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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무한도전' 그래, 우리 함께라서 좋은 시간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무한도전' 그래, 우리 함께라서 좋은 시간들

빛무리~ 2013. 11. 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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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열띤 환호 속에 '무한도전'의 네번째 가요제가 열렸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쟁쟁한 뮤지션들이 참가하여 기존 멤버들과 시너지 효과를 이룸으로써, 단순한 웃음뿐만 아니라 진짜 음악의 감동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무한도전 가요제의 특징이다. 축제의 분위기가 짙은 만큼 빠른 템포의 신나는 노래들이 주를 이루지만, 서정적이고 실험적인 음악들이 틈틈이 섞여 있어 다채로움을 느끼게 한다. 내가 이번 '자유로 가요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들었던 노래는 정준하와 김C가 호흡을 맞춘 '병살(병든자와 살찐자)'팀의 '사라질 것들'이었다. 그 몽환적인 분위기와 가사의 내용이 꼭 내 취향에 들어맞았다. 더불어 김C의 음악세계가 얼마나 깊이 있으며 그의 인맥이 얼마나 다양하고도 막강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영상연출가 용이 감독이 감각적인 영상을 제공했고,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독특한 안무가 신비로움을 더했다. 중반에는 산신령처럼 분장한 탭댄서가 나타나 춤을 추었고, 힙합 대세 빈지노가 등장하여 멋진 랩을 선보였다. 게다가 후반에는 이소라의 환상적인 목소리가 코러스로 들려왔다.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기만 해도 더 이상 화려할 수가 없는데, 그 다양한 요소들이 기막히게 어우러지니 이것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종합예술의 경지였다. 거의 완벽했다. 한 가지 아쉽다면 김C가 너무 오랫동안 파트너 정준하를 소외시키고 그 모든 것들을 자기 혼자서 준비했다는 부분이 다소 독선적으로 느껴졌다. 정준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속만 태우다, 가요제가 임박해서야 간신히 노래를 배우고 무대에 오른 셈이었으니까. 하지만 정준하 본인이 속상해하긴 커녕 오히려 김C에게 고마워하는 눈치라서, 굳이 비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좀 독선적이었으면 어떤가? 음악은 충분히 아름다웠고, 청중과 더불어 그들 자신도 만족한다면, 그럼 된 거다.

 

 

개인적 기준에서 두번째로 인상깊었던 노래는 유재석과 유희열의 '하우두유둘'팀이 선보인 'Please don't go my girl'였다. 댄스와 알앤비의 경계선에서 줄곧 티격태격했던 유씨 콤비의 음악은, 결국 다양성을 위해 희생(?)한 유재석의 눈물겨운 양보에 따라 알앤비로 결정되었더랬다. 그런데 의외로 유재석의 목소리와 이미지는 알앤비에 썩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댄스 음악만 할 때는 유재석의 가창력이 이렇게 훌륭한 줄 미처 몰랐는데, 이제 보니 웬만한 가수 뺨치는 실력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도대체 이 완벽한 남자는 못하는 게 뭘까? 알앤비의 황제라는 김조한이 옆에서 힘을 더하고 있었지만, 나의 놀란 시선은 좀처럼 유재석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또한 이 멋진 노래를 만들어낸 유희열의 작곡 실력과 음악성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노래 실력은 그에 못 미치는 듯 가늘고 코믹한 환관창법을 선보였지만, 환상적인 어울림 속에서는 그 또한 조화의 일부였다.

 

그 다음으로는 길과 보아가 협력해 만든 'G.A.B'의 무대가 내 기억에 남았다. 둘 다 뮤지션으로 구성된 팀이라선지, 아마추어들이 포함된 다른 팀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고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 그대로 '뮤직뱅크'나 '쇼! 음악중심' 무대에 올려도 전혀 어색함 없이 녹아들 수 있을 듯했다. 색다른 모습으로 변신한 길의 노력이 가상했고, 보아의 세련된 음악세계를 다시금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이렇게 세 팀을 손꼽아 약간 더 높은 점수를 주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준과 취향에 의거했을 뿐이다. 이 외 다른 팀들의 음악도 모두 훌륭했다. '형용돈죵(정형돈&지드래곤)'팀의 '해볼라고', '거머리(박명수&프라이머리)'팀의 'I got C', '장미하관(노홍철&장미여관)'팀의 '오빠라고 불러다오', '세븐티핑거스(하하&장기하와 얼굴들)'의 '슈퍼 잡초맨'... 이 신나는 음악들이 자유로에 흐르는 동안, 우리는 그 길의 이름처럼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가요제의 핵심은 모든 참가자가 힘을 합쳐 만들고 한 목소리로 불러낸 단체곡 '그래, 우리 함께' 였다. 자기 팀의 노래를 준비하기만도 벅찼을텐데, 단체곡까지 만들자고 제안해 준 유희열은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가! 덕분에 '무한도전' 멤버들은 지나온 나날과 현재를 되새기며 함께 가사를 써낼 수 있었고, 손에 손을 맞잡은 채 그 노래를 함께 부르며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너에게 나 하고 싶었던 말, 고마워 미안해~ 함께 있어서 할 수 있었어. 웃을 수 있어 / 정말 고마웠어, 내 손을 놓지 않아줘서~ 힘을 내 볼게, 함께 있다면 두렵지 않아 / (중략) 그래 괜찮아, 잘해 온 거야~ 그 힘겨운 하루 버티며 살아낸 거야 / (중략) 시원한 바람 불어오면 우리 좋은 얘길 나누자, 시간을 함께 걷자~ 그게 너여서 좋아~ 그래, 우리 함께!" 아니, 이 사람들... 이제 보니 모두 시인이다.

 

그래, 언제나 그렇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한다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너'와 '내'가 만나 티격태격 하면서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들이 있었기에, 그 쉽지 않은 조율의 시간을 거쳐 탄생한 음악이 더욱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이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모두 하나가 되어 즐거움과 감동을 함께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힘겨운 하루를 버티며 살아낼 수 있는 이유도 시간을 '함께' 걷는 누군가가 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는 분명 잘 알고 있지만 수시로 잊어버리는 소중한 진실을 다시금 깨우쳐 주었다. 지금 이 순간... 그래, 우리 함께 있음이 얼마나 큰 기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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