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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진출, 페널티킥 김남일도 자책골 박주영처럼 다시 일어서길!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6강 진출, 페널티킥 김남일도 자책골 박주영처럼 다시 일어서길!

빛무리~ 2010. 6. 2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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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이 어느 덧 8년 전의 일이로군요. 이제 8년의 세월을 넘어 그 날의 기쁨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비록 승리가 아닌 무승부여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안고 출전했던 2002년과 달리 머나먼 타국에서, 고지대의 기후와 부부젤라의 소음에까지 맞서 가며 열정적으로 일구어낸 땀의 결실이니 어쩌면 더욱 더 갚지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축구를 관전하는 마음가짐이 8년 전과 확연히 달라져 있음을 저는 느꼈습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선수가 뼈아픈 실책을 해서 상대팀에게 점수를 허용하게 되면, 대놓고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물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뛰다가 본의 아니게 실수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그 한 사람으로 인해 팀이 위기에 빠졌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주영과 김남일을 보면서 제 마음속에 드는 감정은 못마땅함이나 분노가 아니라 그저 안타까움 뿐이었습니다. 한 순간의 실수가 그 사람의 마음에 드리웠을 무거운 책임감과 슬픔이 제 마음속으로 전해져 오는 듯 했습니다. 지난 8년의 시간 동안 제가 느낀 것은 "사람의 일이란, 정말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것이었거든요. 역시 아파 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실패해 본 사람만이 실패한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는 모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주영의 역전골은 가장 흐뭇하고 짜릿한 선물이었습니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으면서도 계속해서 득점에 실패하다가 급기야 '아르헨티나전'에서 뜻밖의 자책골을 허용한 이후, 박주영이 느꼈을 자괴감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의 모습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제 마음은 안스러워서 무거워졌습니다. 번번이 빗나가는 그의 슈팅을 볼 때면 안타까움은 더욱 심했습니다. 그러나 드디어 그는 '나이지리아전'에서 귀중한 득점에 성공함으로써 16강 진출의 핵심적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득점할 때마다 모든 선수들이 기뻐하며 골 넣은 선수를 축하해 주곤 하였으나, 이번에는 그 정도가 훨씬 더한 듯 보였습니다. 아마도 오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박주영을 가장 안타깝게 바라보던 사람들이 바로 동료들이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그의 골은 단순한 득점의 의미뿐 아니라, 고통 속을 헤매던 동료가 힘차게 다시 일어서는 의미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마치 중병을 앓으며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다가 기적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되살아난 친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박주영의 곁에서 끌어안은 동료들의 표정도 기쁨으로 가득찼고, 멀리서 박수를 치는 정성룡 골키퍼의 얼굴에도 활짝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잠시 후에 또 다른 아픔이 기다리고 있을 줄을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8년 전에는 장난기 가득한 20대 초반의 청년이었으나, 이제는 30대의 듬직한 형님이 되어 아우들을 이끌고 있는 베테랑 김남일 선수가 수비 실책으로 경고를 받으며 페널티킥을 허용하고 만 것이었습니다. 교체 투입되어 들어간지 얼마 안 되어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당황스러웠습니다.


보는 사람들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는데, 그 본인의 가슴은 어떠했을까요? 너무 어처구니 없었지만, 역시 제 마음속에는 분노가 아닌 안타까움이 밀려왔습니다. 안정적 수비를 이끌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교체 투입되어 들어온 선배인데, 그런 자신이 뼈아픈 실책을 범했으니 동생들을 볼 낯이 있었겠습니까? 저는 그 아픔을 짐작하기에 차마 분노할 수 없었습니다. 그 자신이 느끼고 있을 고통만으로도 충분하다 싶었습니다.

우리는 아쉽게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아르헨티나가 그리스에 승리함으로써 무사히 16강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다행스러운 일이고 기쁜 일이며 또한 우리 모두의 염원과 노력의 결실입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김남일 선수의 아내인 김보민 아나운서의 미니홈피에 악플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이고 속상한 일입니다. 우리나라 네티즌의 상당수가 아직도 너무나 유아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깊은 한숨을 100번 쉬어도 모자랄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허정무 감독이 인터뷰에서 "후반의 김남일 투입은 작전 실패였다."고 말했다는 사실 또한 제가 보기에는 별로 자랑스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작전이었던 것이 맞지만, 감독으로서 굳이 선수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나의 작전이 실패했으나, 선수들의 노력과 선전으로 16강에 진출했다."는 식으로 겸손하게, 대인배스럽게 말하면 안되는 것이었을까요?

굳이 '김남일'이라는 이름을 콕 찝어서 말하지 않더라도 듣는 사람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었는데, 굳이 선수의 이름을 거론했다는 것은 자신의 책임보다 선수의 책임이 더욱 크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듣기 거북했습니다. 한동안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던 "그리스전에서 차두리의 플레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아르헨티나전에 기용하지 않았다." 라고 말했던 인터뷰에 이어서, 아무래도 선수를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한 감독인 것 같다는 생각을 굳혀 주는 발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선수들에게 책임을 미룬다고 해서 허정무 감독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조금이라도 부드러워질지는 의문입니다.

저는 김남일 선수가 이제 다가오는 16강전에서 박주영 선수처럼 재기하기를 바랍니다. 그의 별명대로 '진공청소기'처럼 시원하게 상대팀 선수들을 제압하고 승리의 주역이 됨으로써 우울한 기억을 모두 씻어내리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모든 국민을 기쁘게 하는 일이고, 그의 동료들을 기쁘게 하는 일이며, 그 자신의 미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꼭 그렇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태극전사,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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