녀가 스스로 노력해서 당신에게 맞추고 변화될 테니 1%의 가능성이라도 허락해 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하는데도, "아니오" 라는 한 마디로 냉혹하게 잘라버릴 만큼, 그의 마음속에 확고히 들어차 있는 여인의 존재는 한지완 뿐입니다. 그가 그녀를 멀리하는 이유는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그녀를 위해서입니다.


급기야는 현재 한지완의 애인인 박태준을 수렁에서 구해 주기 위해, 자기가 대신 그 올가미를 뒤집어쓰는 무모한 선택에 이르기까지, 이 남자의 사랑은 끝이 없습니다. 그녀를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해줄 수만 있다면 자기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남자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녀 앞에서는 여전히 마음에도 없는 까칠한 소리를 하며 상처를 줍니다.


차강진이 박태준을 함정에 빠뜨렸다고 생각하는 한지완이 바득바득 찾아와서 대들자, 냉랭한 말투로 "나를 상대하려거든 제대로 준비나 해가지고 와요. 툭 건드리면 픽 쓰러지게 생겨 갖고는..." 어쩌고 하면서 모멸감을 안겨주지요. 허약해보이는 그녀가 안스러워서... 그리고 자기 옆에 있으면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그녀이기에 더욱 멀리 떠나보내기 위해서... 그 남자는 그렇게 사랑하는 그녀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 와중에 이우정이 나타나서 모든 사실을 폭로해 버렸기에, 한지완의 마음을 멀리하려던 차강진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말입니다.


한편 그들의 고향인 산청에서는 또 다른 '가짜 나쁜 남자' 가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가혹한 쇼를 벌이고 있습니다. 바로 한지완의 아버지인 한준수 원장입니다. 그는 바로 차강진의 어머니인 차춘희(조민수)가 여전히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첫사랑의 연인이기도 하지요. 비록 차춘희처럼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으나, 한준수의 마음속에도 차춘희의 존재가 자리잡고 있음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참으로 신기한 설정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너무 비현실적이라고나 할까요? 어떻게 이 드라마 속의 인물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을 지속할 수가 있는 걸까요? 보통 현실에서의 사랑은 이렇게 오래가지 않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고, 심지어는 눈앞에 있어도 마음은 멀어집니다. 결혼했다가도 깨지는 일이 다반사이며, 결혼하지 않은 경우라면 연애기간이 기껏 3년 정도만 되어도 오래 사귀었다면서 누구나 혀를 내두릅니다. 만남과 헤어짐은 더 이상 그다지 심각한 일도 아니며, 마치 외출복과 실내복을 갈아입듯이 헤어진 후 바로 다른 만남을 갖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그런데 한준수와 차춘희는 어찌된 셈인지 20년이 지나도, 30년이 지나도 그 사랑이 그칠 줄을 모릅니다. 게다가 부모를 닮았는지 차강진과 한지완도 8년이 넘는 세월 동안, 눈에서 멀어져 있었는데도 그 사랑이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드라마지만... 생각해보면 참으로 신기하달까 신비하달까 부럽달까... 뭐 그런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더랍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한준수가 차춘희 앞에서 나쁜 남자가 된 이유는 자기 자신이 뇌종양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춘희는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그녀에게 잘해준 것도 하나 없는데, 이제 머지않아 자기는 그녀를 남겨두고 저세상으로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한준수는 춘희에게 못되게 굴기 시작했습니다. 헤어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 주기 위해서, 그리고 자기가 없는 세상에 미리 적응시키기 위해서 그녀를 매몰차게 떼어내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의 병명을 들은 날, 준수는 춘희에게 말합니다. "다시는 나를 만나지 않겠다고, 집사람과 약속했다면서? 그 약속 지켜."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데이트 좀 하자면서 가게 앞에서 죽치고 기다리던 남자가, 싫다는 그녀의 손을 잡아끌고 차에 태워서 병원에 데려가 건강검진까지 받게 해주던 남자가, 순식간에 이렇게 변해버린 것에 춘희는 적응하지 못합니다.


그 후로 1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한준수의 뇌종양은 그 진행이 상당히 느린 모양입니다. 아직도 비교적 멀쩡한 모습으로 본인의 한의원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춘희는 아직도 그가 있는 건물 앞을 수시로 서성거리며, 그 남자의 스치는 그림자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애를 태웁니다.

그녀의 마음을 확실히 떼어내야 겠다고 결심한 준수는 일부러 춘희의 다방에 커피를 주문합니다. 그리고 일부러 자기 아내인 영숙이 보는 앞에서, 커피를 배달하러 온 춘희에게 심한 모욕을 줍니다. "너는 네 인생이 망가진 것을 나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건 너의 운명이었을 뿐이야. 네 어머니처럼 너도, 술을 팔고 웃음을 팔면서 살아갈 팔자였던 것뿐이야. 그날 너와 함께 서울행 기차를 타지 않았던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어."


상처받은 춘희가 눈물을 글썽이며 돌아서 나갈 때, 그녀보다 더 아파 보이는 것은 그 남자, 한준수였습니다. 얼마 후, 춘희의 작은아들 부산이에게서 그녀의 소식을 들은 한준수는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춘희는 더 이상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으며,  늘상 가게와 집에만 들어박혀 있던 생활에서 벗어나 요즘은 강가에 가서 주로 앉아 있는다는 것입니다. 추운 날씨에 왜 강가에 계시느냐고 물었더니 "강물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린다"고 대답했다는 춘희입니다. 아들은 어미의 속뜻을 꿈에도 몰랐으나, 그녀의 영혼과도 같은 한준수는 단번에 알아차렸습니다.

강가로 달려가 춘희의 손을 잡아끌어 강제로 차에 태우고, 한준수는 간절히 묻습니다. "내가 뭔데, 나 때문에 평생을 이러고 사니? 나 같은 나쁜 놈 보란듯이 더 잘 살아야지. 대체 내가 너한테 뭔데?" 차춘희는 망설임도 없이 대답합니다. "너는 내 인생 전부다, 왜? 한준수 너는 내 인생 전부이고, 내가 사는 이유다, 어쩔래?" 비록 한평생 그녀를 외롭고 슬프게 한 사랑이었으나, 그녀의 단호함은 차라리 멋지고 부러웠습니다. 춘희의 대답에 가슴이 무너지는 한준수는 병세가 발작하며 시야가 흐려지고 서서히 정신을 잃습니다.

*******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그녀가 자기 때문에 더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그녀를 자기 곁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기 위해, 한준수와 차강진이 사용하는 방법이 너무도 비슷합니다. '가짜 나쁜 남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짜이기는 하지만 너무 철저해서 전혀 어설프지가 않습니다. 웬만해서는 그녀가 자기를 떠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아주 모질고 독하게 상처를 줍니다. 자기 속이 아파서 다 문드러질 지경인데도, 정작 그녀 앞에서는 독하고 냉랭한 표정을 잃지 않습니다. 아, 이렇게 닮을 수가 있나요?

어제 '크눈올' 9회를 보기 전까지는 한 번도 한준수와 차강진이 부자 사이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과연 춘희의 큰아들 강진이는 그녀의 첫사랑 한준수의 아들일까요? 그가 아버지라고 부르는 그 낡은 펜던트는 준수의 것이었을까요? 갑자기 너무나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설령 그 출생의 비밀이 밝혀져서 실망하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빨리 알고 싶어집니다. 둘이 너무 닮아서 불안한데, 그 불안함 한편으로는 묘한 설레임이 있습니다. 고수가 연기하는 차강진의 강렬한 매력 못지 않게, 천호진의 원숙한 연기로 표현되는 한준수 역시 거부하기 어려운 매혹 중년의 포스를 뿜어내고 있기에, 그토록 멋진 두 남자가 어쩌면 혈연일지도 모른다는 것은... 참 이상한 짜릿함으로 다가오네요. 이 불안함과 설레임을 간직한 채, 저는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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