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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스'의 마지막은 처음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클스'의 마지막은 처음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

빛무리~ 2010. 1. 2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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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이하 '클스') 의 출발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수의 아역 김수현과 한예슬의 아역 남지현, 그리고 비록 시간은 짧았지만 한지완의 오빠 한지용으로 등장했던 송중기의 모습들이 매우 신선하게 눈길을 사로잡았지요.


그리고 원숙한 이미지로 또 다른 사랑의 한 갈래를 보여주는 천호진과 조민수의 모습은, 젊은이들의 아픈 사랑과 더불어 씨줄과 날줄이 교차되며 고운 베를 짜내려가듯, 애잔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갔습니다.


차강진과 한지완은 이미 학창시절부터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불가항력적인 헤어짐이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었지요. 지완이가 잃어버리게 한 강진의 펜던트를 찾아주려고 차가운 강물 속에 들어갔던, 지완의 오빠 지용이가 그대로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한지용의 죽음은 두 사람의 사랑에 커다란 슬픔의 한 축을 걸쳐놓게 됩니다.


그러나 강진과 지완의 사랑은 어쩌면 처음부터 시작되어선 안되는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10년의 세월을 건너, 간신히 한지용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이제는 비로소 따뜻한 사랑을 시작하는가 싶었으나, 그제서야 알게 된 부모의 과거... 그들이 넘어서기에는 너무도 큰 산이었습니다.

관련글 : 한준수의 오래된 일기장 


한준수와 차춘희, 차강진과 한지완... 그들의 사랑은 참 많이 닮았습니다. 누가 부모 자식 지간이 아니랄까봐, 슬픈 사랑의 운명조차 너무나 많이 닮았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아무리 오랜 시간을 헤어져 있어도 변하지 않고, 그 곁에 다른 사람이 있다 해도 변하지 않고, 마음속에 오직 한 사람만을 간직하는 사랑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좀처럼 다가서지 못하고 멀리서 애타게 바라만 보는 그들의 사랑은,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가슴이 아려서 차마 볼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강진과 지완이 그 오랜 고뇌의 시간을 떨쳐버리고 드디어 과감하게 서로 다가서려 할 무렵, 뇌종양을 선고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던 한준수는 생의 마지막 시간을, 이루지 못한 평생의 사랑이었던 차춘희와 함께 하기로 결심합니다. 벌써 오래 전부터 한준수의 주변을 맴돌며 그의 사랑만을 갈구하던 차춘희는 망설임 없이 그를 따라 나섭니다.

더할래야 더할 수 없이 얄궂은 운명입니다. 강진과 지완에게 있어 그들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은 한지용의 죽음이 아니라 한준수와 차춘희의 오랜 사랑이었던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작부인 엄마 차춘희의 슬하에서, 인생의 모진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살아온 차강진은 참을성이 온 몸에 배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평생토록 차춘희의 눈물을 보아 왔습니다. 많은 남자를 만나고, 두 아들을 얻었으나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빈 가슴을 부여잡고, 밤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흘리는 어미의 눈물을 그는 보면서 자라왔습니다. 누구인지 몰랐던 그리움의 대상이 바로 지완의 아버지인 한준수라는 사실이 너무도 기막히지만, 그는 어미를 위해 초인적 인내심을 발휘합니다. 그 오랜 아픔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춘희가 떠나던 그 새벽녘, 자기의 사랑을 위해 차마 아들의 사랑을 희생시킬 수 없어, 떠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어미의 신발을 신겨 주며 등 떠밀어 보낼 때, 강진의 마음이야 오죽했을까요? 그 순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을 잃어버렸습니다. 어머니 차춘희와, 연인 한지완을 동시에 잃어버렸습니다. 극도의 참을성을 발휘하고 있었으나, 그 얼굴에는 외로움의 그림자가 너무도 짙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를 사랑하는 한지완조차 이해하지 못합니다. 떠나지 못하게 막았어야지, 어떻게 보낼 수 있느냐며 강진을 몰아붙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준수는 가족들 앞에서 자기 가슴속에 품은 사랑을 차춘희처럼 내색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지완은 알지 못합니다. 자기 아버지와 강진오빠의 어머니가 서로를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깊이 사랑하고 그리워해 왔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떠나보낸 강진을 이해할 수 없고,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마음에도 깊은 상처가 새겨집니다.

여기까지는 슬프지만 더없이 아름다웠습니다. '클스' 11회 후반부까지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의 진행 방향은 참으로 기묘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벌써 14회까지의 내용이 방송되었는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11회 마지막 부분에서부터 삐걱거림이 느껴졌습니다. 혹시 일부러 죽으려고 했던 걸까요? 한준수의 아내이며 한지완의 어머니인 서영숙이 혼자 집에 있는 동안, 화재가 발생합니다. 우연이라기에는 너무도 공교로운 시간적 일치입니다. 한준수가 차춘희와 떠나버린 바로 그 날, 한준수의 집이 홀랑 타고 만 것입니다. 처음부터 한준수가 자기를 사랑해서 곁에 있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평생토록 그가 떠날까봐 불안해 했던 서영숙으로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은 충격이었겠지요. 활활 타오르는 그 불길에서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광기가 느껴졌습니다.
그 불길 속을 뛰어들어가 영숙을 구해낸 것은 차강진이었습니다. 다행히 죽음의 비극은 면했으나, 영숙의 머릿속에는 왜곡된 기억이 생성되고 말았습니다. 오래 전에 죽은 아들 지용이가 살아 있으며, 그 아들은 바로 눈앞에 있는 차강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서부터 '클스'는 사이코드라마로 변질되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3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차강진은 자기 어머니 춘희의 죄를 대신 속죄하려는 것인지는 몰라도, 감쪽같이 한지용인 척 하고 영숙의 아들 노릇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막힌 것은 차강진도 한지완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조금도 삭히지 못하고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눈빛이 마주칠 때마다, 손끝이 스칠 때마다 여전히 설레고 가슴이 아픈, 그들은 아직도 연인입니다.


그토록 사랑한다면 아무리 장애물이 많아도 막무가내로 밀고 나가서 둘이 함께 하든가, 아무래도 비극적 운명으로 함께 할 수 없다면 차라리 멀리 떠나서 안 보고 살든가... 그렇게 해야 정상이건만, 대체 어쩌자고 그들은 남매 아닌 남매가 되어, 날마다 서로 얼굴을 보면서, 사랑을 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사랑을 안 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어정쩡한 상태로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 온 것입니다.


무슨 이런 답답이들이 있습니까? 대체 어쩌자는 것인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그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특히 차강진의 선택은 한지완에게 너무도 잔인합니다. 지완이는 강진이처럼 참을성이 많은 아이가 못됩니다. 감정을 쉽게 억누르지 못하고 매번 격하게 반응하는 성격입니다. 아무리 어미의 죄를 속죄하고 싶었다 한들, 어찌 영숙의 곁에서 그녀의 아들 노릇을 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자기를 볼 때마다 사랑의 아픔으로 바르르 떠는 지완이를 바로 곁에 두고, 어찌 그녀의 친오라비 노릇을 할 수가 있다는 말입니까?

속으로는 자기도 힘들면서, 아직도 지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힘들어 죽겠으면서 겉으로는 거짓말을 합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지금처럼 이렇게 사는 것도 자기는 좋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11회까지는 정말 너무도 멋있어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차강진이, 지금은 좀 이상해 보입니다. 캐릭터가 설득력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서영숙이 화재 사건 이후로 비정상이 되면서부터, 그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약간씩은 사이코가 되어버린 게 아닐까 싶은 정도입니다.


한편 차춘희는 그들을 떠나, 혼자서 길거리 다방을 운영하며 살고 있습니다. 평생 그리워하던 한준수와 생전 처음으로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던 그 새벽, 잠시나마 달콤한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했던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강을 건너 영원한 이별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준수와 춘희의 사랑도, 강진과 지완의 사랑 못지 않게 가엾습니다. 임종의 순간을 가족의 곁에서가 아니라 춘희의 곁에서 맞이하고 싶어할 만큼 그녀를 깊이 사랑했던 준수가, 어떻게 그녀를 버린 채 수십년을 바라만 보고 살았을까요?


그렇게 한준수를 떠나 보냈으면 다시 아들에게로 돌아와도 될 것을, 춘희는 무엇하러 모든 인연을 끊고 혼자 살아가고 있었을까요? 정말 이해가 되지 않고 답답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아들에게도 죄를 지었고, 서영숙에게도 너무 큰 죄를 지었기에 차마 돌아올 수 없었던 걸까요? 하지만 영숙이야 멀리 떠나서 안 보고 살면 그만이고, 아들에게는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 해도 어미라는 이유만으로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여튼 그렇게 연을 끊고 살던 춘희의 삶이 우연한 기회에 다시 이들과 얽히기 시작합니다. 자기 아들 강진이가 서영숙의 아들 노릇을 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춘희는 자기가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을테니 강진이만 놓아 달라고 영숙에게 애원합니다. 그녀를 떠나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잊고 있었던 영숙의 끔찍한 기억들을 자극합니다. 영숙은 아들 지용이가 죽었다는 사실도, 남편 한준수가 춘희와 함께 도망쳐서 죽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는데, 기억 저편에 꽁꽁 파묻어 두었던 그것들을 잔인하게도 눈치없는 차춘희가 낱낱히 끌어내어 영숙의 앞에 적나라하게 늘어놓습니다. 충격으로 잠시 쓰러졌던 영숙은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드디어 기억이 돌아오는데...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차강진과 한지완의 애달픈 사랑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십여년의 세월과 수많은 운명적 걸림돌을 넘어서, 함께 할 수 있게 될까요? 이루어지든, 그렇지 못하든... 제가 바라는 것은 이 드라마의 마지막이 처음처럼 아름다웠으면 하는 것입니다. 한동안 이상하게 삐걱거리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이코드라마처럼 흘러 왔지만, 한때나마 차강진과 한지완, 그들의 감정과 일치되어 진실한 사랑을 함께 느꼈던 시청자로서 저의 바램은 오직 그것뿐입니다.


들의 마지막은 부디 처음처럼 아름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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