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예능과 다큐멘터리 (652)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한때는 신정환을 꽤 좋아했었습니다. 5~6년쯤 전이었군요. 그가 'X맨'과 '연애편지' 등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입니다. 너무 자주 나온다 싶을 만큼, 당시에는 TV만 틀면 신정환을 볼 수 있었어요. 고정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수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일회성 게스트로도 여기저기서 환영받는 존재였지요. 적시에 톡톡 치고 나오는 첨예한 예능감과, 몸을 아끼지 않고 온전히 망가지는 열정을 겸비했기에 아무리 자주 보아도 질리지 않았던, 제 생각에는 당시 거의 최고의 아이콘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도박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신정환은 한동안 방송에서 퇴출되고 맙니다. 장난기 가득하면서도 나름 순수해 보였는데 그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한창 브라운관에서 그의 활약을 보는 ..
요즘 제가 호감을 갖고 시청하는 드라마 '글로리아'의 주인공들이 '놀러와'에 출연해서 반가웠습니다. 네 명의 연기자가 모두 귀엽고 호감형이더군요. 그 중에도 배두나와 이천희에게서는 굉장히 순수한 매력을 발견할 수가 있었습니다. 연예인이란 항상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자신'의 모습을 따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싶거든요. 그런데 배두나와 이천희는 그런 면에서 좀 연예인 같지 않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친구네 집에 놀러 온 사람들처럼, 그랬어요. '글로리아'를 촬영하면서 다들 어느 정도는 친해진 듯, 분위기가 매우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드라마 캐릭터상 매우 단아하고 얌전한 줄만 알았던 소이현의 엄청난 주량에 놀랐다고 이천희가 운을 띄우자, 소이현이 곧바로 이천..
과연 OB와 YB의 재편성은 확실히 그 이전보다는 나은 듯 하였으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또 하나의 문제점을 각인시켰습니다. '오프로드' 체험을 하며 베이스캠프를 찾아오는 대결은 YB팀의 승리로 돌아갔지요. 만약 은지원 대신 김종민이 YB팀에 포함되어 있었더라도 승리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입니다. 은지원, MC몽, 이승기... 이 섭섭당의 조합은 역시 최고였어요. 재치와 귀여움과 활력을 겸비한 3명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한시도 멈추지 않고 프로그램의 재미를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김C가 빠지고 그 자리를 김종민이 채운 OB팀에서는 정말 새삼스럽게 김C의 공백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더군요. 그 자리에 은지원이 있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겉으로 드러나는 존재감은 김C보다 은지원..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남자의 자격' 밴드편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물론 감동적이었지요. 멤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땀과 열정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특히 할마에 김태원과 랩 이경규, 그리고 드럼 이윤석, 건반과 제2보컬을 겸했던 윤형빈, 이 네 사람에게 손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기타와 베이스를 맡은 김국진과 이정진도 묵묵히 각자의 위치를 지켜 주었으니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저를 매우 고민에 빠지게 한 멤버가 1명 있었습니다. 바로 메인 보컬 김성민이었습니다. '남자의 자격' 방송을 보고 난 직후부터, '1박2일'을 시청하고, 다른 할 일을 하다가, 일찍 잠들었다가,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승승장구의 새 MC로 결정된 4명의 이름을 들었을 때, 첫 느낌은 어리둥절함이었습니다. 김승우 본인도 어디까지나 배우일 뿐 전문 MC가 아닌데, 최화정과 김신영이 하차하고 나서 새로 투입되는 인물 중에 그가 믿고 의지할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재용은 케이블에서 MC를 본 적이 있었지만 공중파에서는 본 적이 없고, 그나마 한동안 활동을 쉬고 있었다 하니 감각이 예전같지는 않을 터였습니다. 김성수는 약간 말솜씨 좋은 배우... 뭐 그 정도의 이미지로 김승우와 너무 비슷한 캐릭터 같아서 난감하더군요. 태연과 우영이 맡았던 승승돌은 이기광이 바통을 이어받으면 되겠지만, 아무래도 혼자이다 보니 태연의 역할까지 감당하기는 무리일 듯 싶었구요. 김신영을 대신하여 분위기를 띄울 사람도 일단은 보이지 않..
과학박물관을 배경으로 펼쳐진 '런닝맨' 3회를 보면서 지난 주의 전반부는 상당히 재미있어졌다고 느꼈으나, 이번 주의 후반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으나, 제 눈에 뚜렷이 잡힌 구멍 하나는 바로 김종국이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패밀리가 떴다' 당시에는 별로 그의 존재가 거슬린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패떴'은 게임만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이 아니었던 데다가, 게임의 종류 자체도 크게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요. 어르신들의 일거리를 도와 드리는 부분에서는 김종국의 막강한 힘이 오히려 든든하기만 했을 뿐 전혀 거슬린다고 느낄 이유가 없었으며, 게임에서도 김종국은 힘과 덩치가 무색하게 패배율이 높았습니다. 한때는 별명이 '게임슬럼프'였을 정도로 말..
개인적으로 최근 '1박2일'을 시청하면서 강호동의 협상 남발 다음으로 큰 문제점이라고 제가 인식했던 부분은 바로 OB와 YB의 현저한 불균형이었습니다. 김C가 하차하고 은지원이 OB팀으로 이동하면서, 현실적으로 대결이 불가능하다 할 정도로 YB팀의 약세가 두드러졌던 것입니다. 은지원의 이적으로 YB에는 우선 대장의 존재가 사라졌으며, 병풍 김종민의 무활약으로 인해 MC몽과 이승기 둘이서 쟁쟁한 형들을 상대해야 했으니, 이것은 예전에 밥차 아주머니의 말씀대로 "엄마도 없이 쬐끄만 아이들끼리 남아서 밥을 짓는 것처럼 애처로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OB팀에는 조용하던 김C를 대신하여 꾀돌이 은지원이 영입되면서 3명이 모두 최고의 예능감을 소유한 베테랑인데다가 모두 공격적인 캐릭터로 구성되었으니, 너무 강세..
오늘은 '남자의 자격'에서 야심차게 준비해 온 '직장인 밴드 대회'가 방송되는 날이군요. 원래는 모든 프로젝트 중에서 제가 가장 많이 기대했던 대회인데, 지난 3주 동안 박칼린과 더불어 진행되었던 '하모니' 편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리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밴드 대회'는 기대치가 약간 낮아지고 말았네요. 그래도 오늘 꼭 본방사수를 할 생각입니다. 제가 노래를 잘은 못하지만 무척 좋아하기는 하거든요. 성당에서 꽤 오랫동안 성가대 활동도 했었구요. 지금은 활동을 쉬고 있지만, 합창단이 모여서 연습을 시작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는 것이 느껴지니, 아직도 그 마음을 접지는 못한 듯 합니다. 여태껏 3회분 방송된 '하모니' 편을 수차례 반복해서 보았습니다.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더없이 어색하고 뻣뻣한..
요즘 예능은 리얼이 대세입니다. 그리고 일단 리얼모드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이제 더 이상 작위적인 그 무엇에도 이끌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강심장'은 남녀간의 억지 스캔들 만들기라는 묵은 카드를 버리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한때는 '강호동의 천생연분' 이라든가 '연애편지', '산장미팅' 등의 연애 버라이어티가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지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런 프로그램에도 일종의 리얼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녀간에 정말로 호감을 느꼈다기 보다는, 워낙 여러 명이 출연하여 게임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일종의 경쟁의식이 작용했을 거라는 말입니다. 킹카나 퀸카에게는 항상 많은 수의 이성이 대쉬했고, 파트너로 선택받기 위해 동성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피 튀기..
'런닝맨' 첫방송은 개인적으로 몹시 실망스러웠고, 2회는 그보다 약간 나아진 듯 했으나 역시 큰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별다른 기대 없이 시청했던 3회는 의외로 정말 재미있더군요. 비록 다음 주의 후반부가 남아 있지만, 전반부는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웃음과 긴박감이 넘쳤습니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아이가 하루만에 온갖 단어들을 익혀가면서, 어제 못하던 말을 오늘은 초롱초롱하게 조잘거리는 것을 보는 듯한 신기함이었어요. 그만큼 갑작스런 발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원인을 잠시 생각해 보니, 결코 쉽게 이루어진 발전이 아님을 알 수 있더군요. 변화의 중심에는 유재석이 있었고, 밑바탕에는 그의 면밀한 계산과 성실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1회와 2회가 초석을 쌓는 시기였다면, 3회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