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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이슈

곽정은이 마녀사냥의 피해자가 아닌 이유

빛무리~ 2014. 11. 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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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직아이'에서의 발언으로 비난에 직면한 칼럼니스트 곽정은이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밝혔다. 요약하면 "자신의 발언은 지극히 정당햇으며, 사과할 생각은 물론 없고, 마녀사냥의 피해자가 될 생각도 전혀 없다"는 내용이었다. 하긴 비굴한 모습보다야 당당한 태도가 더 보기는 좋다. 그녀 자신의 말처럼 해당 장면이 편집 없이 방송된다면 논란과 비난이 일어날 것임을 충분히 예상했을텐데, 이제 와서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둥 사과한다는 둥 비굴한 모습을 보였다면 더 추해 보였을 것 같다. 



하지만 자신에게 향한 대중의 비난을 '마녀사냥'이라 규정짓는 곽정은의 논리에는 반박하고 싶다. 그녀와 나는 개인적 성향과 인생관을 비롯한 모든 생각이 정반대에 놓여있는 사람이므로, 만약 개인적인 관계였다면 서로 터치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을 것이다. 어차피 밤 새워 대화해봤자 바늘 끝만큼의 합일점도 찾아낼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개인적 대화가 아니라 방송중에 벌어진 일이라면 문제가 좀 다르다. 그녀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는 것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일 것이다. 


곽정은은 "단지 성적인 욕망에 대해 발언했다는 이유로 나와 내 일을 매도하고 싶은 사람에게 조금도 사과할 생각이 없다. 잔다르크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나는 다만 나 자신을 지킬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성적인 금기에 억눌려 건강하게 자신의 욕구를 분출하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 사회에서 섹슈얼한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쓰고 말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이성적이고 무논리한 마녀사냥의 피해자가 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한 방송에서 내뱉은 그녀의 '발언'을 비난하는 것이 그녀의 '일'을 매도하는 것과 무슨 상관일까? 그녀는 '성적인 욕망에 관해서 말하는 것'이 자신의 직업이라고 여기는 모양인데, 그 일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니까 적정 수위만 잘 지킨다면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직아이'에서 그녀의 발언은 '자신의 욕구를 건강하게 분출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방식이 부적절했고 선을 지키지 못했기에 비난의 표적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곽정은은 '비이성적이고 무논리한 마녀사냥'이라는 표현으로, 대중의 정상적 사고를 오히려 매도하고 있다. 


 "'섹시한 남자 장기하'라고 말하면 올바른 표현이고, '침대 위가 궁금한 남자 장기하'라고 말하면 무조건 옳지 못한 표현인가? 발화의 맥락을 무시한 채 무조건 성희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사람들에게야말로 묻고 싶다. 앞뒤 안 가리고 한 사람의 직업적 발언을 폄하한 것이야말로 ‘희롱’이 아니냐고


곽정은은 자기를 향한 대중의 비난이 '무조건'이며, '비이성적이고 무논리한 것'이며, '앞뒤 안 가리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한다. 자신의 '이성과 논리'에 퍽이나 자부심이 있는 듯, 다수의 대중을 눈 아래로 보는 듯한 오만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발화의 맥락'이라고 해봤자 별 것이 아니었다. 장기하를 향해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말수도 적어 보이는데 노래할 때 몸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있다" 는 취지의 발언을 한 후 "이 남자는 침대에서 어떨까?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인 것이었다. 


그녀는 두 가지 발언이 아주 자연스러운 맥락으로 연결되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수많은 시청자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가만히 있으면 얌전해 보이는데, 노래할 때면 폭발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말은 가수 장기하의 매력을 칭찬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해서, 누구나 침대 위의 그 사람을 궁금해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맥락'을 내세우는 것은 그녀의 독특한 정신 세계를 애써 보편화시키려는 노력에 지나지 않는다.



 

덧붙이자면, 나는 '섹시하다'는 표현이 '매력적'이라는 표현과 동의어처럼 쓰이는 현실 자체가 매우 못마땅하다. 나와 특별한 관계가 아닌 이성으로부터 "섹시하다"는 말을 들으면, 나는 솔직히 불쾌감을 느낀다. 설상가상 그 말을 할 때 느끼한 눈빛까지 발사했다면, 나는 즉시 멀리 떨어져서 그의 주변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악의 없이 칭찬하려고 건넨 말임을 알기 때문에 불쾌한 내색을 할 수는 없지만 속마음은 불편하다. 물론 개인차가 있을 것이며, 이러한 내가 보편적 인간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나의 취향을 말하는 이유는, 요즘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섹시하다'는 말이 항상 누구에게나 칭찬으로 들리지는 않을 수도 있음을 밝히기 위함이다. 비율적으로 다수가 아닐지는 모르나, 분명 나 같은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오직 내 남편에게만 섹시한 여자이고 싶을 뿐, 다른 남자들이 나를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며 온갖 상상을 하거나 색기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 '매력적'이라는 칭찬은 물론 고맙지만 '섹시하다'는 표현은 거북한 이유이다. 


"‘성희롱'의 의미를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이성에게 상대편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일' 그러므로 내가 아무리 긍정적 찬사를 의도했다고 해도 그 찬사를 들은 당사자가 불쾌해 했다면 그 행동은 백 번이라도 사과해야 마땅하다. ‘팩트'는 이것이다. 기하 씨는 나의 그 발언에 대해 유쾌하게 받아들였으며, 녹화 다음날 기하 씨가 고맙게도 자신의 신보 발매 기념 서울투어 콘서트 현장에 초대를 해주어, 나는 남자친구와 함께 그의 공연을 즐기고 돌아왔다는 것. 이후에라도 만약 '곰곰 생각해보니 그 때 불쾌했다'고 그가 이야기한다면 나는 사과할 것이다." 


곽정은의 주장은 '성희롱'의 사전적 의미에서 타당성을 얻는다. 그러나 성희롱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오직 '상대방의 느낌' 뿐이라는 규정은 사실 얼마나 불합리한가? 선생님이 단지 공부 열심히 하는 여학생을 칭찬하려는 의도로 어깨를 살짝 토닥여 주었을 때도 여학생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고 주장하면 꼼짝없이 성희롱이 되는 셈이다. 나 역시 나에게 '섹시하다'고 말한 사람을 성희롱했다며 비난할 수도 있었다. 그 사람은 긍정적 의미로 칭찬한 거였다 해도 나는 불쾌감을 느꼈으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는 이유는 '법적 규정'이나 '사전적 의미'보다 '보편적 인식'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성희롱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라는 것도 명확하지는 않으나, 다수의 대중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준이라면 일단 수용하게 된다. 내가 '섹시하다'는 표현에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다수의 대중이 그 말을 '칭찬'으로 인식하며 별 문제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편 곽정은과 장기하의 경우는 반대의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장기하는 불쾌하지 않았어도, 그 방송을 본 대중은 불쾌감을 느꼈다는 것. 


사적인 자리에서의 대화가 아니라 온 국민에게 전파되는 방송에서의 발언이었는데, 장기하 본인이 불쾌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문제 없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방송의 파급력은 실로 대단한 것인데, 무조건 법적 규정과 사전적 의미만을 내세우며, 그 말을 함께 들은 수많은 제3자들의 불쾌한 감정은 무시해도 좋은 것일까? 곽정은에게 쏟아지는 대중의 비난은 자신의 개인적 취향만을 지나치게 내세우며 보편적 인식을 거스른 결과일 뿐, 결코 마녀사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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