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놀러와' 배두나와 이천희의 아주 특별한 매력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놀러와' 배두나와 이천희의 아주 특별한 매력

빛무리~ 2010. 8. 17. 07:23
반응형






요즘 제가 호감을 갖고 시청하는 드라마 '글로리아'의 주인공들이 '놀러와'에 출연해서 반가웠습니다. 네 명의 연기자가 모두 귀엽고 호감형이더군요. 그 중에도 배두나와 이천희에게서는 굉장히 순수한 매력을 발견할 수가 있었습니다. 연예인이란 항상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자신'의 모습을 따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싶거든요. 그런데 배두나와 이천희는 그런 면에서 좀 연예인 같지 않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친구네 집에 놀러 온 사람들처럼, 그랬어요.

'글로리아'를 촬영하면서 다들 어느 정도는 친해진 듯, 분위기가 매우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드라마 캐릭터상 매우 단아하고 얌전한 줄만 알았던 소이현의 엄청난 주량에 놀랐다고 이천희가 운을 띄우자, 소이현이 곧바로 이천희의 엉성한 매력을 증언하기 시작하더군요. 고깃집에서 갑자기 벌떡 일어나다가 위쪽의 환풍구에 머리를 부딪혀서 온통 얼굴에 재가 쏟아졌는데도 신나게 웃으며 팔을 벌리고 "맛있습니까, 여러분?" 하고 외쳤다는데, 상상만 해도 너무나 웃기더군요. 주량이 꽤 약한 모양이에요.


곧바로 '패밀리가 떴다'의 동료였던 유재석의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이천희씨가 그래요. 술 마시기 전에는 쑥스러워서 나서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 술이 조금만 들어가면 벌떡 일어나서 '여러분, 이렇게 노실 거면 노시지 마세요! 회식이 이게 뭡니까? 제가 노래 한 곡 할게요." 그러고서는 마이크를 독점하고 10곡 정도 부른다나요. 좀 민폐형이긴 하지만 그래도 순수함이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노래를 시키면 기다렸다는 듯 진지한 발라드를 바로 부르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게 웃깁니다. 별로 그렇게 웃어야 할 이유는 없는데, 노래가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 웃었습니다. 음정 무시, 박자 무시, 감정에 심취해서 몸은 꿈틀거리고 눈은 감았다가 치켜 뜨면서, 정말 열심히 부르더군요. 그래도 뮤지컬 출연만 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용서받을 수 있는 노래 실력이었습니다.

남들보다 키가 커서 어딜 가나 눈에 띄는 바람에, 당구장에 1시간만 있어도 남들이 "너는 하루종일 당구를 치더라" 이러고, 나이트클럽에 1번 갔을 뿐인데 "너는 일주일 내내 나이트에서 살더라" 하는 식으로 오해받는 일이 많아서 본인은 속상하다더군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것조차도 너무 이천희답다 싶어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천데렐라 엉성천희를 속으로 꽤나 그리워하고 있었나봐요. 드라마에서 연기할 때의 이미지와는 완전 딴판이거든요. 오랜만에 그런 모습을 보니까 얼마나 정겹고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배두나는 방송 중간에 가끔씩 '지금 녹화중'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골방에 들어가서 남녀가 4명씩 마주앉은 김에 이상형을 지목하는 '사랑의 작대기' 게임을 시작하는데, "나 이런 거 못해요. 나 삐칠 거야~" 라고 앙탈을 부리더군요. 예능 출연을 거의 안 하는 연기자인데다가, 같은 드라마의 동료들과 함께 모여 앉아 있다 보니, 무슨 회식자리인 양 느껴졌나봐요. 방송에서 마치 사석처럼 그런 태도를 보이는 연예인은 처음이었는데,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꽤나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유재석은 역시 편안하고 능란한 진행으로 그녀의 엉뚱한 태도를 잘 받아 주면서 그 안에 깃든 순수한 매력을 이끌어내더군요.

안 할 것처럼 하더니만 유재석이 '글로리아'의 주제곡을 신청하자 바로 일어나서 춤까지 추며 시원스레 부르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솔직히 노래 솜씨가 썩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글로리아'의 주인공 나진진 역에는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혀 요령이라고는 피울 줄 모르는 무대포의 서른 살 아가씨가 처음으로 새로운 꿈에 눈을 뜨고 가수의 길로 접어드는 상황이니, 너무 노래를 잘 해도 걸맞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앞으로 차츰 노래 실력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쉽지 않은 과제를 떠안게 되었군요.

사실은 노래를 못 해서 '글로리아'의 캐스팅 제안이 왔을 때 단호히 거절했었는데, "두나씨는 참 이기적인 배우 같네요. 본인이 하고 싶은 연기만 할 건가요? 대중이 원하는 걸 하는 것이 진정한 배우 아닐까요?" 라고 설득하는 김민식 PD의 말에 자극을 받아서 출연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또 그 PD가 소이현에게는 "네가 항상 밝은 역할만 해 와서 남들이 너를 그런 줄만 아는데, 내가 보기에 너는 깊이도 있고 참 여성스런 배우다." 라고 자극해서 끌어들였다니, 각각의 배우마다 그 스타일에 맞춰서 OK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김민식 PD는 과연 섭외의 달인이라 할만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나진진 역에는 배두나가 맞춤이고, 정윤서 역에는 소이현이 제격인 듯 합니다. 거의 정확한 이미지를 찾아냈어요.


몰랐는데 배두나의 어머니는 유명한 연극배우셨다더군요. 어려서부터 배두나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쁜 옷을 입히고 문화체험을 많이 하도록 이끄셨는데 "이런 옷을 입은 여자가 머릿속에 든 것도 많아야 천박해 보이지 않는 거란다." 하시는 말씀에 자극받아서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되었다니, 200%의 교육 효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배두나가 신인 배우로 데뷔한 후 늘지 않는 연기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어머니에게 "연기를 가르쳐 달라"며 애원했더니 "마음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기술을 넣어서는 절대 안 된다." 면서 매몰차게 거절하셨다는 이야기는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술을 먼저 익히면 마음을 넣는 데에 방해가 되겠지요. 듣고 보니 그 말은 반드시 연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의 예술에 해당되는 것이었습니다. 일반 사무와 달리 예술은 마음으로 하는 일이니까요. 작곡을 하거나 노래를 부를 때도,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때도, 먼저 마음이 움직이고 나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마땅한 순서이지요. 자신의 작품에 마음을 담는 방법을 먼저 익힌 후에 외면적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그 가르침이 제 가슴이 깊이 와 닿았습니다.

그런 어머니에게서 태어나고 자란 배두나가 연기에 혼을 실을 줄 아는 배우로 성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군요. 첫 작품이었던 '플란다스의 개'에서 신인이라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혀 탈락할 위기에 처했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영화기획사를 찾아가 "배두나는 나의 20년 기획상품입니다. 마음놓고 쓰셔도 좋습니다." 라고 자신있게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뿌듯한 자부심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 했습니다. 지금도 물론 연기 잘 하는 여배우지만, 앞으로 더욱 발전할 배두나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현재 8시대의 주말연속극은 확실히 KBS 쪽이 강세이긴 합니다만, 막장스런 전개 없이 가난한 사람들의 따뜻한 삶을 감칠맛나게 그려내는 '글로리아'가 저는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정지우 작가의 탄탄한 대본도 좋고, 배두나와 이천희, 소이현과 서지석의 풋풋한 매력을 '놀러와'에서 접하고 보니 더욱 응원하고 싶어지는군요. 저는 볼 때마다 10여 년 전의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를 떠올리곤 하는데 느낌이 아주 정겨워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진가를 알아봐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관련글 : '글로리아' 척박한 삶 속에 영광을 찾는 사람들 

            '글로리아' 서지석과 소이현, 서글픈 교집합의 운명들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추천에는 로그인도 필요 없으니,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의 손바닥 한 번 눌러 주세요..^^

반응형
Comments