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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몽 음원차트 올킬, 대중의 어리석음 탓이었을까? 본문

스타와 이슈

MC몽 음원차트 올킬, 대중의 어리석음 탓이었을까?

빛무리~ 2014. 11. 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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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 me or diss me" (나를 그리워하거나 욕하거나), 군대 관련 문제로 자숙하다가 4년만에 컴백하는 MC몽의 정규 6집 앨범 제목이다. 마치 대중을 향해 맞짱 뜨자고 덤비는 듯한 제목부터가 상당히 공격적이다. 이쯤되면 MC몽은 노골적인 노이즈 마케팅을 컴백 전략으로 선택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MC몽은 동료 가수들에게도 자신의 컴백에 적극적인 협조와 응원을 요청했고, 꽤 많은 실력파 가수들이 그의 손을 잡아 주었다. MC몽 6집 앨범의 피처링에 참여한 가수들은 허각, 에일리, 린, 백지영, 개리, 효린(씨스타), 민아(걸스데이) 등 그 이름만으로도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한국에서 남자 연예인이 군대 문제로 한 번 찍히게 되면, 뒤늦게라도 군대를 정상적으로 다녀오지 않는 이상 이미지 회복은 불가능했다. 지금까지는 항상 그랬다. MC몽도 그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이번 컴백에는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과 심혈을 기울였을 것이다. 이번에 실패하면 영영 재기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에, 조력자들과 더불어 논의를 거듭하며 작전을 짰을 것이다. 그런데 심사숙고를 거듭한 결과 채택된 전략이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사실은 꽤 의미심장하다. 누구보다 대중의 트렌드에 민감한 그들이 지금의 시대를 '노이즈가 가장 잘 먹혀드는 시대'로 진단했다는 뜻이니 말이다. 


11월 3일 오전, MC몽의 6집 앨범이 발표되자 타이틀곡 '내가 그리웠니'는 즉시 국내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고, 그 외 수록곡들도 줄줄이 상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가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음원 줄세우기', '음원차트 올킬'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일단은 MC몽의 노이즈 마케팅 전략이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솔직히 나로서는 매우 뜻밖이었다. 서태지의 경우는 최근 들어 안티가 많아지긴 했어도 긴 세월 충성을 바쳐 온 팬층이 워낙 두텁고 단단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MC몽의 경우는 그와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뮤지션으로서의 위상 자체도 그렇고, 대중의 신뢰를 잃게 된 원인도 두 사람은 크게 달랐다. 



아무도 몰랐던 서태지의 과거 사생활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대중은 배신감을 느끼고 그를 비난했지만, 사생활은 어디까지나 사생활일 뿐이었고 더욱이 오래 전에 지나간 과거의 일이었다. 그의 골수팬들 뿐 아니라 꽤 많은 수의 언론인과 블로거들도 "가수는 언제나 음악으로 평가받아야 하며, 연예인도 사생활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그를 비호했다. 그러나 MC몽은 허위 증명서를 발급받아 공무원 시험을 보는 등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군 입대를 연기한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그리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은 사람이다. 고의 발치 부분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종합적 결과는 명백한 유죄 판결이었다.  


사생활 문제에는 비교적 너그러운 대중들과 언론조차도 군 기피 문제로 유죄 판결을 받은 MC몽에게는 냉담했다. 서태지가 컴백을 앞두고 활발한 방송 활동을 시작했을 때 인터넷 여론은 적대 세력과 비호 세력으로 나뉘어진 분위기였지만, MC몽 컴백을 앞두고는 좀처럼 그를 비호하거나 응원하는 목소리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 MC몽에게도 분명 팬층이 있을텐데, 팬들조차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히 내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그토록 차가운 대중적 분위기는 아무래도 '그리워하거나' 보다 '욕하거나' 쪽에 가까워 보였고, 그래서 MC몽의 노이즈 마케팅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MC몽 6집의 노래들이 발표되자마자 음원차트 올킬 신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기현상(?)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겠는데, 첫째는 MC몽의 부동 팬층이 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두텁고 단단했을 가능성이고, 둘째는 노이즈 마케팅의 대성공으로 관심없던 사람들마저 몹시 궁금해하며 그의 음원을 앞다투어 들어 보았을 가능성이다. 첫번째 이유로 MC몽의 팬들이 현재의 결과를 이끌어냈다면, 그 외의 대중들이 아무리 못마땅하게 여겨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나는 MC몽이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조차 예능 '1박2일'을 통해서만 그를 접했을 뿐 그의 음악은 듣지 않던 사람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정도 파급력의 팬층을 소유했다면 뮤지션으로서 MC몽은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은 셈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가 없다. 유죄 판결을 받았어도 집행유예 기간이 끝났고 사회봉사도 마쳤다면, MC몽의 가수 컴백과 연예인 활동을 법적으로 막을 근거가 전혀 없다. 싫으면 그저 안 보고 안 듣고 관심 안 갖는 것만이 불특정 다수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최선이다. 나는 이제껏 서태지의 '소격동'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고, MC몽의 '내가 그리웠니'도 어떤 노래인지 전혀 모른다. (늘 본방사수하던 '해피투게더'와 '슈퍼스타K'도 한 주씩은 빼놓고 안 봤다.) 내가 원치 않아서 소비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이 정말 좋아서 듣겠다는 사람들을 어찌 탓할 수 있겠는가? 자기가 좋아하는 예술 컨텐츠를 선택해서 즐기는 것은 개개인에게 주어진 고유의 권한인데. 



그런데 만약 노이즈 마케팅에 홀랑 넘어가서 단순한 호기심으로 MC몽의 음원을 사들인 대중의 수가 절대 다수였다면, 정말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제껏 대중의 무서운 힘을 내심 인정하며 존중하고 있었는데, 한 사람의 연예인에게 이토록 쉽게 농락당할 만큼 우스운 것이었단 말인가? 물론 금속성 냄비처럼 쉽게 끓었다가 금세 식어버리기도 하고, 가볍게 팔랑거리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특성도 대중에게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으나, 이렇게나 다루기 쉬울 거라고는 생각 못했었다. 지나친 고집불통이 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의사가 명확하다면 외적으로 효과가 있든 없든, 혼자서라도 꿋꿋이 줏대를 지킬 만큼의 고집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만약 진심으로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호기심에 MC몽의 음원을 사들인 사람이 다수였다면, 그 이후의 모든 행보는 무의미하다. 자기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싫은 사람의 음원을 1위에 올려놓는 바보짓을 한 후, 뒤늦은 반발심에 군가 '멸공의 횃불'을 1위에 올려봤자 그게 무슨 소용인가? 백지영과 하하 등의 동료 가수들이 자신의 SNS에 메시지를 올려 MC몽의 컴백을 응원했다는 이유로 그들을 비난해봤자 그건 또 무슨 소용인가? MC몽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 모든 행위들이 우습고 가소로울 것이다.  



MC몽의 앨범 수록곡 'Whatever' 가사에는 "Loser들의 타고난 특기. 직업 정신으로 물어뜯기. 허 참 무서워. 같은 남자로서 참 우스워. 남 잘되는 꼴을 못 봐. 왜 매를 벌까. 제발 골 좀 막지 마"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는 (자신을 미워하는) 대중을 향한 노골적 비아냥과 비웃음으로 느껴진다. (MC몽 측에서는 절대 그게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난 너희의 실체를 잘 알아. 그렇게 욕하고 물어뜯으면서도 음원이 풀리기만 하면 호기심에 우르르 몰려들겠지. 너희에겐 시끄러운 노이즈가 특효약이지. 궁금증만 톡 건드려 주면 만사형통! 오예~" 이렇게 조롱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지 않은가? 


나는 MC몽의 음원을 사지도 듣지도 않았지만, 대중의 일원으로서 함께 조롱당하는 기분이라 약간 수치심마저 느껴진다. 저 역한 조롱을 꼼짝없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라니... 차라리 MC몽의 부동 팬층이 두텁고 탄탄해서 지금의 결과가 나타난 거라면 좋겠다. 만약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대중의 어리석음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면 정말 탄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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