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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이슈

너무나 인간적인 나영석 PD 예능의 미학

빛무리~ 2014. 11. 1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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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시리즈에 이어 최근 '삼시세끼' 마저 성공시키며 나영석 PD는 명실상부한 이 시대 최고의 예능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KBS 재직 당시 연출했던 '1박2일'의 명성이 대단하기는 했으나 그 때는 강호동, 이수근 등의 예능 베테랑 MC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출연진들로부터 적잖은 힘을 받았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예능인이 아닌 배우들(또는 가수들)만을 출연시키고도 예능으로서 충분한 재미를 뽑아낸 '꽃보다~' 시리즈의 성공 이후에는 그 누구도 나PD의 역량을 의심할 수 없게 되었고, 차츰 그에게만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궁금해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던 차에 나영석 PD의 인터뷰를 접했고, 그의 예능 프로그램이 항상 마음 속 깊은 곳을 건드렸던 이유를 비로소 나는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인터뷰의 긴 내용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동료 스태프들을 대하는 나PD의 자세였다. 언제나 출연진에서부터 말단 스태프에 이르기까지 '자발적 헌신'을 이끌어내는 재주가 남다른데 그 비결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PD는 "그냥 정당한 인간적 대우를 해주면 된다"고 대답했다. 특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출연자보다도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동료들의 수고에 적극적으로 감사하고 그들의 역할이 무척 중요함을 매순간 일깨워준다는 것이었다. 


"70~80명의 스태프가 거기 있는 이유는 각자 하나하나 소중한 역할이 있어서다. 예를 들어 배차 담당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일이 사실 도드라지진 않지만 잘 안되면 욕은 욕대로 무지하게 먹는 자리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그 친구한테 권한을 주며 '네가 책임을 지고 해줘!' 맡기고, 때때로 '고맙다, 수고했다, 너니까 했다!' 이런 얘기를 해주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그럴 때 그 친구는 '아, 피디님한테 칭찬받았어!' 가 아니라 '나도 1박2일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어!' 라고 느끼게 된다. 그런 주인의식을 갖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진짜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런 사소한 차이가 100%를 채운다고 믿는다." - 나영석 PD 인터뷰 중 



심지어 메인 PD의 고유 권한처럼 여겨지는 '편집' 부분에서조차 나PD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지 자신의 생각과 주관을 고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방송의 재미보다도 우선하는 것이 '일하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나PD의 견해는 매우 새롭고도 충격적인 것이었다. "우리 조연출 4명이 15분씩 편집해서 60분짜릴 만드는데, 누구 부분은 재미있고 누구는 재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러면 당연히 재미없는 부분을 자르는데, 둘째 주에 방송이 적게 나간 조연출이 또 재미없는 부분을 맡게 됐다 치자. 그래서 내가 그걸 또 잘라낸다면, 그 친구는 '아, 나는 쓸모없는 사람인가, 나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구나!' 생각할 거다." 


"그렇게 되면 나사 하나가 살짝 헐거워지는 셈인데, 그렇게 생긴 작은 균열이 나중에는 프로그램 전체를 잡아먹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 나는 재미가 없어도 그 친구가 편집한 것을 방송에 다 내보낸다. 그게 궁극적으로 방송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뭐 얼마나 대단한 예술작품을 만든다고 사람 무시하면서까지 일을 하겠나? 리얼리티 쇼는 어떤 장르보다도 결국 사람이 중심인 '사람장사'인 것을." 아, 그랬던 것인가. 그토록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탄생시킨 작품이기에, 나PD의 예능이 항상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하고 편안했던 것인가.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그 요리는 보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던데, 방송도 예외는 아닌가보다.



 

예능에 관한 나영석 PD의 또 한 가지 확고한 기준은 "우리 아버지가 봐서 이해할 수 있는 예능이라야 한다"고 했다. 70대의 할아버지와 10대의 손자가 함께 보면서 함께 웃을 수 있는,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예능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PD는 회의 중에 정말 기막히게 참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와도 복잡하거나 어렵다고 느껴지면 미련없이 포기한다. 더불어 그는 "예능을 통해 이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노라고 말한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시청한 후 불현듯 우정의 소중함이 사무치고 옛 친구가 그리워져서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한테 전화나 한 통 할까?' 생각한다면 이것도 선한 영향이다. 그 정도의 영향은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사실 내가 하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아주 재미없는 이야기다. 어른을 공경하자, 부모님께 효도해라, 자연을 보호해라... 그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잊고 살다가 갑자기 얻어맞으면 마음을 치면서 감동스럽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정치를 바꾸자, 사회를 바꾸자, 이런 거창한 얘기는 내 몫이 아니고... 그저 마음을 한번 툭 건드려주는 것, 그게 내 일이라고 본다." 너나 할 것 없이 잘났다고 외치는 세상에서, 이토록 소탈하고 겸허한 그의 품성을 접하니 문득 마더 테레사의 말씀이 겹쳐서 떠오른다. "나는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을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창하고 허황된 꿈에 빠져 있을 때, 그분은 알고 계셨다. 한 사람을 껴안는 것이 곧 온 세상을 껴안는 것임을. 



어느 순간 마음 한 자락을 툭 건드려 주어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할 수만 있다면, 그 마음의 울림들이 모이고 모여서 결국은 이 척박한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꾸어 가지 않겠는가? '꽃보다 할배'를 연출할 당시 나PD는 사무실 칠판에 "할아버지만 즐거우면 나머지는 다 해결된다" 라는 글을 써서 붙여 두었다고 한다. 예능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독특한 기획이다 보니 여러모로 걱정도 되고 불안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재미가 없으면 어쩌나, 안전장치를 좀 만들어야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유혹이 들 때마다 나PD는 벽에 써붙인 글귀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 거 하지 말자. 할아버지들이 즐거우면 나머지는 그분들이 다 해결하실 거야!" 그 무모한 용기는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예능 프로그램 진화의 최종 형태는 바로 '인간극장'과 같은 형태일 거라고 나영석 PD는 말한다. 굳이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갖는 의미와 무게를 잘 포착해서 보여줄 수만 있다면, 거기서 모든 재미와 감동과 즐거움이 창출될 거라는 이야기였다. 결국은 사람, 또 사람이다. 저마다 돈을 따르고 명예를 따르고 인기를 따르는 와중에 홀로 고요히 사람의 마음을 따르는 나영석 PD, 그보다 더 인간적인 방송인이 또 있을까? 이번 주에도 염소 잭슨과 강아지 밍키와 함께 다정한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한 '삼시세끼'의 시골집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아마도 나영석 PD의 그런 마음 때문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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