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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와' 월드컵의 재미를 극대화시켜 준 방송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놀러와' 월드컵의 재미를 극대화시켜 준 방송

빛무리~ 2010. 6.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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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들이 '놀러와'에 출연한다고 해서 아예 일찌감치 채널을 맞추고 대기하고 있었다지요. 과연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비록 8년 전의 이야기들이지만 어찌나 생생하고 재미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들과 그 영웅들의 내면에 숨겨진 기쁨과 슬픔까지 조금은 엿볼 수 있었던,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1. 황선홍의 스페인전 승부차기 1호골은 실축이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벅찬 골인의 순간과 그 뜨거운 함성이었을 뿐인데, 정작 그 골의 주인공은 실축이었다고 말하더군요. 좀 더 위쪽으로 찼어야 했는데 완벽히 골키퍼의 품에 안겨주는 형상이 되었으니 100% 막히는 골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페인의 골키퍼는 황선홍이 실축한 골을 막아내는 데 실패했고, 우리는 승부차기의 선취 득점을 이루어 기세가 등등하게 되었습니다.


황선홍은 아직도 모른다고 합니다. 히딩크 감독이 왜 승부차기 전문 키커도 아니었던 자신을 지목하여 첫번째 공을 맡으라고 명령했는지를 말입니다. 당혹스럽고 떨리는 마음으로 나서서 공을 차는 순간 실수했음을 느꼈으나, 다음 순간 그 슛이 성공했다는 것을 알고는 승리를 예감했다더군요. 과연 승리의 운은 우리를 따르고 있었던 거예요.

이제 와서 그 장면을 다시 보니, 과연 아슬아슬했더군요. 골키퍼가 분명히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의 손에 부딪히고는 위쪽으로 튕겨서 들어가 버린 공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보이지 않던 것도 이제 다시 보니 알겠더군요. 스포츠 문외한으로서도 참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2. 김태영의 코뼈 골절을 그 혼자만 모르고 있었다?


이탈리아전에서 상대팀의 공격수 비에리를 집중 수비하던 김태영은 비에리의 팔꿈치에 가격당하여 코뼈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합니다. 그러나 주전 수비수인 그를 벤치에서 쉬게 할 상황이 아니었던 감독은 의료진에게 "골절이라는 사실은 일단 말하지 마세요"라고 요청했고, 그래서 의료진은 김태영에게 단순한 타박상이라고 둘러댔다나요. 어찌 보면 심한 듯 하지만 그것이 프로의 세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만약 골절임을 알았더라도 김태영이 계속 뛰겠다고 했을 것 같구요.


호흡도 곤란하고 머리 속까지 윙윙 울려오는 상황에서 붉은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임하던 그의 모습은, 황선홍의 붕대 투혼과 쌍벽을 이루더군요. 그의 얼굴 자체가 좀 강하게 생겨서인지, 평소에는 약간 무서운 인상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런 순간에는 더없이 믿음직해 보였다는 사실이 스스로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핏빛 선명한 그들의 투혼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으니 그보다 더 보람있고 기쁜 일은 없었겠지요.

3. 그들의 갖가지 재미있는 징크스


시합을 앞두고 사로잡히는 징크스는 그들에게 스트레스겠지만 어찌 보면 그렇게라도 운이 좋을 거라고 믿고 싶어하는 긍정적 심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징크스를 범하면 운이 나쁠 거라 생각하여 기가 꺾일지 모르나, 일단 징크스를 모두 피했으면 왠지 개운한 마음으로 "오늘 경기는 잘 될거야" 라고 자기 최면을 거는 데에 약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믿을 것이라고는 자기 자신뿐인데 아무리 강인하다 해도 사람이다 보니 불안함을 떨치기 어려울 테고,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징크스를 만들어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신발끈을 묶을 때 왼쪽부터 묶어야 한다는 황선홍, 경기장에 들어설 때에 반드시 왼발이 먼저 라인을 넘어서야 한다는 김태영, 시합 때에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절대 하지 않았다는 이상윤 선수 등, 모두 논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들이었지만 그조차도 최선을 다하는 열정으로 느껴져서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4. 아찔하고, 포기하고 싶었던 고통의 순간들 


황선홍은 어려서 너무 왜소한 체구였던 데다가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아버지가 축구를 포기할 것을 권유하셨다고 하더군요. 혼자서 매일 공을 차며 노는 그를 지켜보다가 다시 축구를 하도록 해주셨지만, 어린 마음에도 자기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정말 이 길을 가야 하는가?" 하고 고민을 많이 했던 모양입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수차례 공격에 실패하여 국민의 원성을 들었던 1994년 월드컵이나, 평가전에서의 부상으로 벤치만 지켜야 했던 1998년 월드컵보다도, 오히려 중학교 1학년 때가 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좀 짠했습니다.


골절 중에서도 가장 아프다는 코뼈 골절이지만 축구선수들에게는 흔한 부상이라더군요. 김태영에게 있어 가장 아찔했던 반칙의 순간 중에 비에리에 의한 코뼈 골절은 제3위였습니다. 2위는 공격수의 치사한 반칙으로 경기장에서 바지가 벗겨졌던 순간이었으며, 1위는 한일전에서 본의 아니게 심각한 반칙을 범하여 퇴장의 위기에 처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공중볼을 가로채려고 몸을 띄우던 찰나, 김태영이 가려던 그 길을 상대팀 공격수가 막아 버리면서 그의 등에 플라잉니킥을 하는 반칙을 범하게 된 것이었지요.

전반전에 한 번의 옐로카드를 받았기 때문에 퇴장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 순간을 가장 아찔했던 반칙의 순간으로 뽑은 김태영의 마음에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대형 반칙을 스스로 범한 것도 충격이었겠지만, 자신이 퇴장당하면 남아 있는 동료들이 자신의 몫까지 그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고 남은 시간을 버텨내야 한다는 점에서 몹시 부담이 컸던 모양이에요.


그리고 유상철은 누나가 젊은 나이에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그 충격으로 한때 축구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했었지만, 오히려 누나가 생전에 자기에 관해 조그만 신문기사라도 나면 너무도 기뻐했다는 사실을 누나가 남긴 일기장을 통해 알고는 더욱 열심히 축구에 몰입하게 되었다는 가슴 찡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고통의 순간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해낸 그들의 이야기는 모두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제가 대략 기억해서 풀어놓은 위의 이야기들 외에도 그들은 갖가지 재미있고 감동적인 일화들로 한 시간을 꽉 채워 주었습니다. 특히 무뚝뚝한 이미지의 김태영이 의외로 얼마나 재치있고 귀여운지 그의 새로운 면모에 무척이나 유쾌했습니다. 예능인 못지 않은 그의 활약은 일일이 말로는 설명할 수 없고, 방송을 보신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월드컵 특집을 꾸몄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효과를 극대화시킨 방송이 '놀러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2002년 월드컵의 이 영웅들은 과거이면서 또한 현재이고 미래이니까요.


과거에 핏빛보다 선명한 열정을 불태우며 선봉에 섰던 이 선수들은, 이제 남아공에서 결전을 벌이고 있는 젊은 태극전사들에게 든든한 선배들로서 뒷받침을 해 주고, 앞으로도 더욱 어린 후배들을 키워낼 것입니다. 이들의 찬란했던 영광을 되새기고 마음 속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우리는 지금 일선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마음까지도 더 깊이 이해하고 응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대~한민국! 우리 태극전사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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