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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이 재미있어졌다, 역시 유재석의 힘!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런닝맨'이 재미있어졌다, 역시 유재석의 힘!

빛무리~ 2010. 8. 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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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첫방송은 개인적으로 몹시 실망스러웠고, 2회는 그보다 약간 나아진 듯 했으나 역시 큰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별다른 기대 없이 시청했던 3회는 의외로 정말 재미있더군요. 비록 다음 주의 후반부가 남아 있지만, 전반부는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웃음과 긴박감이 넘쳤습니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아이가 하루만에 온갖 단어들을 익혀가면서, 어제 못하던 말을 오늘은 초롱초롱하게 조잘거리는 것을 보는 듯한 신기함이었어요. 그만큼 갑작스런 발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원인을 잠시 생각해 보니, 결코 쉽게 이루어진 발전이 아님을 알 수 있더군요. 변화의 중심에는 유재석이 있었고, 밑바탕에는 그의 면밀한 계산과 성실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1회와 2회가 초석을 쌓는 시기였다면, 3회에서는 드디어 건물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나 할까요? 유재석은 이제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에 심신이 완벽히 적응되고, 주변 인물들에 대한 캐릭터 파악도 거의 끝낸 듯 합니다. 그는 예능 초보인 동료들과 어설픈 제작진(VJ)까지 세심하게 챙기면서, 차츰 차츰 벽돌을 쌓아 올리고 있었습니다.


3회에서 유재석의 집중적 푸쉬를 받은 인물은 개리였습니다. 외모도 '일반인'에 가까운 데다가 예능 초보답게 너무 진지하기만 한 개리의 특성을 하나의 캐릭터로 발전시킬 기회를 마련해 주는, 전폭적 지원이었습니다. 게임에 성실하게 몰입하고 있는 개리에게, 유재석은 수시로 몰래 가까이 다가가서 빤히 쳐다보는 액션을 취했습니다. 자칫하면 박치기를 할 정도로 가까워져서야 유재석의 존재를 알아차린 개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게임을 망치곤 했습니다. 몇 번을 거듭해도 그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개리의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유쾌했습니다.

"무슨 짓이야?" 라고 외쳐야 어울릴 상황이지만, 개리는 계속 "무슨 뜻이야?" 라고 외쳤는데 그 엉뚱함도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무슨 뜻이겠어요, 당연히 방송을 재미있게 하자는 뜻이죠..ㅎㅎ "하루종일 나한테 왜 이래요..;;" 하면서 우는 소리를 했지만, 유재석이 그러는 덕분에 개리의 존재감은 족히 10배나 커져 버렸습니다.


이번 주에는 게임의 선정에도 꽤나 공을 들인 것이 티가 나더군요. 황금돼지를 찾을 수 있는 사물함 번호를 각각 유재석과 김종국의 등 뒤 이름표 안쪽에 붙여서, 상대팀으로 하여금 우선 그 이름표를 획득해야만 달려갈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은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템을 활용하는 면에 있어서도 유재석의 앞선 예능감은 빛을 발했습니다.

소인팀의 열쇠가 김종국인 것을 알게 된 대인팀은 즉시 자기 팀원들의 이름표를 모두 떼어 봄으로써 자기네 팀의 열쇠가 유재석인 것을 알아냈습니다. 아주 쉬운 방법이었지요. 그래서 유재석은 일단 혼자 멀리 떨어져 숨도록 하고, 나머지 팀원들이 김종국을 공격하기 위해 출동했습니다. 그에 반해 단순한 소인팀은 상대의 열쇠가 유재석인 것만 알 뿐, 자기 팀의 열쇠가 누구인지를 알아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열쇠' 역할을 맡았으면서도 김종국과 유재석의 활동 방식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유재석 없이 돌진해 오는 대인팀을 보고 당황한 소인팀은 우왕좌왕 흩어져서 도망다니다가, 결국 김종국은 대인팀에게 둘러싸이고 말았습니다. 놀라운 괴력을 발휘하여 무려 20분 동안이나 이름표를 지켜냈지만, 솔직히 그 힘씨름을 보고 있는 것은 아무런 재미도 없었지요. 지루하고 단순한 플레이였습니다.

반면에 유재석은 '런닝맨 판 다이하드'의 주인공이 되어 '유르스 윌리스'라는 새로운 별명까지 창출하며 눈부신 활약을 보였습니다. 요리조리 숨어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긴박감이 넘쳤고, 그 와중에 아마도 신입인 듯 어설프기 짝이 없는 VJ에게 방송을 가르쳐 주기까지 하는 모습은, 그의 부담이 너무 큰 것 같아 안스러우면서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프로그램의 제목 자체가 '런닝맨' 인데, 출연자들의 꽁무니를 따라서 제대로 뛰어다니지도 못할 만큼 체력이 약한 데다가, 프레임의 구도를 효과적으로 잡지도 못하는 어설픈 VJ를 기용한 것은 제작진의 허술함이라고 볼 수 있었으나, 유재석의 능란함은 그 치명적 약점마저 장점으로 바꾸어 웃음을 만들어냈던 것입니다.

이렇게 종횡무진 유재석의 활약으로 실컷 웃기는 했으나 중간에 제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최고 연장자이며 유재석의 최측근 조력자가 되어야 할 지석진이었습니다. 제 눈에만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지석진은 의욕조차 거의 없어 보이더군요. 수영장에서 이루어진 림보 게임에서 그는 한 번도 밑받침 역할을 해 준 적이 없습니다.


그에 반해 유재석은 림보를 넘어야 할 '로켓'들에게 쉬지 않고 계속 자기 어깨를 제공하며 밑받침 역할을 해 주었지요. 키가 190cm에 가까운 이광수가 어깨를 밟으면 어찌 고통스럽지 않겠습니까만, 그래도 유재석은 잘 버텨냈습니다. 송지효가 로켓을 맡았을 때는, 자기 머리를 밟으라고 허락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유재석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임하는 동안, 지석진은 옆에서 두 손 놓고 깐죽거리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지석진은 몸을 사리는 것도 모자라서, 나잇값도 못하고 감정적으로 투덜대기까지 하더군요. 어른으로서 그가 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좀스럽던지, 보는 제 얼굴이 다 화끈거릴 지경이었습니다. 하하를 향해서 "너 보기 싫으니까 잠수해 있어!" 라고 말한 것부터가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옆에서 유재석이 "아, 형 또 왜 그렇게 얘기해?" 라고 하더군요..) 서로 치고받을 수 있는 상대역이 있다면 그런 독설이 나름대로 효과적일 수도 있겠으나, '런닝맨'의 출연자들은 모두 한참이나 후배들이 아니겠습니까?

지석진의 말이나 행동에 반기를 들 수 있는 인물은 오직 유재석뿐인데, 그런 쓸데없는 독설을 중화시켜 주기에는 유재석이 너무 바빴습니다. 결과적으로 지석진은 열심히 게임하는 동생들 옆에 멀뚱히 서서 괜시리 타박이나 하고 있는 못난 형의 모습으로 비춰졌습니다. 그리고 의도적인 캐릭터 잡기였을 수도 있지만, 죄없는 송지효를 끊임없이 걸고 넘어지며 노골적으로 구박하는 모습은 정말 비호감의 극치였습니다.


저는 솔직히 '런닝맨' 1회를 보고, 이 프로그램이 오래 가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었습니다. 천하의 유재석도 '하자GO' 라든가 '옛날 TV' 라든가 '기적의 승부사' 처럼 조기 종영된 프로그램들을 거쳐 왔으니까요. ('런닝맨' 유재석의 고난, 다시 시작되나?) 그런데 이러한 발전 추세라면, 조심스레 성공 가능성을 점쳐 봐도 될 듯 싶습니다. 기본 구조가 탄탄하지 못하고 식상한 포맷이라는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유재석이 있는 한 쉽게 망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나 아직은 유재석 혼자서 이끌어 가고 있는 형국이라, 안정적인 구도는 아닙니다. 예능 초보들은 유재석의 지원을 받으며 차츰 발전해 나가고 있지만, 정작 그를 뒷받침해 줄 2인자의 부재는 여전히 아쉬운 상황이에요. 저의 판단으로는 그 역할을 감당하기에 지석진은 부적임자가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몸으로 뛰는 프로그램에 기본적으로 그는 잘 어울리지도 않고, 자신의 원래 스타일을 바꿔 가면서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지금 뚜렷한 대안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패떴'에서 이효리가 맡았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줄 누군가가 현재 지석진의 자리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재석이 아무리 고군분투한다 해도, 잠시 반짝하다가 사그라들게 될지도 몰라요. '런닝맨'이 무엇보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커다랗게 구멍으로 남아 있는 2인자의 자리를 채우는 것임을, 제작진이 빨리 깨닫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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