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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즈'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이길 수 없는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애니멀즈'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이길 수 없는 이유

빛무리~ 2015. 1. 2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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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氣勢)라는 것이 참 무섭다. 일요일 저녁 예능의 치열한 접전지에서 현재 막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쪽은 단연 KBS의 '해피선데이'다. SBS의 '일요일이 좋다'가 2위로 꾸준히 뒤를 쫓고 있으며, MBC의 '일밤'은 꼴찌로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빠 어디 가' 시즌2가 참담한 실패로 돌아간 후 '일밤'에서 야심차게 새로 기획하여 선보이는 '애니멀즈'에 대한 기대가 제법 컸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해피선데이'의 상승세를 뒤집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일 듯하다. 단지 첫방송만 시청하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일요 예능의 판도를 단숨에 뒤집어 놓았던 '나는 가수다' 시즌1이나 '아빠 어디 가' 시즌1과는 그 잠재력과 폭발력에 근본적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일단 '애니멀즈'의 3단계 구성은 너무 산만해서 집중하기가 어렵다. 중국에서 촬영된 '곰 세 마리' 부분과 '유치원에 간 강아지' 부분과 'OK 목장' 부분이 제각각 따로 노는 느낌이다. 그리고 동물 예능을 선택한 시청자라면 당연히 동물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어서일텐데, 너무 많은 수의 연예인이 출연함으로써 동물보다는 오히려 사람의 분량이 더 많았다. '곰 세 마리'는 중국 현지의 촬영 여건이 쉽지 않아선지 몰라도 아기 판다곰의 모습은 잠깐씩만 보여주면서 연예인들이 귀엽다고 자기네끼리 오버하는 모습만 잔뜩 보여주었다. '유치원에 간 강아지'에서는 강아지를 무서워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과 여기저기 똥을 싸대는 강아지들의 극명한 부조화가 대략 난감할 뿐이었다. 


'OK 목장'에는 거대한 타조를 비롯해서 염소, 당나귀, 양, 돼지 등의 다양한 동물이 등장했는데, 어떻게든 낯선 동물들과 친해지려고 애쓰는 출연자들의 노력은 가상했지만 전체적으로 무리수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인간과의 친밀감을 형성하기에는 출연 동물의 종류와 개체수가 너무 많다. 그리고 동물 예능은 리얼 상황도 중요하지만 적당량의 판타지를 가미해야만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데 '애니멀즈'는 지나치게 리얼 상황만을 강조한 듯 보인다. 이를테면 '유치원에 간 강아지'와 'OK 목장'에서 수많은 동물들이 쉴 새 없이 똥을 싸대고 출연진은 그 똥을 치우느랴 여념이 없는 상황을 너무 리얼하게 보여줄 필요가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동물 예능을 선택한 시청자는 동물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현실적으로 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있지만, 굳이 동물 키우기의 어려움을 실감하게 해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예쁜 동물들의 귀여운 애교를 보며 힐링받고 싶은 마음에서 동물 예능을 보는 것인데, 십여 마리의 동물들이 여기저기서 동시에 푸드득거리며 똥을 싸는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코끝에서 구린내가 풍기는 듯한 불쾌감을 느끼게 할 뿐이었다. 비록 그것이 현실이라 하더라도 적당히 감추고 시청자가 원하는 판타지를 내세우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애니멀즈'의 전망이 좋지 않아 보이는 이유는 위에 열거한 내용들과 같은 자체적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쟁 프로그램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슈퍼맨)의 견고한 상승세 때문이기도 한다. 이번 주에는 '애니멀즈'에 대한 궁금증으로 그 쪽을 본방 사수하고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뒤늦게 시청했는데, 너무나 확연히 비교되는 기세 차이에 탄식이 나올 지경이었다. 우연인지 몰라도 하필 이번 주 '슈퍼맨'에서는 이휘재의 쌍둥이 아들 서언이와 서준이가 고양이 카페에 가서 노는 장면이 방송되었는데, '애니멀즈'의 한 코너인 '유치원에 간 강아지'와 비슷한 컨셉이었다. 아이들과 동물들이 서로 교감하며 사이좋게 노는 모습을 통해 흐뭇함을 자아내려는 것이다. 


'유치원에 간 강아지'에 출연한 아이들은 꼭 한 명만 빼놓고는 전부 다 강아지를 몹시 무서워했다. 강아지가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도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한 명이 울면 세 명이 따라 우는 바람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니 서장훈과 돈스파이크는 아이들을 안아서 달래느라 여념이 없었고, 막내인 강남은 개들이 여기저기 싸고 다니는 똥을 치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걸 보고 있노라니 힐링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슈퍼맨'의 서언이와 서준이는 둘 다 고양이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도 제법 그럴싸하게 마술봉을 흔들며 고양이와의 놀이를 주도하는 모습은 평소보다 훨씬 의젓하고 대견해 보였다. 고양이들이 똥을 싸는 장면 따위는 방송되지 않았다. 그저 어린아이와 고양이가 평화롭게 공존하며 사이좋게 노는 모습이 마음을 편안하고 흐뭇하게 할 뿐이었다. 


이렇게 '애니멀즈'는 첫방송부터 '슈퍼맨'에 완패하고 말았다. 혹시 강아지를 무서워하던 아이들이 차츰 동물들과 친해지는 과정을 담기 위해서 일부러 그런 아이들만 골라 섭외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첫방송의 느낌으로는 제작진의 요령이 많이 부족한 듯해서 별로 기대가 되질 않는다. 더욱이 '슈퍼맨'에는 오늘날의 대세로 자리잡은 송일국과 그 아들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가 버티고 있다. 이번 주에는 민속촌을 방문하여 '성균관 삼둥이'로 변신했는데, 그 어느 때보다도 삼둥이의 매력이 치명적으로 폭발하고 말았다. 특히 서당 훈장님께 야단맞고 울먹이는 민국이에게 다가가 끌어안고 토닥여주는 대한이의 모습은 눈앞이 아찔하도록 사랑스러웠다. '애니멀즈'에서는 어린 판다곰 세 마리를 '우리 삼둥이'라 부르며 나름 '슈퍼맨' 삼둥이의 대항마로 내세우는 모양이지만, 도저히 상대가 안 되는 분위기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원래 '아빠 어디 가'의 짝퉁 프로그램처럼 탄생했기 때문에 그 이름 자체가 명예롭지는 못하다. 하지만 현재 무섭도록 강력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얼마나 운이 좋으면 '애니멀즈'의 첫방송에 맞추어 이휘재의 쌍둥이와 송일국의 삼둥이는 자신들의 가장 치명적이고도 사랑스런 매력을 거침없이 발산해 주었다. 3~4세의 꼬맹이들마저 자발적으로 방송에 협조(?)할 만큼 현재 '슈퍼맨'의 상승세가 압도적이라는 증거다. 안타깝지만 '일밤'에서는 과도한 욕심을 부리기보다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으며 참을성 있게 때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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