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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스타' 알멩, 박진영의 '니가 사는 그 집'은 어떻게 달라졌나?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K팝스타' 알멩, 박진영의 '니가 사는 그 집'은 어떻게 달라졌나?

빛무리~ 2013. 12. 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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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연예인 중에서 가장 그 속을 알 수가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박진영이었다. 뮤지션이나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라든가 마음가짐 등에 대해서는 참으로 종잡을 수가 없었다. 단순히 방송만 보면 퍽이나 괜찮은 사람 같은데, 세간에 떠도는 갖가지 말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그 인생의 행보는 좀 다른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잘 알지 못하는 이면의 일들을 추측하기보다는 내 눈에 보이는 모습을 기준으로 생각했기에, 꽤 오랫동안 박진영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특히 '힐링캠프'나 '라디오스타'에 출연해서 그가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마음이 혹할 만큼 진솔하게 들렸고, '런닝맨' 등의 버라이어티에서도 소탈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더랬다.

 

그런데 박진영이 얼마 전에 출연한 '해피투게더'를 보면서 나는 생각이 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재혼 발표 때부터였지만, '해피투게더'에서 보여준 모습을 통해 나는 이제껏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여실히 깨달았던 것이다. 박진영은 스스로 건반 연주를 하며 자신의 히트곡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노래가 자작곡인 만큼 한 곡을 소개할 때마다 그 노래를 만들었던 배경과 사연을 덧붙여 말하면서 음악과 토크를 함께 즐겨보자는 기획인 듯했다. 그 중 '난 여자가 있는데' 라는 노래를 소개하면서 박진영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결혼하고 나서) 한 2년쯤 지나니까 또 다른 사람이 보이더라고요. 그 때 만든 노래죠!"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너무 쉽게, 너무 당당하게 말하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식겁할 지경이었다. 굳이 남의 사생활에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토록 당당하게 자랑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싶었다.

 

 

나는 박진영이 첫번째 결혼을 할 무렵, 어떤 연예 프로그램에서 그 결혼식을 취재한 장면을 우연히 보았는데 너무 인상적이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박진영은 인터뷰에서 자기가 결혼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 안하고 살았는데 이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결혼밖에 없어서 결심한 거라며 신부를 아끼는 마음을 드러냈던 것 같다. 연예인 동료들은 물론 박진영의 부모님까지 인터뷰에 등장해서 신부를 향한 박진영의 헌신이 얼마나 지극했는가를 말하며.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과 백년가약을 맺게 되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축복하던 모습도 기억난다. 그래 뭐... 누구나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하지만, 인생이란 게 뜻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 법이니 살다 보면 잘못될 수도 있다. 그건 이해한다.

 

앞서도 밝혔지만 나는 박진영의 이미지를 좋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이혼 소식을 들었을 때도 안타깝게 여겼다.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그토록 사랑해서 인생관마저 바꾸며 선택했던 결혼인데 깨지고 말았으니 상처가 얼마나 깊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최근 '라디오스타'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말 돋보였다. 박진영은 지난 몇 년간 이스라엘 등지를 여행하며 삶의 이유와 의미를 깊이 고민했음을 털어놓고, 드디어 약간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미래를 예측해서 연출컷으로 찍어 놓은 3장의 사진을 비교하며, 전재산을 기부한 후 노숙자가 된 모습이 가장 마음 편하다고 이야기했다. 어딘가 미심쩍은 느낌은 있었지만 제법 그럴 듯했고, 파란만장한 삶 속에 구도자적 고뇌를 거듭하는 모습이 조금은 아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며칠 후에 갑자기 박진영의 재혼 발표 소식이 들려왔다. 어잉? 며칠 전에는 당장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겠다 싶은 모습이었는데, 뜬금없이 그 와중에 결혼이라니 무척 당혹스러웠다. 전재산을 기부하고 노숙자가 되어도 좋겠다더니, 그런 마음가짐으로 결혼을? 영혼의 문제가 도통 해결되지 않아서 괴롭다며 이런 나를 제발 구원해달라고 노래하더니, 곧바로 결혼을 한다는 것은 그 해결책을 한 여자에게서 찾겠다는 의미일까? 내 생각엔 그건 정말 아닌 것 같았고, 굉장히 위험한 선택 같았다. 그토록 삶의 고뇌가 깊다면 자신의 내면이라든가 종교적 신앙을 통해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고, 시간도 아주 오래 필요할 터였다. 박진영은 지난 3년간의 고뇌를 통해 이제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나는 그 자신있는 태도가 더욱 미덥지 않았다. 절대 그렇게 빠르고 쉬울 리가 없는데 자신감이 과해 보인다 싶더니만, 역시 그것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약간 독특한 과시욕에 불과했다.  

 

 

본인은 예전과 지금이 다르다고 생각하겠지만,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한 것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신기하게도 아내가 언론이나 방송에 노출되기를 꺼려하는 평범한 사람이라면서 감싸고 싶어하는 모습마저 그 때와 지금이 똑같다. 예전엔 깨달음을 얻기 전이었으니까 그 때 했던 사랑은 가짜이고, 지금은 깨달음을 얻은 후니까 지금 하는 사랑은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단꿀 같은 사랑에 빠졌을 때는 "그대가 나와 결혼을 해 준다면 나는 그대의 노예가 되어도 좋아~" 하다가, 세월이 흘러 또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면 "난 여자가 있는데, 정말 이러면 안 되는데~"로 바뀌는 그 과정이 반복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을까? 삶의 이유와 의미를 찾아 고뇌를 거듭한 끝에 마치 해탈이라도 한 것처럼, 세상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수도승처럼 자유로움의 세리모니를 하더니 금세 결혼 발표로 뒤통수를 때리는 박진영의 행동은 참으로 기이했다. 그 두 가지 행동이 너무나 심하게 언밸런스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오직 나뿐일까?

 

이혼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뭔가 말 못할 아픈 사정이 있었겠지 했는데, 결국은 별 게 아니었다. 그냥 몇 년쯤 살다 보니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와서 "난 여자가 있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하다가 헤어진 것임을 방송에 나와서 자기 입으로 속 시원하게 밝혔으니 말이다. 다 지난 일이니까 맘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그토록 자신하는 깨달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길래, 지금은 예전과 달라졌다고 확신하는 것일까? 하지만 내가 보기엔 예전과 다를 바 없고, 그의 모순된 말과 행동들은 전혀 신뢰감을 주지 않는다. 물론 결혼과 사생활에 있어서는 아내의 신뢰만 얻으면 충분하겠으나, 박진영은 연예인으로서 대중 앞에 선 사람인데 시청자의 신뢰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까? 요즘 박진영은 양현석, 유희열과 더불어 'K팝스타' 시즌3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중인데, 나는 더 이상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신뢰의 무게를 찾을 수 없다. 그냥 그 순간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해 버리는 것일 뿐, 나중에 책임은 커녕 기억조차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K팝스타3'에 출연 중인 혼성듀오 알멩(최린, 이해용)은 음악적 실력뿐만 아니라 독특한 발상과 콘셉트로도 눈길을 끌고 있는데, 첫 관문을 통과한 그들이 두번째 무대에서 선택한 노래는 박진영의 '니가 사는 그 집'이었다. 역시 박진영의 자작곡인 이 노래의 가사는,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있는 옛 애인을 못 잊고 그녀의 집 주변을 맴도는 남자의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니가'라는 요령부득 맞춤법은 대충 수용하고..;;) "니가 사는 그 집, 그 집이 내 집이었어야 해~ 니가 타는 그 차, 그 차가 내 차였어야 해~ 니가 차린 음식, 니가 낳은 그 아이까지도~ 모두가 내 것이어야 해, 난 아직 니가 내 여자같은데~"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그 어둡고 섬뜩했던 기분을 나는 좀처럼 잊지 못한다. 유부녀를 사랑하는 내용의 노래는 조관우의 '늪'을 비롯해서 몇 곡이 있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인 가사는 처음 접해본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뿐만 아니라 집과 차와 아이까지도 자기 것이어야 한다니, 아무리 봐도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과 욕망에 불과했다.

 

 

혼성듀오 알멩은 바로 이 점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짐작컨대 편곡의 아이디어는 여성 멤버인 최린에게서 나온 듯했다. 남성 멤버 이해용의 노래로 시작되는 앞부분은 원곡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최린의 폭풍 랩이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내 입장이란 것도 있지 않아?" 최린의 시크한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내가 사는 이 집, 이 집이 왜 니 집이었어야 해~ 내가 타는 그 차, 니 월급으론 살 수 없어~ 내가 낳은 아이, 우리 그이를 닮았어 많이~ 그러니 제발 돌아가, 찌질하게 다가오지 마~!" 이제껏 '나는 가수다'와 '불후의 명곡2' 등을 통해서 수준 높은 편곡을 수차례 접했지만, 이렇게 유쾌 상쾌 통쾌한 편곡은 처음이었다. 그것이 음악보다도 뒤틀린 생각과 마음가짐에 일침을 찌르는 노래임을 나는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진영은 알멩의 '니가 사는 그 집'을 듣고 요절복통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 노래 속에는 가벼운 웃음으로 넘기기보다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사랑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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