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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조관웅(이성재)은 '구가의 서'에서 유일하고 절대적인 악역입니다. 그와 손잡고 악한 일을 꾸미는 기타 등등의 작은 악역들이 있긴 하지만 존재감이 미약해서 거의 눈에 띄지도 않죠. 그런데 드라마 자체가 지나칠 만큼 선악의 구분을 뚜렷이 정해 놓은 탓에, 가만히 살펴보면 캐릭터들이 촌스럽기 이를 데 없네요. 그 옛날 콩쥐팥쥐 식으로 착한 애 못된 애가 처음부터 구분되어 있으며, 아무 이유도 없이 착한 애는 원래 착한 애고 못된 애는 원래 못된 앱니다. 더불어 권선징악의 메시지도 거의 동화 수준으로 명백하게 제시되고 있지요. 그러나 과도한 명확함에서 비롯되는 이 촌스러움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현실적 리얼리티를 살린답시고 선악의 구분을 모호하게 해놓은 캐릭터들은 보면 볼수록 머리가 아파지거든요. 그런 인물들이 ..
초반 1~2회의 애절함에 너무도 푹 빠졌던 나머지 3회부터는 오히려 적응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입니다. 풍전등화의 운명에 놓인 나라를 구하러 나서는 이순신(유동근)의 모습이 비칠 때면 이보다 더 장중한 드라마는 없는 것 같다가도, 주인공 최강치(이승기)와 그 주변 인물들이 나오면 갑자기 무게감이 절반으로 줄면서 아무리 비감한 장면이 나와도 별로 슬프지 않았거든요. 코믹한 와중에 진지함인지, 진지한 와중에 코믹함인지, 제가 보기에는 두 가지 분위기가 적절히 어우러지지 못하고 제각각 따로 노는지라, 좀처럼 몰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전개 과정 중에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작위적인 설정들까지 보이면서 제 마음은 조금씩 멀어져 갔었는데, 이를테면 박무솔(엄효섭)이 최강치를 대신하여 조관웅 수하의 칼에 찔려 죽..
인간의 딸을 사랑하여 인간이 되고자 했던 신수(神獸) 구월령(최진혁)의 간절한 소망은 '구가의 서' 제2회에서 꺾이고 말았습니다. 전설의 여주인공으로는 너무도 현실적이었던 윤서화(이연희)의 사랑은 구월령의 정체를 알게 되자마자 무너져 내렸고, 그녀의 배신은 절망의 또 다른 이름이었죠. 만일 윤서화의 뱃속에 잉태된 생명이 없었다면, 구월령이 담평준(조성하)의 칼에 찔리는 그 순간 모든 희망은 사라져 버렸을 것입니다. 구월령은 '구가의 서'를 얻어 인간이 되기 위해 꼬박 90일 동안이나 무사히 금기를 지켜 왔지만, 경솔하게도 혼자 나물을 캐러 나갔던 윤서화는 관군에게 붙잡혀 버렸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는 금기를 깨지 않을 수 없었죠. 꿈을 이룰 수 있는 100일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이었지만, 처참히 끌려..
'구가의 서'(九家의 書) 제1회에서 주인공 최강치(이승기)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그의 비극적 운명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최강치는 아직 이 세상에 첫 숨결을 내뱉기도 전이건만, 아비 구월령(최진혁)의 마음속에 어미 윤서화(이연희)에 대한 사랑이 싹트는 순간, 이미 그의 모진 운명은 잉태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는 태초부터 미리 계획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가장 뜨거운 용기와 긍정의 힘으로 절대 금기를 넘어 사랑을 이루는 최강치의 모습을 통해, 신은 이 땅의 나약한 인간들을 깨우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요. 이 세상의 어떤 금기(禁忌)도 장벽도 사랑보다 강한 것은 없음을, 신분의 고하도 남녀의 차별도 심지어 인간과 짐승의 구별조차도 사랑보다 우선할 수는 없음을, 이 세상에 태어..
시즌2로 접어들고 나서 '1박2일'이 예전같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예전보다 지루하고 재미없어졌다는 느낌을 부인하기 어렵죠. 가장 큰 원인은 멤버들보다도 제작진에게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정체모를 새를 닮았다는 이유로 일명 '새피디'라 불리우는 최재형 PD의 어설픈 진행은 시즌2가 출범한지 벌써 수개월이나 지났는데도 볼 때마다 민망함에 손발이 오그라들더군요. 표독하고 영리했던 나영석 PD는 천하의 강호동을 상대하면서도 그 포스에서 밀리지 않았고 초딩 은지원과 무대포 MC몽의 막장 떼쓰기에도 끄떡없었는데, 최재형 PD는 거의 순딩이들만 모아놓은 지금의 멤버들에게도 만날 놀림당하면서 쩔쩔매는 형국이니 말이죠. 특히 2년 넘게 '승승장구'를 진행중인 맏형 김승우는 예능 역사상 전례..
홍자매의 작품치고 이렇게 몰입도가 떨어지는 드라마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의 다른 작품들은 비록 시청률이 최고는 아니었더라도 매번 열광적인 매니아층이 형성되면서 화제몰이를 했고, 주요 캐릭터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비교적 높은 편이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어찌된 셈인지 드라마가 중반에 이르도록 매니아층이 형성될 기미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차가운 무관심 속에 한자릿수 시청률의 굴욕을 맛보고 있습니다. 가끔씩 뜨는 관련기사조차도 요즘 어딜가나 핫이슈인 '수지'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주인공인 공유나 이민정에 관한 내용은 찾아보기도 어렵네요. 경쟁작인 '추적자'와 '빛과 그림자'가 워낙 탄탄한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는 되겠지만, 작품 내부에 문제가 없다면 결코 이런..
'더킹 투하츠'는 보면 볼수록 참 신기한 드라마입니다. 가장 비현실적인 설정하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간 군상의 모습들을 섬뜩할 정도로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으니 말이죠. 현재 대한민국은 입헌군주제 국가도 아니고 북한과의 관계도 드라마 속에 그려진 것과는 사뭇 다르지만,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캐릭터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모두 언제 어디선가 현실 속에서 본 듯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느낌을 주는 드라마는 처음이에요. 보통 드라마 속 인물은 그 성향과 특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일관된' 말과 행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그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를 시청자들이 뚜렷이 인식해야 몰입이 수월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드라마들은 대부분 캐릭터가 굉장히 단순합니다. 착한 놈은 항상 ..
이재하(이승기)와 김항아(하지원)의 약혼이 결정되고 김항아가 대한민국 왕실로 옮겨 와 살게 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이 두 사람의 결합은 매우 삭막한 정략결혼에 가까운 느낌이었죠. 벌써 이재하의 매력에 빠져서 그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김항아는 기꺼이 정든 고향을 떠나 모든 것을 버리고 이 곳에 왔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쏟아지는 것은 온통 차가운 시선들뿐, 아무도 그녀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국왕이신 맏아드님의 결정을 마지못해 받아들였지만 역시 북한 여자를 둘째며느리로 맞이하기가 썩 탐탁지 않았던 대비의 까칠함은 물론이거니와, 약혼자가 될 이재하조차 특유의 깐족거림으로 놀려대기나 할 뿐 아직은 마음이 무르익지 않아서 항아의 위로가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김항아는 강한 여자였고 이 곳에 올 때부..
김봉구(존 메이어, 윤제문)의 검은 손에 의해 국왕 이재강 내외(이성민, 이연경)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보며, 따라서 급작스레 왕위를 계승하게 된 이재하(이승기)가 물러나겠다는 비서실장 은규태(이순재)를 만류해서 자기 곁에 두는 모습을 보며, 그런 은규태의 약점을 잡은 김봉구가 본격적으로 그를 협박해서 이용하기 시작하는 사태를 지켜보며, 저는 줄곧 한 가지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은규태의 그 어이없는 실수는... 과연 실수였을까? 노련한 은규태가 순간적으로 무엇을 착각하거나 실수할만한 상황이 있었던가를 아무리 되짚어 보아도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 제 마음을 어둡게 했습니다. 은규태는 대한민국 왕실에 매년 큰 액수의 기부를 하고 있는 영국인 부호 다니엘 크레이그를 접견하여..
우선 2년 6개월 동안의 파란만장한 대장정을 마치고 '강심장'에서 하차하는 MC 이승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결코 쉽지 않았을 토크쇼 진행의 첫 도전에서 본인은 꾸준한 노력으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으나, 큰형처럼 의지하던 강호동에게 좋지 못한 일이 발생함으로써 엉겁결에 홀로 무거운 짐을 떠맡게 되었으니 몸과 마음의 고통도 심했을 것입니다. 정들었던 프로그램을 떠나는 심정은 아무리 담담하려 해도 그럴 수 없겠지요.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니 '1박2일'에서의 마지막 모습처럼 가슴이 짠해왔지만, 그의 인품과 성실함이라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잘 될 거라 믿습니다. 이번 YG 패밀리 특집에서 제 마음을 두드린 토크는 세븐과 션의 이야기였습니다. 우선 박한별과의 10년 연애사를 간략히 풀어놓은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