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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누나' 짐승기를 대하는 누나들의 자세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꽃보다 누나' 짐승기를 대하는 누나들의 자세

빛무리~ 2013. 11. 3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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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할배'의 성공에 탄력받아 그 어떤 예능보다도 큰 기대와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꽃보다 누나'의 첫 방송이 전파를 탔다.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하여 동유럽 크로아티아에 이르는 여정인데, 첫 방송은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까지의 준비 과정과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해서 좌충우돌 헤매는 장면들로 꽉 채워졌다. 드디어 여행을 좀 시작하나 싶더니만 곧바로 끝나버린 셈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보다 누나' 1회는 기대치를 윗도는 웃음과 재미를 선보였다.

 

단연 최고의 포인트는 누나들을 모시고 '짐꾼'으로 출발했으나 얼마 못 가 '짐'으로 전락해 버린 이승기의 멘붕이었다. 물론 할배들을 모시고 다녔던 이서진도 초반에는 적잖이 헤매고 힘들어했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43세의 연륜과 경험으로 무장한 이서진이 멘붕 와중에도 침착한 판단력을 유지했던 것과 달리, 27세의 청춘 이승기는 도통 판단이 서질 않는 듯 정처없이 뛰어다니거나 멍하니 서 있기가 일쑤였다. 터키의 겨울 날씨는 무척 춥다고 들었는데, 이승기의 이마와 목덜미에 끝없이 배어나오는 진땀을 보니 차마 안스러웠다.

 

 

이승기 특유의 허당 매력을 이보다 더 진하게 우려낼 수가 있을까? 어린 나이로 연예계에 데뷔한 후 언제나 꽉 짜여진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며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표현하는 데는 익숙치 않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거나 주장을 펼치면 그것이 주변에 민폐가 되었다고 이승기는 말했다. 영리한 만큼 성격도 똑 부러지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우유부단해 보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이승기는 무려 1시간 30분을 열심히 뛰어 다녔지만 결과는 막막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려면 운행 시간까지 오래 기다려야 했고, 내려서도 30분을 걷거나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택시에는 5명의 인원이 짐까지 들고 탑승할 수가 없었다. 그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이승기가 우왕좌왕하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기다리다 못한 누나들의 인내심도 점차 한계에 이르렀는데, 짐꾼에서 짐이 되어버린 이승기를 대하는 누나들의 자세는 각기 달라서 퍽이나 흥미로웠다. 그러니 이승기에게 가장 적은 영향을 끼친 누나부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누나까지, 네 명 여배우들의 개성적인 모습을 순차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1. 김자옥 (63세)

 

 

'꽃누나'에서 김자옥의 포지션은 '꽃할배'의 백일섭과 같다고 생각하면 될 듯 싶다. 물론 상긋상긋 미소가 떠나지 않는 김자옥의 얼굴은 '백심통'이라 불리던 떼쟁이 백일섭과 많이 달랐지만, 근본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며 매사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에서는 정확히 일치했다. 백일섭과 김자옥은 다른 멤버들에 비해 건강이 좋지 않다는 공통점도 있다. 백일섭은 무릎의 통증이 심한 데다가 밤이면 한웅큼씩 약을 챙겨 먹어야 했는데, 4년 전에 암 수술을 받고 작년에 전이가 되어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던 김자옥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하다. 그래도 백일섭이 트러블메이커 역할을 맡아준 덕분에 '꽃할배'가 더 재미있었던 것처럼, 김자옥 특유의 소녀 감성은 '꽃누나'의 또 다른 활력이 될 거라고 믿는다. 다들 분주하게 갈 길을 찾고 있을 때, 혼자 무료한 듯 벤치에 벌렁 누워 버리는 김자옥의 의외성은 꽤나 만만찮은 웃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차편을 알아보러 간 이승기가 무려 5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자 다른 누나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김자옥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두들 제각각의 방법으로 이동 수단을 알아보고 있을 때, 김자옥은 혼자 수첩에 일기를 쓰거나 의자 등받이에 축 늘어지도록 기대어 잠을 청했다. "어차피 다 될 일인데, 왜 급하게들 저러지?" 그 인터뷰 한 마디는 평소 김자옥의 인생관과 성품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었다. 김자옥은 아주 느긋하게 기다렸을 뿐, 이승기를 재촉하거나 다그치지도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지도 않았다. 그런 태도가 이승기를 편하게 해 주었을 수는 있지만 영향을 끼친 부분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된다.

 

2. 윤여정 (67세)

 

 

'꽃누나'에 윤여정이 없다면 과연 이 여행을 무슨 재미로 볼 수 있을까? 그녀의 촌철살인 입담은 빵 터지는 웃음과 동시에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통쾌함을 선물한다. 까칠하고 예민해 보이지만 그게 불편함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1시간 가량을 헤매다니던 이승기가 가까스로 돌아오자, 윤여정은 일단 "살아 돌아와서 고맙다!"고 반기더니 곧바로 "이제 결과를 말해 봐, 우린 지금 패닉 상태가 됐어!" 하고 재촉했다. 버스에서 내리면 30분을 걸어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다고 이승기가 말하자, 윤여정은 다리를 휘청하고 헛손질을 하며 말했다. "승기야, 나는 누나가 아니고 할머니야. 나 경로석 타고 다녀!" 한 마디 한 마디가 참으로 절묘하다.

 

젊어서 미국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인지 윤여정의 회화 실력은 매우 훌륭했다. 어리버리 짐승기의 도움을 받을 것도 없이 그냥 혼자서도 충분히 숙소를 찾아갈 수 있을 듯한 능란함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다그치고 재촉하면서도 윤여정은 어린 이승기의 미숙함을 다정하게 인내하고 기다려 주었다. 결국 만족할만한 차편이 결정되자 누구보다 이승기의 수고를 칭찬하고 따뜻하게 격려해 준 사람도 윤여정이었다. 그 말투가 유치원생을 어르고 달래는 것처럼 들려서 빵 터지기도 했는데, 그런 부분들 역시 윤여정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재미 아니던가! 급기야 여행이 끝날 무렵 이승기의 눈가를 촉촉해지게 만들었다는 '할머니' 윤여정의 넘치는 인간미를 듬뿍 기대해 보려 한다.

 

3. 이미연 (43세)

 

 

막내 이미연은 '꽃할배'의 짐꾼 이서진과 동갑이다. 앞으로는 이승기가 점차 여행에 적응하면서 '짐'에서 '짐꾼'으로 변모해 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막내 이미연의 부담감이 막중할 것이다. 짐꾼이랍시고 데려온 녀석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으니, 대선배님들을 모시고 다니면서 챙기고 보살펴야 할 책임은 자연히 막내에게 지워진다. 11시간의 비행을 마친 후 이미연은 김자옥의 곁에 꼭 붙어 다니며 선배의 건강을 염려했고, 짐을 찾으러도 가장 먼저 힘차게 달려가서 힘차게 끌어내렸다. 사라져버린 이승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때, 가장 먼저 불만을 표현하기 시작했을 만큼 성격이 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급한 성격은 매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열정의 일환이라 볼 수도 있는 것이었고, 지금껏 이미연이 자신을 지켜 온 방법이었다.

 

 

너무 오래 걸린다고 너무 느리다고 이승기를 구박(?)하는 듯한 공격적인 모습도 살짝 살짝 비쳤다. 하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며칠 후의 어디선가 귀여운 막내 동생을 바라보듯 이승기를 보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이미연의 모습이었다. 넘치는 열정과 급한 성격으로 인해 초반에는 이승기를 힘들게 했을지 모르나, 머지 않아 그녀는 이승기의 착함과 성실함에 사로잡힐 것이고,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이승기의 짐꾼 역할을 도우며 다정한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막내 누나 이미연의 존재가 이승기에게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을 거라 여겨진다.

 

4. 김희애 (47세)

 

 

하지만 1회에서 가장 큰 두각을 나타낸 사람은 셋째 누나 김희애였다. 나는 어린 시절 김희애의 지적이면서도 고상한 이미지에 반해서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로 그녀를 생각했는데, 오랜 세월이 흘러 이제 그녀도 확연한 아줌마가 되었다. 컴퓨터 천재라 불리우던 이찬진과 결혼하여 슬하에 두 명의 자녀를 두었고, 젊은 날의 미모와 큰 차이는 없으나 아줌마다운 넉살과 변죽이 그녀의 연륜을 말해주고 있었다. '꽃누나' 팀은 여행을 출발할 때부터 인천공항을 가득 메운 이승기의 팬들로 이동에 난항을 겪었는데, 김희애는 그들이 이승기에게 주고 싶어하는 선물이나 꽃을 대신 받아들고 신나게 걸어다녔다. 누나라고 부르지만 무려 20년이나 연상인 대선배님이 스스로 배달원을 자처하니 이승기로서는 적잖이 민망했을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김희애는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듯 그저 유쾌한 모습이었다.

 

김희애의 매력이 제대로 폭발한 것은 이스탄불 공항에서였다. 모든 게 낯선 외국에서 생전 처음 주도적으로 길잡이 역할을 해야 했던 이승기가 어쩔 줄 모르고 갈팡질팡할 때, 김희애는 그 자신조차 모르게 은밀한 방법으로 이승기를 확실히 도와 주었다. 이승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 유능한 아줌마는 어렵잖게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냈고, 직원으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미니밴을 소개받았던 것이다. 5명이나 되는 그들 일행이 함께 이용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이동수단이었다. 하지만 김희애는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이승기를 내세웠다. 인포메이션 센터조차 찾지 못하고 헤매는 이승기를 김희애는 은근슬쩍 그 쪽으로 인도했고, 이승기가 직원과 상담하는 모습을 멀찌감치 뒤에서 지켜보았다.

 

 

상담을 받고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이승기가 다가와 의견을 묻자, 김희애는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인 양 반색을 하면서 좋다고 그걸로 하자고 외쳤다. 결국 미니밴 섭외는 이승기의 업적(?)이 될 수 있었다. 만약 김희애가 별 생각 없이 "내가 알아봤는데 저기 미니밴이~" 하면서 곧이 곧대로 대처했다면, 이승기의 입장은 꽤나 허무해지고 말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김희애의 조용한 배려심 덕분에 이승기는 한 시간 반 동안이나 진땀을 흘리면서 뛰어다닌 보람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사려깊고 섬세한 김희애가 초보 짐꾼 이승기에게 누구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을 확신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이승기의 좌충우돌 성장통을 지켜보는 것은 '꽃누나'의 이번 여행을 시청하는 한 가지 꿀재미가 될 것이다. 지금 아무리 불안한 모습을 보여도 결국은 이승기니까 잘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어 편안하다. 이승기가 데뷔 후 지금까지 보여 준 변함없는 성실성과 긍정적 자세는 무엇보다 귀한 신뢰를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많이 망가질수록 기대는 더욱 커진다. 불과 열흘에 지나지 않는 짧은 시간동안 그가 얼마나 눈부신 변화를 보여줄지, 얼마나 멋지게 변해갈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릴 지경이다. 또 제각각 다른 매력을 가진 누나들이 그의 성장을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 줄지도 궁금하다. 이승기에게는 아직도 적잖이 소년같은 티가 남아있는데, 이번 여행을 마칠 때쯤이면 짙은 남자의 향기를 물씬 풍기게 될까? 기대만큼 설레는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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