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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누나' 이미연, 그 액티브한 누나의 매력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꽃보다 누나' 이미연, 그 액티브한 누나의 매력

빛무리~ 2013. 12. 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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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의 첫 날, 짐이 되어버린 짐꾼 이승기의 고난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도대체 어느 만큼의 설정이 들어간 건지, 아니면 그게 전부 다 이승기의 본래 모습인 건지, 약간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이승기는 지갑과 여권을 물 새듯이 줄줄 흘리고 다녀서 누나들이 대신 챙겨주게 만들었고, 최선을 다해 정신을 바짝 차려도 모자랄 판인데 느닷없이 팽이에 정신이 팔려 혼자 노느라, 터키의 낯선 거리에 누님들을 방치해 두었다. 평소의 영민하고 사려 깊은 이승기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환전 등의 일처리를 위해 어디론가 갈 때는 분명히 말을 하고 가야 하는데 갑자기 휙 사라져서 남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일단 그렇게 사라진 후에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아서 하염없이 기다리게 만들었다. 지금껏 매니저 등 타인으로부터 케어를 받는 입장이었다가, 이번엔 자기가 타인을 케어해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다 보니 좀처럼 적응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젠틀하고 완벽한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오직 허당만 남았다. 급기야 윤여정은 "아이가 참 예쁘긴 한데 별 쓸모가 없다"면서 박장대소를 했다. 보는 사람들은 그래도 뭐 예쁘긴 하니까 웃으면서 볼 수 있었는데, 이승기 본인은 완전히 멘붕 상태였다.

 

막내 누나 이미연의 존재가 없었다면 진짜 울음을 터뜨렸을지도 몰랐다. 이미연은 공항에서는 성격 급하고 와일드한 모습을 보이며 이승기를 다그쳤지만,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자 오히려 가장 든든한 조력자 및 지원군이 되어 주었던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호텔에 짐을 풀고 누나들이 잠시 쉬는 동안 이승기는 현장 답사를 다녀오겠다며 혼자 나섰는데, 이미연은 그 모습이 안스러웠던지 선뜻 따라 나섰다. 함께 지도를 보고 함께 길을 찾고 함께 식당을 결정하면서, 혼자보다는 역시 둘이 낫다는 것을 이승기는 눈물겹게 느꼈을 터이다. 그리고 여권과 신용카드와 공금을 모두 한꺼번에 넣고 다니며 돈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그 지갑을 꺼내는 이승기에게, 공금을 따로 관리해야 한다며 자상하게 조언해 주는 미연의 모습은 정말 누나같았다.

 

사실 해외 여행자로서 이미연의 모습은 별로 안정적이거나 능수능란한 편이 못 되었다. 왕누나 윤여정과 셋째 누나 김희애는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는 법 없이 차분한 태도로 대처했는데, 그녀들의 문제 해결 방식은 조용하면서도 완벽해서 모든 문제가 별 것 아닌 듯 보일 정도였다. 김희애는 아야소피아 박물관을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혼자 일행과 떨어져서 미아가 되나 싶었는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룰루랄라 걷다 보니 어느 새 가장 먼저 숙소에 도착해 있었다. 윤여정 역시 중간에 일행과 떨어졌지만 능란한 영어회화 솜씨로 어렵지 않게 일행과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누나들 중에서 가장 목소리 크고 적극적인 이미연은 강렬한 액션에 비해 결과는 서툴고 어리버리했다. 윤여정과 김자옥을 숙소로 안내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본인도 방향을 몰라 스태프에게 제발 가르쳐 달라고 졸라대는 식이었다.

 

 

그런데 볼수록 정이 가는 이 누나의 매력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녀는 선 굵은 왈가닥 같았지만 의외로 섬세하고 다정했다. 매사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생각처럼 쉽지 않은 듯 안간힘을 쓰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엄지 손가락을 끼운 채 손바닥을 떼지 않고 360도 회전해야만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소원의 기둥' 앞에서,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이미연의 표정이 어찌나 결연했던지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나 가거든'의 비장미가 제대로 어울릴 지경이었다. 그러고 보니 10여년 전에 이미연은 드라마 '명성황후'의 히로인이었고, OST로 만들어진 이 노래는 원래 그녀의 테마가 아니었던가? 한 떨기 핏빛 장미같은 자태로 명성황후의 비극적 일생을 재현하던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제 그녀는 머나먼 터키의 낡은 기둥 앞에서 온 몸의 힘을 짜내며 손바닥을 돌리고 있다. 그녀의 간절한 소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작진이 '대한민국 제일의 오지랖 여배우'라고 자막으로 지칭했을 만큼 이미연의 행동에는 독특한 점이 있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가 식당 주인이 문 앞에 진열된 것들을 한창 정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녀는 대뜸 나서서 돕기 시작했던 것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누군지도 모를 사람의 일을, 청하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나서서 돕다니 과연 평범한 행동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덧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면서, 아직도 그렇게 뜨거운 가슴을 지닌 그녀가 나는 놀라울 뿐이었다. 그녀의 평소 극 중 이미지는 청순가련이었고, 한동안 작품 활동도 뜸했고, 두 아이의 엄마인 김희애와 달리 이미연의 싱글 라이프는 고여있는 물처럼 아주 조용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의 음식은 지독히도 맛이 없었나보다. 터키의 대표 음식인 케밥을 야심차게 주문했지만, 호텔에서 아침을 때웠던 흰 식빵 한 조각이 더 맛있었다고 윤여정은 말했다. 어쨌든 누나들은 저마다의 걱정 근심을 털어놓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이제껏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만 대중에게 다가갔던 여배우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실제 모습을 담게 될 '꽃보다 누나' 방송이 매우 궁금하면서도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극 중 캐릭터가 아니라 본연의 자기 모습을 브라운관을 통해서 보게 될 때, 어쩌면 그들이 느끼는 소회는 일반인들보다 더욱 낯설지도 모를 일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신의 맨얼굴, 자신의 뒤통수를 보게 될까 두렵다는 김희애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김희애를 바라보는 이미연의 눈동자였다.

 

 

누군가의 말을 경청할 때, 그리고 누군가에게 말을 걸 때, 이미연은 커다란 두 눈을 더욱 크게 뜨고 상대방을 정확히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는 그녀가 상대의 말 한 마디에 얼마나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 주었고, 눈빛은 마치 호기심 많은 어린애처럼 반짝거렸다. 얼핏 보면 언니들 손 잡고 처음 소풍나온 유치원생처럼 들떠서 눈에 띄는 모든 것을 신기해하는 듯했지만, 서늘한 바람 속에 옷깃을 여미는 윤여정을 보고 즉시 스카프를 풀어서 매어 줄 때는 속 깊은 동생의 따뜻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바쁘게 이동하면서도 건강이 안 좋은 김자옥을 다정하게 챙기던 이미연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느닷없이 김희애의 옷이 예쁘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어른스럽고 든든한 막내와 아이처럼 천진한 막내의 경계선 없는 공존이 바로 이미연 그녀의 매력이었다. 끝간 데 모를 액티브함과 넘치는 열정으로 무장한 그녀의 남은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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