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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와' 장항준의 일방적 폭주, 방송을 망치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놀러와' 장항준의 일방적 폭주, 방송을 망치다

빛무리~ 2010. 6. 2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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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에서는 참 보기 어려웠던 영화감독들이 게스트로 출연하신다 해서 기대감을 갖고 '놀러와'를 시청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 의견을 말한다면 전체적으로 유익하고 재미있는 방송이긴 했는데, 한 사람의 지나친 폭주만 아니었다면 족히 두세배는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 사람은 바로 '라이터를 켜라'의 감독 장항준이었습니다. 

지금 어떤 예능에 고정출연하고 계신다기에 너무 황당해서 방송이 끝난 후 검색을 통해 찾아 보았더니 '야행성'에 출연중이시더군요. 제가 '야행성'을 본 적이 없어서 몰랐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야행성'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시는지 모르지만, 솔직히 '놀러와'에서는 최악의 게스트였습니다. 스스로 "방송을 좀 안다."고 말씀하셨는데 과연 장항준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방송이란 어떤 것인지 궁금하더군요. 저는 이렇게까지 방송에 부적합하다고 느껴지는 게스트를 솔직히 처음 보았습니다.


다른 게스트가 말하고 있는데 중간에 끼어들고, 끼어들고, 끼어들고 또 끼어들고... 네버엔딩 참견을 하는데다가 도무지 그 끼어드는 내용이 하나도 재미없고 짜증만 났다는 게 문제였지요. 상대방의 토크가 이어지기 어렵도록 분위기를 깨는데 그게 한두번이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되니까 정말 참기 힘들었습니다. 

계속해서 말을 톡톡 던지며 깐죽대는 모습도, 사석에서는 용납될 수 있을지 모르나 공중파 TV에 출연하여 수천 수만명의 시청자들 앞에서 보일 태도는 아니었다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함께 출연한 장규성 감독의 개인적 사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까발리듯이 말하는 태도는 눈살이 찌푸려질 지경이었습니다. 장규성 감독이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몸에 어떤 질환이 있는지, 경제적 사정으로 차를 팔았는지... 사실 친구들끼리 있는 자리라 해도 어지간히 친한 친구들이 아니라면 화가 날만한 내용들이었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이야기가 '재미없었다'는 것입니다.


오늘 '놀러와'에서 보여준 장항준 감독의 태도는 거의 90% 정도는 사석에서의 태도와 동일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들더군요. 방송에 출연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편안히,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리 말을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부분이 있고, 아무리 좌중의 관심을 자기에게 집중시키고 싶어도 자기가 그런 만큼 남들도 그럴 거라는 배려심을 갖고 조금은 자제했어야 했습니다.

사석에서도 가끔 보면 그런 인물들이 있지요. 마치 모여 앉은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개인사에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아무 재미도 없는 자기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고, 그렇게 대화의 95%를 자기 혼자 장악하면서, 중간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 같으면 "아니, 글쎄 들어 봐, 내 말을 들어 봐." 하면서 재미도 없는 자기 말에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요하고, 남들이 어쩌다가 모처럼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중간에 톡톡 끊어먹고 다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그런 스타일이더군요.


그런 사람과 한 자리에 있을 때면 저는 혼자 말하라고 내버려두고 자리를 뜨고 싶어지는 마음을 억누르느라 엄청 애를 먹곤 하는데, 이번에 '놀러와'를 시청하면서도 똑같이 애를 먹었습니다. 사실 중간에 TV를 꺼 버리고 싶었지만, 함께 출연하신 장규성 감독과 양익준 감독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선생 김봉두', '여선생VS여제자' 등을 연출하신 장규성 감독의 이야기는 진중하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모처럼 여배우와 친해져 보려고 염정아와 대화를 시도했는데 장소가 마땅치 않아, 숙소가 하필이면 러브호텔이라서 민망했던 데다가, 찜질방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여전히 뻘쭘했던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들어 주더군요.


그런데 말이 끝나자마자 장항준이 또 치고 들어오며 "대기실에서 이 이야기를 하면 빵 터질거라고 하더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하면서 남의 좋았던 토크를 깎아내리는 거였습니다. "죄송하지만 당신이 하신 그 많은 이야기보다 100배는 재미있었거든요." 라고 저는 혼잣말을 했습니다.

'똥파리'를 찍을 당시 50회 촬영을 해야 하는데 35회만에 제작비가 바닥나서, 친척들을 동원하면서까지 근근히 촬영해야 했던 양익준 감독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좁은 방 안에서 촬영 소품으로 가져온 30만원의 돈을 뿌렸는데 나중에 거두고 보니 2만원이 비었다는 이야기도 소소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요, 장항준 감독이 혼자 폭주하지만 않았다면 전체적으로 참 유쾌하고 재미있었을 방송이었습니다.


만약 진행자가 미숙한 프로그램이었다면 장항준 같은 게스트가 한 명쯤 있어서 분위기를 띄워 주어야 했을지도 모르지요. 장규성과 양익준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유재석은 최고의 진행자입니다. 그 어떤 게스트라도 유재석과 있으면 재미있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장규성과 양익준은 충분한 자기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장항준이 중간에 하도 자질구레한 말들로 치고 나오는 바람에, 오히려 유재석의 매끄러운 진행을 적잖이 방해한 셈이 되었습니다.

장항준은 심지어 '내맘대로 랭킹'까지도 '사람들이 나에게 푹 빠질 수밖에 없는 나의 장점'이라는 주제로 뽑아 왔더군요.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하는 모든 말의 중심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었습니다. 저는 두 가지의 의문을 품었습니다. "저 사람이 방송 끝날 때까지 저럴 것인가?" "내가 과연 이 방송을 끝까지 볼 수 있을 것인가?" 였습니다.

아내와의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그가 사용한 방법은 '자기 최면술'이라고 합니다. 아내가 밥 먹는 모습이며 잠 자는 모습까지 보기 싫어질 즈음 "저런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자기 최면을 함으로써 권태기를 극복해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한 이야기 중에서 그래도 하나 건질 게 있다면 그 이야기였지요. 


저는 그분께 권유하고 싶습니다. "남이 하는 말을 중간에 잘라먹으며 무작정 내 말만 하지 않고, 때로는 조용히 귀 기울여 들어주는 내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무척 멋있다고 생각할 거야." 이렇게 자기 최면을 걸어 보시는 것은 어떤가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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