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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별' 만화 주제곡에 실린 섬뜩한 경고, 나쁜 짓을 하면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감자별 2013QR3

'감자별' 만화 주제곡에 실린 섬뜩한 경고, 나쁜 짓을 하면은...

빛무리~ 2013. 11. 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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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함과 섬뜩함과 유쾌함이라는 세 가지 상반된 감정을 한꺼번에 쏟아붓는 김병욱의 능력은 역시 탁월하다.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나쁜 짓을 하면은~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우리에게 들키지~♬" 추락사고 이후 기억상실증으로 7세 어린이가 되어버린 노민혁(고경표)은 줄곧 1991년 그 당시 한창 유행했던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를 태블릿 PC로 되풀이해 보면서 그 주제곡을 불러댔다. 나와 함께 '감자별'을 시청하던 신랑이 어느 날 갑자기 물었다. "왜 하필이면 저 노래일까요?" 나는 무심히 대답했다. "그냥 그 때 유행했던 만화라서겠죠.." 하지만 알고 보니 그냥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그 당시 인기를 끌었던 만화가 한 두 편은 아닐진대, 그 중에서 하필 '날아라 슈퍼보드'가 선택된 것은 치밀한 계획과 복선에 따른 결과였다. 

 

나진아(하연수)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서민정 이후로 가장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지붕킥'의 신세경과 '하이킥3'의 김지원에게서는 정통 멜로의 여주인공처럼 아련하고 비극적인 분위기가 풍겼는데, 그 모습들도 매력적이었지만 러블리한 느낌과는 좀 차이가 있었다. 서민정의 러블리가 순수함과 귀여움에서 비롯되었다면, 나진아의 러블리는 강인함과 따뜻함에서 비롯된다. 교사라는 안정된 직업과 풍족한 집안을 배경으로 지녔던 서민정에 비해 나진아의 현실은 매우 척박하다. 아빠가 죽고 엄마는 바람이 나면서 혼자 버려졌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에, 나진아는 아직도 어둠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철없는 엄마 길선자(오영실)는 아직도 다단계에 빠지거나 일확천금의 헛된 꿈을 꾸며 번번이 사고를 쳐서 진아를 힘들게 한다.

 

 

나진아가 고등학교 졸업 후 4년 동안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며 열심히 모았던 돈은 엄마의 실수 한 방으로 전부 날아갔다. 햄버거 가게의 부점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던 기회마저 팽개치고 나진아가 선택한 것은 어릴 적부터의 꿈이었던 장난감 회사 (주)콩콩의 무급 인턴사원이었다. 살던 집이 철거되자 나진아와 길선자 모녀는 결국 무일푼의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는데, 마침 (주)콩콩의 창업자이자 현재 고문인 노수동(노주현)의 배려로 그 집의 차고에서 기숙하게 된다. 노수동의 어린 외손자들은 외갓집에 올 때마다 차고에 사는 모녀를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구경하며 과자를 던져주기도 한다. 6개월 동안은 급여 없이 일하는 조건으로 취직했기 때문에 기껏 열심히 일해봤자 하루 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 최소한의 인간적 품위와 자존심마저 지킬 수 없는 최악의 현실이다.

 

하지만 나진아는 밝고 강인하다. 그녀와 함께라면 사막 한 복판에서도 웃으며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힘든 현실 속에서도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나진아의 모습은 더없이 사랑스러운데, 그에 러블리함을 더하는 것은 인간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이다. 제 코가 석 자인지라 남을 생각할 만큼 여유있는 입장이 못 되면서도 나진아는 항상 타인을 배려하고 아낀다. 없는 돈에 모처럼 삼겹살을 사 왔을 때도 갑자기 사라져버린 홍혜성(여진구)을 기다리느라 선뜻 먹지 못 했고, 머리를 다쳐 어린애가 되어버린 노민혁의 처지를 알고는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며 어떻게든 도우려 했다. 그녀는 가난한 중에도 자기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보살폈고, 부자라고 해서 아픈 사람을 모른 척하지 않았다. 일곱 살 노민혁의 눈높이에 맞추어 놀아주고, 끝없이 불러대는 '날아라 슈퍼보드' 노래에 일일이 맞장구 쳐주는 다정한 눈빛을 볼 때, 어찌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사장 노민혁이 줄곧 모습을 보이지 않자 회사 내에는 흉흉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물론 그 소문의 진원지는 오이사(김광규)였다. 노민혁이 가져간 USB를 찾지 못해 노심초사하던 오이사는 소문을 빌미로 노수동을 자극하여 노민혁의 근황을 파악하려 하는데, 마침 병원에서도 기억을 잃은 것 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퇴원 후 통원 치료를 해도 좋다는 진단이 떨어졌다. 회사 내의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노민혁의 건재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는데, 몸은 29세지만 정신은 7세에 불과한 노민혁의 실체를 완벽히 숨기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당분간 출근할 수 없는 이유를 꾸며내기 위해 가족들은 노민혁의 멀쩡한 다리에 깁스를 하고, 틀에 박힌 인삿말을 달달 외우도록 했다.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곧 돌아오겠습니다!"

 

 

혹시 기억을 잃기 전부터 그녀를 사랑하던 감정이 어렴풋이 되살아나는 걸까? 아니면 머리는 어린애지만 몸은 성인이니까, 남자의 본능으로 그녀에게 끌리는 걸까? 노민혁은 나진아를 좋아하는 마음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점점 더 그녀를 찾는다. 깊은 밤에도 생각이 나면 망설이 없이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면 친절한 진아씨는 졸음을 꾹 참고 반갑게 전화를 받으며 노민혁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 준다. "나진아씨, 나 내일 집에 가요. 회사도 간대요. 회사에 가면 나진아씨 볼 수 있겠네요?" 노민혁이 신나서 말했다. "네... 정말 잘됐네요!" 나진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집에 갈 생각을 하니까 잠이 안 와서 슈퍼보드만 돌려보고 있었어요. 나진아씨, 슈퍼보드 알아요?" 노민혁이 물었다.

 

"본 적은 없지만 노래는 알아요.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이거 맞죠?" 그녀의 대답에 노민혁은 더욱 신이 나서 노래한다. "네, 맞아요!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나쁜 짓을 하면은~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우리에게 들키지~♬" 그녀가 가사 부분을 따라하지 못하자 노민혁이 다시 물었다. "나진아씨는 치키차카밖에 몰라요?" 나진아가 대답했다. "네.. 대표님, 회사에 오시면 다시 불러 주세요. 저도 좀 배우게요. 치키차카는 제가 해 드릴게요!"

 

 

설레는 밤이 지나고, 다음 날 노민혁은 사고 후 처음으로 회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목발을 짚고 걸으며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곧 돌아오겠습니다!" 하고 인사하는 젊은 사장의 모습에 크게 이상한 점은 없었다. 하지만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어도 어딘지 예전과 다른 듯한 느낌에 직원들은 어리둥절하는데, 특히 오이사와 그 일당은 날카로운 더듬이를 곤두세운 채 노민혁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본다.

 

회사 순례를 마친 노민혁이 차에 오르려 할 때, 뒤늦게 소식을 들은 나진아가 문 앞으로 달려 나왔다. 계속 두리번거리던 노민혁은 멀찌감치 서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 기뻐하는데, 나진아는 손으로 이 닦는 흉내를 내며 입모양으로 노래를 부른다.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아, 그러고 보니 회사에서 다시 만나면 그 노래를 함께 부르기로 나진아씨와 약속을 했었다. 그녀는 가사를 모르니까, 내가 가르쳐 주어야 한다. 노민혁은 빙그레 웃으며 또박또박 힘주어 정확한 발음으로 외쳤다. "나쁜 짓을 하면은... 우리에게 들키지!" 그 순간 나진아와 노민혁의 새중간에는 하필 오이사와 그 일당들이 서 있었다.

 

 

"나쁜 짓을 하면은... 우리에게 들키지!" 노민혁의 이 발언은 그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노민혁은 나진아를 보고 있었지만, 오이사에겐 꼭 자기를 보면서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네 놈이 결국 보고야 말았구나. 회사를 집어삼키려는 음모가 생생히 담긴 그 USB를 보았다면, 너의 사고를 누가 일으켰는지도 대충 짐작하고 있겠구나. 그래서 지금 네 놈이 복수심을 불태우며 나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게로구나! ... 오이사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기막힌 타이밍이었고, 기막힌 노래 가사였다.

 

하지만 정작 노민혁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현재 오이사 일당의 음모는 완벽한 비밀이 유지되고 있는 중이다. (그들의 어설픔으로 볼 때는 발각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만...) 그런데 오이사는 노민혁에게 모두 발각된 줄만 알고 있으니, 이젠 어떤 행동을 할지 앞으로의 진행이 사뭇 궁금하다. 허둥지둥 하다가 제 발등을 찍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코믹한 모습 뒤에 감춰진 악랄한 본성을 드러내며 또 한 번의 살인을 계획할지도 모른다. 겉보기엔 평온한 일상이지만 사실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인 것이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오이사의 모습은 무척 유쾌하고 우스웠지만, 노래 가사를 이용해서 촌철살인의 경고를 날리는 김병욱의 기발한 수법은 약간 섬뜩하기도 했다. 나쁜 짓을 하면 반드시 들키게 된다는 그 노래의 교훈은 과연 우리의 현실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홍혜성의 정체는 결국 노수동과 왕유정(금보라)의 막내아들 노준혁으로 밝혀졌다. 나는 그 미스테리가 좀 더 길게 이어질 줄 알았는데, 진실은 생각보다 너무 빨리 드러나 버렸다. 엄마 왕유정이 계속 부인하는 바람에 뭔가 확실한 근거라도 있는 줄 알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알게 된 순간 너무나 뜻밖이라는 듯 어리둥절하던 혜성의 표정을 보고 의심을 품었던 것뿐이다. 오랜 세월 동안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헤매며 수많은 가짜를 만나고 상처받은 기억들이 엄마의 가슴에 못을 박았기에, 진짜 아들을 만나고서도 쉽게 마음을 열 수 없었던 것뿐이다.

 

차라리 왕유정이 원하는 대로 다시 한 번 유전자 검사를 했더라면 모든 의혹이 풀렸을 것이고, 현재 오이사에게 속고 있는 홍혜성 자신도 진실을 알 수 있었을텐데, 너무 질긴 머리카락이 제대로 뽑히지 않는 바람에 노수영(서예지)의 거듭된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아직도 자기가 가짜인 줄만 알고 있는 홍혜성의 오해는 앞으로 또 어떤 사건들의 빌미가 될까?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온 노민혁의 선전포고를 받은 데다가, USB를 찾으려고 투입시켰던 가짜는 뜻밖에도 진짜 아들이었으니, 불쌍한 오이사는 이래저래 다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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