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환상의 짝꿍' 아이들 앞에서 혼전임신을 자랑하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환상의 짝꿍' 아이들 앞에서 혼전임신을 자랑하다?

빛무리~ 2010. 6. 20. 12:18
반응형

저는 일요일 아침에 방송되는 '환상의 짝꿍'을 즐겁게 시청하는 편입니다. 순수한 아이들의 동심과 더불어 깜찍한 어른스러움과 재치도 만끽할 수 있었고, 그런 아이들을 대하며 잠시나마 함께 순수해지는 어른들의 모습도 흐뭇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오늘은 상당히 실망스럽고 우려되는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첫번째 상황은, 퀴즈의 정답이 쓰여진 카드를 어른 짝꿍이 자기 이마에 붙이고 돌아와 아이 짝꿍 앞에 서면, 아이 짝꿍은 그 단어를 설명하고 어른 짝꿍이 답을 맞히는 '스피드게임'에서 발생했습니다. 겨우 8살의 어린이가 '결혼식'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 엄마 아빠가요, 엄마 뱃속에 제가 생겨서 이것을 못했어요."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그 말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몰랐겠지요. 그러나 저는 아이의 말을 듣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그래도 어쨌든 결혼을 했으니 다행이군."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요즘 시대에 혼전 성관계는 이미 흠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쩌다가 아이가 생겼다 해도 모든 커플이 결혼으로 골인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만약에라도 부모가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 자기는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그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는 아직 상상도 못하겠지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어린아이 앞에서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을 부모의 행동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부모에게서 받은 교육은 아이의 사춘기를 좌우할 뿐만 아니라,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참으로 위험하게도 성범죄의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어떤 뉴스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에서도 동급생들 사이에 성범죄가 일어났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보고 듣고 배우는' 아이들의 능력은 놀랍습니다. 어른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면 바로 따라하는 것이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모른다 해도, 이제 몇 년만 지나면 그 아이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 '책임감'이라든가 '자제력'을 충분히 키우지 못한 상태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배움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중학교에서 한 명의 여학생을 수많은 남학생들이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졌어도,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는 좀 더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한 아이가 "우리 엄마는 옷을 좀 야하게 입는데 나는 그게 창피해서 엄마가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했고, 그 아이의 엄마가 화면에 잡혔는데 상당히 젊고 예쁜 외모였습니다. 알고보니 그 젊은 엄마의 나이는 29세였습니다. "결혼을 상당히 일찍 하셨나본데, 뭐가 급해서 그렇게 빨리 결혼하셨습니까?" 라고 패널 조형기가 묻자, 아이의 아빠가 대답했습니다. "결혼을 빨리 한 게 아니고, 아기가 빨리 생긴 거죠."

그저 '솔직함'이라는 단어 하나로 눙치고 넘어가기에는, 매우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으니까요. 그냥 가볍게 얼버무리며 "서로 너무 사랑하다보니 일찍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뭐 이런 정도로 넘어갔어도 충분할 일이었는데, 굳이 왜 '혼전임신'을 자랑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지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의 MC와 패널들은 모두 재미있다고 웃으며 넘어갔지만, 시청자로서 저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물론 혼전 성관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는 성인 남녀 사이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지탄받을 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춘기를 맞이하지도 않은 어린아이들 앞에서 굳이 '혼전임신'이라는 화두를 꺼내고, 그것이 마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 양 웃고 떠든다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많이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그 말의 뜻을 온전히 깨닫는 데는 결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호기심과 욕망이 왕성한 사춘기를 맞이할 무렵이면 이미 알고도 남음이 있겠지요. 과연 그 시기를 맞이한 아이들에게, 지금의 그러한 교육(?)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지나치게 욕망을 억누르는 교육도 좋지 않으나, 욕망을 부추기는 교육은 더욱 위험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른들조차도 '책임감'과 '자제력'은 어디론가 내팽개친 채 일시적인 욕망만을 불태우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어린 청소년들에게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공중화장실에 아기를 낳아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도망친 여고생의 이야기를 기억하십니까? 앞으로 그런 사건이 점점 늘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요?


어떤 분들은 아이들의 성교육에 필요한 것은 현실적이지도 못한 자제력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효과적인 피임법'이라고도 하시더군요. 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법이니 그런 의견에 대해서 제가 '틀렸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대놓고 피임법을 가르친다면 오히려 청소년들의 성관계를 조장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그럴 생각이 없었던 아이들조차 "저렇게 가르쳐 주는 걸 보니까, 안하면 나만 바보되는 것 같아" 라고 생각하면서 일부러 무절제한 생활로 빠져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책임감'과 '자제력'은 단지 성욕을 억누르는 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서 꼭 필요한 덕목입니다. 책임감과 자제력이 부족한 사람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성욕이 인간으로서 타고난 기본적 욕구라 해도 그것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절제할 필요는 없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면 된다." 라는 식으로 일찍부터 피임법을 가르치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요? 외국의 사례는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는 또 한국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외국에서 행해지는 조기 성교육과 피임법이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해도, 그것이 한국에서 그대로 적용될 거라는 확신은 할 수가 없군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환상의 짝꿍'에 출연하신 부모님들은 비록 혼전임신을 했지만 그 후에 결혼을 해서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려나가고 계시다는 점이었습니다. 부디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어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을 때, 부모님의 긍정적인 면을 본받아 "나는 아직 결혼할 나이가 되지 않았으니, 나중에 결혼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그런 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혼전 성관계가 '얼마든지 해도 되는 것'이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거기까지만 인식한 나머지, 어른이 되기도 전에 욕망에 빠져 사고를 저지르게 된다면 어른들의 조심성 없는 발언은 생각지도 못한 비극을 잉태시킨 것일지도 모릅니다.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추천에는 로그인도 필요 없으니,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의 손바닥 한 번 눌러 주세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